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2008.07.29 02:28

[2008/07/28] 이사.

조회 수 410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7시. 이미 해가 중천에 떴을 시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늑장을 부리고 싶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다시 잠들고 다시 일어났을땐, 9시였다.

이사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을 부린 스스로를 반성하고선

씻구서 문자를 확인했다. 원균이가 이사를 도와준다고 해서 출발하기 전에

연락달라고 했는데 문자가 없었다. 어제 교수님이랑(물론 조교들도 같이) 만나서

양주마신다더니 마시고 뻗었나보다 했다. 푹 자라는 마음에 연락은 안하고

주섬주섬 싸뒀던 짐을 챙겨서 새로운 하숙집으로 옮겼다.

짐들고 걸으면 15분 거리. 그냥 걸으면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자취하다 고시원으로 들어갈때가 생각나 괜시리 서글퍼졌다.

10시쯤 시작해서 이래저래 무거운 짐을 옮기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12시였다.

'빨리 안오면 탕슉 못먹는다?'라고 보내려다 괜히 재촉하는 것 같아서

'오늘 못오남?' 이라고만 보냈다.(재촉같긴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전화과 왔다. '이제 일어났군.'  씨익 미소 지으며 전화를 받았는데 건대입구란다. 의외였다.

난 술을 진탕 마시면 다음날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놀라움 반 감동 반 이었다.

원균이를 만나서 점심식사부터 하기 위해 중국집으로 향했다. 원래는 탕슉 + 자장면 2 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속이 뒤집어질것 같다고 해서 탕슉 + 짬뽕 2 를 시켰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1시부터 짐을 날라서 4시 쯤에야 겨우 모든 짐을 옮길 수 있었다.

(2시 경에 인터넷 이전 설치로 인해 기사 아저씨의 방문이 있었다. 짐을 나르고 있던 중이라

아저씨께서는 현관 앞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다. 시원한 음료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경황이 없어 아무것도 드리지 못해 쪼금 죄송했다.)


짐 정리는 남이 해줄 수 없다 라는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여, 나는 짐 정리, 원균이는 인터넷을 하다

카페에 올릴 가오가이거 번역작업을 했다. 저렇게 꾸준하게 하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나에겐 없는 면이기 때문일까.


그렇게 7시쯤 짐정리를 마치......진 못하고 이불 깔 정도만 대충 만든 후

이렇게 많은 짐을 고시원에 어떻게 넣고 살았는지 쪼금 놀랜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원균이가 나한테 빌린 돈을 갚으면 그 돈으로 저녁 맛있는걸 먹을 생각이었는데

알바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6592라는 뷔페식 주점엘 갔다.


원균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짐 옮기고 있을거란 생각에 고마워서 맛있는거 사주고 싶었는데

이 녀석, 영 분위기가 아니다. 장난도 걸어보고 했는데 그리 효과는 보지 못했다.

게다가 6592가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고기 질이 형편없어져서 정말 왕 실망했다.

먹고나서 속도 안좋았다. -_- 잊지 않겠다 간장 돼지갈비.


여튼 그렇게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스타'시티' 3층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 펌프 한판씩 하고

오락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엘소드 근성 0%가 될때까지' 달리자며 엘소드를 하다가 11시쯤

세재, 비누, 휴지를 사기위해 잠시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팥빙수 2개를 사서 왔다.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대치 이상의 맛을 안겨줬다.

(최근 제과점 팥빙수는 4000~4500원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둘이서 엘소드를 하다가 원균이는 잠을 자고

나는 누웠다가 이런 저런 생각에 일기를 쓰는 중.


여담이지만 원균이도 자취방에서 짐을 뺄때 정말 맘고생많이 한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지금 거리보다 더 멀게 자취방에서 고시원으로 거의 3일동안 혼자 짐을 옮기며

많이 서글퍼해서 왠지 그 기분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내가 서울에 와서 남들한테 많이 물 먹고 바람맞고 해서 다른 사람이 지방에서 올라오면

바람 안맞히고 최대한 잘 해주는 것처럼 원균이도 그런 것이 마음의 상처가 되어

남이 그러면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잠시 생각해 봤다.

