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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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쯤은 늦잠 자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면서 한껏 중얼거려봐야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모처럼 시험도 끝났는데...

하고 생각해 보니 시험 결과가 시원찮아서 괜히 슬프다.

시험 기간동안 죽어라 아파서 고생했는데.

시험 끝나고 데이트 하는 동안 얼렁뚱땅 나아 버렸다.

이래서는 꾀병 같잖아!!




어쨋거나. 일어나서. 씻고. 와이셔츠 꺼내입고.

이래저래 준비를 했다.

아직 5월인데 햇살이 따사롭다. 괜히 더울까봐 걱정이다.

추운건 좋지만 더운건 질색인데...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할머니 댁에 가는 날이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도 아니고 무슨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가기로 했다.





- 할머니 -


2월에 설, 3월에 할아버지 제사 때 뵌 할머니는 굉장히 정정하셨다.

마치 작년, 재작년에 침해때문에 괴로워 하시던 것 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내심 별 걱정 안하고 있었던 것 까지는 좋은데.

2주쯤 전에 어머니께 이야길 들었다.

할머니께서 굉장히 몸이 안 좋아지셨고.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손자랍시고 뭐 해드린것도 없으니깐.

이렇게 찾아뵙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할머니 댁에 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준호가 놀러오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할머니댁에서 자고 오면 큰 어머니도 고생만 하시니깐.

이래저래 겸사겸사 할머니 뵙고. 오늘 돌아올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안입던 와이셔츠 입으니 목이 좀 갑갑하다.

괜찮겠지? 음. 괜찮다. 가자!





예전같이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꽤 먼 거리지만.

천안에서 신탄진은 가깝다. 기차 타면 채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다.

천안에 올거라고 생각하고 편입 시작한것은 아니지만...

뭐. 이래저래 자잘한 곳에서 환경이 바뀌어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왠지 모르게 살짝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신탄진 역에 내려서 할머니 댁에 갔다.

천균이 형 내외가 이미 와 있었고 대구 큰 아버지도 와 계셨다.

듣기로는 한 두어달 전부터 매주 오시는 것 같다.

대구 큰 아버지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우리 아버지도 틈틈히 짬 내서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있다.



철들어서 이제 효도 하려 하면 부모님은 이미 안 계신다고들 하던데.

글쎄. 난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실까... 음. 나도 괜히 복잡한 기분이다.



여튼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안방으로 갔다.

할머니께서는...

앉지도 못하시고 잠만 주무셨다.

바싹 마르셔서 보기 안 쓰러울 정도였다.


힘도 없으실 텐데 손에는 큰 고모가 준 부적을 꼭 쥐고 계신다.

식사는 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요구르트를 드시고 계시며.

마시는 것도 많이 힘들어 하신다.


요구르트 드시는거 거들어 드리고. 묵묵히 옆에 앉아 있었다.

안마해 드리기도 너무 쇠약해 지셨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착잡해 옴에도 뭐 하나 할 수 없다는게 좀 그랬다.



그렇게 할머니 곁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음. 작은 할머니께서 나보고. 돼지가 와이셔츠 입은거 같다고 하셨다. ㅜㅜ





- 남들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

저녁은 외식했다.

몰랐는데 오늘 대전 큰 아버지의 생신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겸사겸사 맞춰서 천균이형네 내외가 온거라고 하더라.

횟집에서 밥 먹고. 술도 조금 마셨다.


큰 아버지께서는 아들과 며느리가 와서 생일을 챙겨 주시는게 기쁘신 것 같았다.

음. 보기 좋은 광경이다. 기억해놨다가 나도 저래야지.

일단 무사히 졸업해서 취업이나 잘 해야 결혼을 할 텐데 말이야.




그런데 문득 큰 아버지께서 엄한 표정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속 좀 그만 썩이라고...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지만 대구 큰아버지의 말과 종합해서 생각해보니.

곧 편입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도 삼성 다니시다가 그만두시고.

몇개 사업 실패하시면서 고생 많이 하신건 나도 잘 안다.

그리고 그나마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이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라는 것도.



그리고 내가 철딱서니 없다는 것과.

꼴같잖은 편입때문에 부모님 속을 뒤집어 놓은건 나도 잘 안다.


그래도 난.

그래. 결과는 승복할 줄 알아야지!

하면서 결국 단국대로 편입했고. 이왕 간 학교 열심히 다니려고 했다.

근데 그게 자기 위안인가. 남들 시선은 다르다는 것을.

오늘에야 새삼스레 느꼈다.




조금... 울적했고. 부모님께 죄송했다.




- 준호오다 -

저녁을 먹고서는 천안행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천안 터미널에서 준호랑 만났다. 한번 방에 오고 싶대서.

시험도 끝났으니 겸사겸사 오라고 한 것.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 싶은데.

아쉽게도 밀린 일기를 기억에 의존해서 쓰자니. 기억이 안난다.

딱 하나 기억나는건.



준호가 그간 천안의 명물이라던 김치피자 탕수육을 시켰는데.

보기보다 양이 많길래. 내가 준호에게 물었다.


"이거 소(小)냐?"

그러니까 준호가 대답했다. 이거 돼지야.





아놔. -_-...




보기보다 바쁜 하루였구나.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