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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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resh -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와 같은 아침이였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것 같지만 내 방 창문은 반투명이라 환하지만은 않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직 해가 밝을만한 시간도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혼자 살 때와 비교하면 꽤 규칙적인 생활이다.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지만 지금의 생활도 마음에 든다.

그래. 사람은 적응하기 나름 아닐까.




늘 집을 나서던 시간에 집을 나섰다.

조금 고민하다가.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이별했다는 것 보다는. 민석이가 숨겼다는데 섭섭함을 표한게 더 기억에 남았다.

왠지 오늘 아침엔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서...




원래는 도립 도서관에 갈 생각이였다.

오후에 시내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봉곡 도서관은 멀기도 했다.

도립 도서관에 갈 생각이였지만 나는 어느덧 금오산 입구에 서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꽤 많이 걸었다.

도서관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산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침 바람은 차가웠다.

등산객도 제법 있었지만 대부분 등산복, 체육복 차람이였다.

청바지에 구두를 입은 나는 조금 눈에 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남에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니 그저 나만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꽤 오랫만의 등산이기 때문일까, 등산로는 내 기억과 제법 달랐다.

계단이 차곡차곡 설치되어 있어 깔끔했다.

- 개인적으로는 일반적 등산로보다 계단이 오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




차가운 바람을 쐬며 한걸음씩 걸음을 옮기자니 상쾌했다.

아침에 뭔가 낀 듯한 기분으로 도서관에 가느니,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별, 민석이, 나아가 혜진이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아무생각 없이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상쾌하다-

이런 감상 뿐이였던 것 같다.




금오산성을 지나 폭포에 도착했다.

온 김에 도선굴도 올라가 보고. 약수터에서 약수도 마셨다.

죽을만큼 힘든건 아니였는지 약수가 꿀만은 아니였다.

하지만 시원한 물 만큼은 만족스러웠기에 벌컥벌컥 마셨다. 상쾌해.

폭포는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붙어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장관에 잠시 감탄하며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어렸을 땐 자주 왔었던지라 왠지 모르게 질렸고.

나이가 든 이후에는 별로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금오산주제에 굉장히 신선했다.

후아.




저 멀리 구미시내가 보였다.

자그마한 집들이 타닥타닥 붙어 있고, 더 멀리는 밭들도 보였다.

아쉽게도 구미는 역시 작은 동네다. 도시사람인 마냥 구미를 평가하며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렸다.

앉아서 쉬고 있자니 다시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폰을 꺼내들었다. 민석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제를 피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앞으로도 힘든 일이 얼마나 많겠어? 늘 문제를 마주하는 내가 되자.

포지티브! 까지는 아니라도. 앉아서 징징대고 피해다니진 말자.




상쾌했다.





- 식객 : 김치전쟁 -

정상까지 갈까 고민했지만 약속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내려왔다.

그래도 집에서부터 걸어갔기 때문에 꽤 먼거리였다.

시내로 돌아와보니 약속 시간까지 3시간이 넘게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예상 시간보다 내 걸음이 빨랐던 것이겠지만, 3시간이 남았다는건 애초에 시간 계산도 틀렸다는 말이리라.

뭐 할까. 생각을 하다가 영화를 떠올렸다.

CGV에서는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떠올라 CGV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에 딱 맞는 영화는 "식객" 뿐이였다.

Show VIP로 무료 결제를 한 뒤에 해당 극장을 찾아갔다.

이윽고 시간이 됐고,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었기 때문에 별로 쓰고 싶은 말이 없다.

다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나 혼자 영화를 봤다.

이것 만큼은 기억해 둬야겠다.




아. 그리고. 영화 보던 중에 GS리테일 서류심사 통과 연락을 받았다.





- 나에게 필요한 사람 -

오후엔 윤진이를 만났다. 꽤 오랫만에 만났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일년에 두어번씩은 얼굴을 보고 지내는 것 같다.

혜진이랑 사귈 때도 그정도로 얼굴을 보고 지냈던 것 같긴 하다.

윤진이는 헤어진 뒤에 "나는 오히려 더 편해졌다"라고 했다.

확실히 헤어진 여자친구의 동생이란 타이틀은 남들이 보기에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였지만.

이제 헤어진지도 2년이 다 되어가다보니 주위 사람들도. 당사자들도 별 감흥이 없어졌다.

아니. 애초에 당사자들은 큰 감흥이 없었을지도.

(문득 준호가 나라면 안 그럴거야 라고 말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일식 돈가스 집에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커피숍에서 코코아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고. 일상적인 수다였다.




그리고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도 집에 돌아왔다.








정말 오랫만에 도서관에 가지 않고. 하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 즐기는 자유는 혜진이랑 헤어졌을 때 충분히 만끽 했기 때문에 그다지 그립진 않다.

이별의 그림자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뿌리깊지도 않았다.

생각도 나고 그립기도 했지만 그것 뿐이였다.







하루종일 돌아다녔기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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