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
알람이 귀에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아.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정말 일이다.
딱히 지각한 적은 없지만 못 일어나면 낭패니까.
음? 그런데 평소에 늘 듣던 알람소리와 조금 다르다.
아직 다 뜨지 못한 눈을 비비며 온 침대를 훑으며 한참 시끄러운 녀석을 찾았다.
아. 알람이 아니군. 전화구나.
....어머니네.
엥? 하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늦게 받는다고 한소리 하셨지만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할머니께서 새벽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금 신탄진 병원에 안치되어 있으니까 얼른 오라고 하셨다.
1분 전까지만 해도 졸렸는데.
역시 사람은 정신력의 생물인듯 잠이 달아나버렸다.
얼른 씻고, 주말에 입었던 와이셔츠를 다시 챙겼다.
뭐랄까. 실감이 전혀 안난다...
신탄진 역. 이틀만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병원을 찾아갔다.
어머니께서는 걸어서 15분 거리라고 하셨는데 길을 몰라서일까.
찾아가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었다.
더운날에 검은 옷을 입고 걸어다녀서일까 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슬프다거나. 어떤 감정이 아닌.
그저 내가 모르는 감정이였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른들은 거의 모두 오셨고.
손자 중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도착했다.
일단 영전에 절을 올렸다.
........역시. 모르겠다. 어떤 느낌인지.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하는건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낮에는 별달리 아무것도 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친척들이 왔다.
명절에도 보기 힘든 친척들이 다 모였지만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오시는 손님들을 맞아 일했다.
- 술 -
밤이 깊었다. 손님들도 새벽 2시쯤 되니 거의 끊겨서 조용했다.
손님들을 맞이하다보니 술을 조금 마시긴 했지만.
그래도 뭐. 딱히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였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주시는 술들은 모두 거절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 좋은 일 있을때 와 주신 어른들이 권하는건 받는게 예의란다.
그래서 조절할 수 있을정도로 잔을 받았고.
꼬박꼬박 감사를 표시했다.
밤이 더욱 깊었다.
아버지가 조금 많이 취하셨다.
다른 큰아버지들도 조금 취하셨다.
아버지가 많이 취하셨다.
솔직히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럴때 취하면 안되잖아.
하고 괜히 속으로 짜증을 냈고. 내 태도도 조금씩 불만이 배여나오고 있었다.
준호는 이럴때 아버지를 잘 받쳐 주는게 아들의 역활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난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도 대들었던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복잡했다.
지금 이렇게 쓰는건 일기를 미뤄쓰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감상이지만.
몇일 뒤에 고모부께서 조용히 나를 불러서 말씀하셨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큰아버지들도 힘드시니까 이해해야 하는거라고.
그래서 몇일뒤에. 비록 아버지는 기억 못하실지언정.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드렸다.
아들이 어른스럽지 못했다. 더욱 잘하겠노라고...
뭐. 지금에 와서 회상은 아무래도 좋은거고.
그렇게 첫날 밤이 지나갔다.
- 여자친구 -
사람의 생각의 문제일까, 민석이는 보면 볼 수록 대범하다.
멋있는 애다. 준호는 생각은 어른스럽지만 연애관은 배우고 싶지 않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끝나고.
조금 한가해지니까 괜히 울적해졌다.
친구들의 격려로 기분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괜히 여자친구 위로가 받고 싶어서
- 무엇에 대한 위로인지도 모름에도 - 혜진이에게 전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사 너무 기대는 경향이 있구나.
뭐. 어쨋거나.
혜진이도 과제 때문에 한참 울때 전화를 해서.
결국은 서로 이야기 하고. 다독거리는 걸로 전화를 끊었다.
위로 받지는 못했지만. 그녀석에겐 내 말이 힘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하루가 복잡하지 않음에도.
나의 저질스런 글쓰기 스타일 때문에 괜히 글만 길다. 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