[2006/09/09] 하고 싶었던 것 - 짧은. 여행을 다녀오다.

by 라인 posted Sep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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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밥을 대충 먹고.

설겆이를 하고. 대충 집 청소를 하고 나서.

왠지 멍...하게 있으려니.

이상하게. 갑자기 외갓집 생각이 났다.


나는 특히 외갓집과는 교류가 없는 편이다.

사촌형은 한번씩 만나곤 하지만.

외삼촌이 어머니나 이모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외할머니 돌아가신 이후로는.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아마 지금은. 외삼촌은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서로 못 알아볼 것 같다.


아마도.... 지금은 많이 늙으셨겠지.

외갓집은 선산에 있는데. 나름대로 촌이라면 촌이다.

선산읍 원1동. 인데 그 앞에는 낙동강의 한 줄기가 지난다.

그리고 그 곳을 가로지르는 허름한 다리...

왠지 갑자기 그 다리가. 너무 보고 싶었다.

왜 일까. 그건 모르겠다.


하여간. 생각하자 마자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결국은 흐지부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낼름 츄리링을 입고. 자전거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

목표는..... 원1동.



선산까지는 대략 18Km정도. 그리 멀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자전거로 가자니. 생각보다 멀었다.

목적지도 알고. 길도 다 아는 길이였음에도. 막상 자전거로.

가니까. 알던 길도 왜 그렇게 다들 새로운지.




사실 군대에 있을때 생각했던.

전역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해외. 보다는. 국내여행이였다.

자전거를 타고서. 어디선가 표류되거나. 헤메도.

죽지만 않는다면. 왠지 살아 올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랄까.

그래서 휴가때 침낭도 샀는데(먼산) 쓸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해보고 싶었던 것.



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름대로 비슷한 기분 만끽하며 갔다.

사진을 찍어도. 다 평범하디 평범한 풍경사진.

하지만 이러고 싶었던 거라서. 나름대로 정말 재밌었다.

혼자. 였지만 말이야.




사실 전역할 때 가장 고민했던거라면.

혼자. 여행을 떠나면. 친구들한테 뭐라고 이야기 하지? 였다.

별거 아니지만. 왠지 배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 자체는. 호주행 때문에 알바 한다고 시간도 없었고.

생각보다 너무 더운 시즌이 오래 가서. 포기해버린지라.

결국은 백지장이 되어버렸지만. 걱정은 헛것이였나보다.


우리는 함께하기보다는. 서로 바쁜 길로 빠져버려서...

오히려 곧 내가 출국함에도 셋이 못 모일 정도니까.

하하. 하하. 하하.



큰 길에서. 원1동으로 들어가는 길을 탔다.

예전에는 모래밭길이였는데. 깨끗하게 포장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보고 싶었던 다리가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깨끗한 현대식 다리가 있었다.


왜 그렇게 실망스러웠는지....



어차피 낡은건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아는 사실임에도. 그다지 추억도 없는 그 다리가.

없어진 것이. 왜 그리 서글펐는지 모르겠다.

어쨋거나. 다리는 없었다.

있었지만. 없었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헤멨지만. 그래도 무사히 왔다.

오는 길에 엉뚱한 동네로 들어가 고생했지만.

한 할아버지의 친절과. 덕분에 얻어먹은 시골밥이 좋았다.

시골의 정이라....



뭐. 여행자라고 할 것도 아니요.

여행도 아니였지만. 6시간정도 걸렸던. 왕복 40Km.

풍경구경. 모래사장에서 뒹굴기. 농촌에서 밥 한끼 얻어먹기.

나름대로. 재밌었다.




아아아아.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