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일하다 -
회사에 입사한지 어언 한 달이 됐다.
하루하루는 참 짧은데 일주일은, 한달은 짧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잘 가는 것을 기뻐해야 할지. 아쉬워 해야 할지.
몇 달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해왔던 회사생활.
버벅거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이를 악물고 교육받았던 몇 개월.
덕분일까 회사생활은 그런저런 적응하고 있다.
어리버리하고 있긴 하지만 다행히 업무가 아무 생소하지는 않아서 그런데로 따라붙는 중.
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입사하기 전에는 "낙하산"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시선이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입사하니 눈에 띄게 걸고 넘어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난 내가 그럭저럭 잘 섞여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줄 알았다.
오늘 회식이 있었다.
이래저래 은근히 회식이 자주 있는 것 같지만. 뭐 나쁜 일은 아니지...
늘 하던대로 밥을 먹고 흩어지려는 찰나 김대리가 한잔 더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서과장이랑 김대리랑 셋이서 한잔 더 하러 갔다.
확실히 술을 마시고나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리고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술마시고 하는 이야기 오랫동안 생각해봐야 득될 것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혹은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에 좀 놀랐다.
김대리의 후일담으로는. 자기도 까여봤는데 신경쓰면 끝도 없댄다.
준호 말로는 사람은 원래 다들 까고 사는거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나도 남들 까며 살았는데.
남들이 호박씨 가는데 괜히 민감하게 구는 것 같아 구차한 느낌도 들었다.
그냥. 안일했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안일...안일...
확실히 이래저래 좋은 여건이지만.
어머니 말 마따나 회사생활은 조금 외롭게 굴러가는 기분이다.
입장의 특성상 그런 외로움은 회사 동료가 아닌 친구들에게 풀어라...
라는 말을 어머니께서 하셨는데.
다들 바쁘기도 하고... 그간 내가 밉상짓도 많이 했구...
뭔가. 인생이 줄창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