사람이란 자신이 아팠던 것을 남이 또 겪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남의 아픔을 보며 자신의 아픔이 무의식중에 기억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제 지나간 일이고 하니 고시원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고시원에 처음 들어갈 땐 좌절감 + 배신감 가득에 몸 누이고 비 피할 곳만

있으면 된거지 라며 스스로 위안하며 들어갔었는데 나올땐 한결 기분 좋게 나온 듯 하다.

그렇다고 그곳에 정을 붙였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아쉽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다.

누우면 아슬아슬하게 들어가고 발은 책상 밑에 넣어야 하는 침대.

한껏 웅크리고 앉아있어야 하는 책상. 수납공간이 따로 없어 한 곳에 쑤셔박은

책들과 잡동사니들. 의자 놓고 선풍기 놓으면 꽉 차던 침대 옆 공간.

기침소리, 몸 움찔 거리는 소리, 코고는 소리, 방귀끼는 소리까지 다 들리던 얇은 벽들.

(칸막이에 가까운.)

몸을 제대로 펼 수 조차 없었던 그곳에서 살아온 4개월.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곰곰히 생각해본다.

유쾌하지도 낯설지도 그렇다고 불쾌하거나 낯익은 것도 아닌.

그저 '살아가고 있다'라는 그 자체를 느끼고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때로는 나는 그저 '연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지금은 더 높이 뛰기 위해 웅크리고 있을 뿐이야 라는 생각.

그리고 가장 나와 함께 오랜시간을 보낸 '외로움'이라는 감정.

작은 방에 적응 하기 위해 한없이 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어야 했고

그런 스스로를 보며 이런 내 모습이 '영원'해 지지 않기 위해 오기로라도

발버둥 치며 노력했던 시간들.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고 외치던 순간들.

아니, 어쩌면 '왜 너 혼자만 호강하려고 드냐?'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단순히 반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은 방에서 지내며 얻은 병 아닌 병들로 인해 조금쯤 그 투정은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머니께선 현상만 아시고 원인은 모르신다.


하지만, 고시원이라는 곳이 티비나 신문에서 보듯이 그렇게 열악한 곳만은 아니다.

'다 사람사는 곳'이라는 군대 말 처럼, 사람 사는 곳이고 조금은 사연이 있지만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음직한 사연들로 인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 곳의 사람들은 방구석 폐인들 처럼 쳐박혀서 알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거나

잠만 잔다거나 하지는 않다. (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고,(5시만 되도 준비하는 소리로 바쁠 정도이니.)

손 내미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지 정많고 웃음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이제 하숙으로 다시 돌아왔고 지금의 마음가짐은 조금 더 나아진 만큼

그에 맞게 부응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것 같다.

이승엽이 100일 넘게 부진에 빠졌다 지금 감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을 보며

나도 비슷한 기간 부진에 빠졌고, 지금 감을 다시 찾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야겠다.

자기전에 오양을 한번 보고 든 생각.

'하숙은 친구를 언제든 재워줄 수 있어서 좋다'라는 생각.

어쩌면 난 이것때문에도 고민한것 같다.(웃음)


원균아 이사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그니까 오늘 낮엔 꼭 맛있는거 먹자. -ㅂ- 학학.

엘소드 근성도 오링내고 말이지. 책도 빌려서 같이 하루종일 보고. ㄲㄲ

형이 도서관 가서 잼난거 빌려올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0 [2008/09/03] 거리에서 너와 마주친다면. 라인 2008.09.11 4738
669 [2008/09/02] 경찰보다는 소방서에 신뢰가 간다. 라인 2008.09.11 4938
668 [2008/09/01] 개강했다. 라인 2008.09.11 4810
667 [2008/08/28] 설레임의 뒤에는. 라인 2008.09.11 4900
666 [2008/08/27] 하루종일 설레였던 하루. 라인 2008.09.11 4665
665 [2008/08/22] 라디오 사연 - 감정에 얽매이는건 시간낭비. 라인 2008.08.23 4548
» [2008/07/28] 이사. 스물스물™ 2008.07.29 4109
663 [2008/06/19] 돌이켜보면 마지막 데이트. 라인 2008.08.25 4971
662 [2008/06/18] 엇갈림. 라인 2008.08.25 4954
661 [2008/06/15] 도대체 약속들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시발. 라인 2008.08.25 426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26 Next
/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