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여자친구의 동생 -
생각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회의에 술에 지하철에 술에 노래방을 달렸는데도.
다행히 기억의 조각도 어긋나지 않았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다.
스스로도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아직은 젊구나!!(음?)
아침 내내 뒹굴거리다가 점심 때 준호방을 나섰다.
오늘은 상록이 방에서 자려고 했는데.
지하철 역으로 바래다주는 준호가 자기방에 와서 또 자도 된다고 한다.
신세진다는 감각이 이미 희미(..)해졌기 때문에.
혼자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였다.
준호에겐 호의를 감사하는 것 같은 제스처를 보이며 생각해보겠노라 말하고 뮤지컬을 보러갔지만.
이미 오늘 밤도 준호방에서 잘 것을 결심하고 있는 나였다.
뮤지컬은 윤진이랑 봤다.
내 주위에 몇 안되는 공연을 즐기는 사람 중 하나이고.
또 이번에 선물로 받은 것도 윤진이를 팔아 사연을 쓴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편은 윤진이랑 같이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동생. 이라는 타이틀엔 어느덧 무감각해져서.
윤진이나 나나 별로 신경 안 쓰는 편.
가끔씩 툭툭 혜진이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예전만큼 가슴 아프진 않았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진 않았다.
윤진이가 사주는 밥을 얻어먹고. 극장으로 향했다.
이번 공연을 협찬해준 것은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
- 매혹의 뮤지컬 ~돈 주앙 -
볼 거리는 화려했다.
시나리오나 스토리 보다는 음악과 볼거리에 중점이 맞춰진 작품이였다.
하지만 스토리가 너무 빈약했다.
때문에 눈은 즐거웠지만.
다시 보고 싶지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 어차피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
공연 관림이 끝난뒤.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헤어졌다.
윤진이랑 더 놀까 생각도 해봤지만.
친구 집에서 자면서. 정확히는 신세지면서.
여자애랑 하루종일 놀고 들어가서 잠만 자는건 모양새가 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막 살고 여자에 환장해도 이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더 놀기 보다는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을 보니 약 7시. 준호 방에 가서 같이 엘소드나 하다가 한잔 더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돌아갔다.
준호가 자고 있었던지라 조금 어긋나긴 했지만.
결국 무사히 다시 만나서 게임 좀 하다가 술과 과자 몇 봉지를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사실 계속 피곤했기 때문에.
게임하면서도 계속 졸았던지라 이정도 마시면 뻗을 줄 알았는데.
술을 마시다보니 오히려 말똥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결국 술은 금방 끝났고.
우리는 준호방 앞의 곱창집에 가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비가 내리는 시원한 밤에 밖에서 술을 마시니 상쾌했다.
시작은 스타일 문제였던 것 같다.
윤진이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준호는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딱히 제제할 마음도 없노라했다.
이때까지 나는 우리의 스타일을 꽤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당연하게 여겨왔다.
적어도 민석이와 준호는 내 일에 대해 강요하지도 않고. 충고하지도 않고 그냥 들어주는 편이다.
이른바 스포츠 기자 정신을 발휘하는 나와 비교해 대조적이다.
그런 스타일이 참 멋있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도 별 불만 없었고.
자연스레 내가 하는. 내게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일도 편하게들 이야기 했던 것 같다.
또 내가 하는 행동도 단지 성향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나 혼자 편하진 않았는가. 싶다.
난 누가 힘들때 손 잡아주기 보단 웃으며 칼을 꽂아준 적이 많고.
애초에 저 아이들이 저런 스타일을 갖게 된건.
내가 남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차피 너 남이 하는 말 잘 안 듣잖아."
라는 말에 0.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긍정을 하긴 했는데.
문득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B형이라서 남이 구속하는걸 싫어하는건가? 이런 결론은 너무 무책임하고.
나는 분명히 여유가 넘치는 멋진 사람을 꿈꾸며 살았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편협해진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쨋거나 곱창은 매우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