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재민이가 놀러왔다.
굳이 비아냥을 담지 않아도 시험기간에만 놀러온다.
애초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 없기는 한데. 가끔 민석이가 던지는 말 듣자니.
싸가지 없게 구는 것도 작작해야겠다.
뭐. 내가 시험을 적게 치니 상관없지만.
많이 쳤다면 화냈을지도.
오늘은 민석이 인터넷 강의 시험이 있는 날이였다.
"드라마로 배우는 일본어"라는 과목이였는데.
내가 알기로는 원래 은영이랑 같이 듣기로 했는데 민석이만
수강신청에 성공(?)해 듣고 있는거라고 했다.
시험 치기 전에 도와주니 어쩌니 말했지만.
내심 그냥 은영이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될텐데.
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아는 일어라고는 오로지 슈퍼로봇대전 전투용.
회화용도 아닌 전투용 일어 뿐이기 때문에.
실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기도 하고 연락도 하면서. 툴툴.
여튼 그런 와중에. 일본어 시험을 A+ 맞았다고 장담하는.
재민이가 놀러와서 한숨 덜었다.
재민이가 도와준다면 좀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였다.
내 시험도 썩 잘친건 아니지만. 당장 내 시험이 없다보니.
괜히 룸메이트 시험이나 걱정하는 것이였다.
시험은 밤 10시.
이윽고 시간이 다가와서 9시 무렵.
민석이가 한숨쉬는게 들려서 민석이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민이는 뒹굴면서 책 보고 있고 민석이는.
파워포인트로 내용 정리하고 있고.
잘 안되나보다.
사실 생각은 했다.
정 부탁할 사람 없으면 혜진이한테 부탁해서.
시험 치면 되지는 않겠느냐. 라고.
이런 이야기 민석이가 먼저 꺼낼리는 없지만.
괜히 남 일이 나대는 것도 좋은 습성은 아닌거 같아서.
누군가가 민석이를 도와줬음 싶었던 것이였다.
물론 시험인 이상 자기가 공부해서 쳐야하는거지만.
여튼 조심스레 민석이를 밖으로 불러내서 - 재민이가 집에 있어서 -
물어보니. 이래저래 문제가 많아 보였다.
시험 시간은 고작 30분인데 문제는 50문제 가까이 된다는 둥.
이런저런.
뭐. 결과적으로는 혜진이가 민석이 시험을 치긴 했다.
시원시원하게 시험 치고 오예! 하면 좋았을테지만.
생각보다 혜진이는 좀 버벅대면서 시험을 쳤다.
어쨋거나 무사히 쳤다.
그리고 시험 친 뒤에는 시험 전에 고민하던거랑.
반대의 생각이 들어서 피곤했다.
내가 쳐서 못쳤으면 "날 죽여라!" 라고 하고 넘어갔겠지만.
여자친구가 쳐 줬는데 애매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거.
이미 사람 소개시켜주는거나 이런저런거.
회의감 느끼는 마당에 또 남일에 제3자를 끌어들인 것을.
후회했다. 뭘 해도 내가 해야 할 것을.
물론 민석이는 괜찮노라 했고.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착하기도 하지.
한편으로는 나도 호주 다녀왔다고 일어 완벽하지도 않은데.
일본에 가 있다고 무작정 무슨 시험이던.
잘 쳐낼거라고 안일하게 믿었던 스스로도 참 멍청해 보였다.
괜히 남 일에 열내고.
혜진이한테도. 민석이한테도 미안한 일만 잔뜩.
제발 가만히 좀 찌그러져 살 것을
스스로에게 권하는 바입니다.
아. 오늘은 혜진이랑 500일 되는 날이였다.
시간 참 잘 가는거 같다.
덧붙여 준호는 가영이랑 7년째 되는 날. 더불어 시간 잘 가는구나.
이왕 이리 된거. 결과라도 잘 나오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