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직도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 -
대부분의 성적이 나왔다.
늘 그렇듯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온 과목도 있고. 생각보다 나쁜 과목도 있고...
그런데 뭐. 늘 예상하던 수준인지라.
성적표를 보면 한 10초 욱! 하고 금방 잊어버린다.
일부 정말 억울한 과목을 제외하곤 정정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시스템 분석과 설계'라는 과목이 있다.
설계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나지만.
설계라는 단어에 회의를 느끼며 학교까지 그만둔 나지만.
사실 건축과를 벗어난다고 내 인생에서 설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프로그램을 짤 때도 시스템 설계를 하더라.
다른 분야도 다들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튼. 이 과목만큼은 점수가 조금 아쉬워서 확인하러 갔다.
시험은 크게 단답형과 설계형으로 나뉜다.
단답형은 확실히 답이 정해져 있고 설계는 그야말로 교수님 재량껏 평가하신다.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수님을 찾아가 설계한 것을 두고 교수님과 이래저래 신경전을 벌인다.
왜냐면 단답형은 어떻게 수정할 수가 없으니까.
편입한 친구 몇명과 같이 교수님을 찾아갔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반에서 딱 한 명. '-'
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설계는 만점이였다.
단답형을 주룩주룩 틀렸다. 그러므로 점수를 올릴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험지만 확인하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교수님이 물으셨다.
작년에 전산영어때도 작문, 번역은 괜찮았지만 단답형이 엉망이였는데.
이 과목도 그렇더라면서. 공부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으셨다.
음... 사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인데.
난 공부하면서 딱히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주의라...
읽어보고 이해되면 고맙고. 아니면 말고.
특히 이번 과목은 이래저래 설계 예시보고 실제로 해보기는 많이 해봤지만.
딱히 용어를 외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건 계속 설계하다보면 자연스레 외워지잖아.
어쨋거나 결과는 이랬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꼬리표는 우리집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나름대로 설계도 꾸준히 해보고.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말이야.
...그러고보니 난 늘 결과론을 이야기했었지.
공부를 했던 안했던. 교수님이. 혹은 누군가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난 공부한게 아니다.
혼자 불만 토로하다 혼자 납득해버렸다.
그래도 설계 만점받은건 기쁘구나. 학점이랑은 별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