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오랫만 -
민석이가 구미에 내려왔다.
지난 주에 준호가 왔을 때 워낙 삽질을 했던터라(..)
이번 주만큼은 제대로 놀고 말겠노라고 나홀로 불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왕 내려오는거 둘이 같이 내려왔음 좋았을걸.
이제 나이가 드니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고.
그나마 나는 시간도 함께 하자고 하기엔 각자의 생활이 있어서 낭패.
점점 무엇인가를 공유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게다가 요 근래는 어째 왕따 당하는 기분이라 미묘하단 말이지. 툴툴.
원래 내일 만나기로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늘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 낯에 만나면 상주에 육회 먹으러 가려 했거늘.
급작스럽게 금요일로 변경된 터라 우왕자왕 하다가 집 앞의 횟집에 갔다.
뭐. 비교적 싸고 상도 잘 나오는 편이니까.
- 주량이 줄어든 것은 아냐 -
사실 둘이 먹기엔 소(小)로도 충분했는데. 나는 호기롭게 중(中)을 시켰다.
일단 간만에 맛난 거라 맛난거 사주고 싶은 심리도 있었고.
중을 시키면 주는 오징어 회를 먹고 싶었던 심리도 있었고 이래저래.
그런데 스키다시(의 표준어가 생각이 안나서 고민고민하다가 스키다시..)가
나올 무렵에야 민석이가 회를 선호하지 않는다는걸 떠올렸다.
잠깐 후회했지만 근처엔 딱히 갈 곳도 없었고...
그래도 요 근래에 교육받는 사람들과 같이 회를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안도 & 짜증이 났다.
안도했던 것은 입맛도 변하는가보다.라는 것.
짜증은 뭔가 레어한 회가 레어하지 않게 됐다는 것. ㅠ_ㅜ
뭐 여튼. 술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사회생활아닌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느낀건.
준호랑 민석이는 진짜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이라는 거다.
사람들 모두 "나도 20대 때는 밤새 마시고도 멀쩡했다"라고 말하곤 하던데.
늘 예전엔 그랬다~는 식이니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우리 페이스로 술 마시면서도 잘 마시고노는 건 준호랑 민석이 뿐이니 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둘이 모이면 술을 많이 못 마시고.
요 근래엔 술을 미친듯이 마시지 않았을까? 우리 주량이 줄어든건가?!
라고 생각하다가 나홀로 결론.
주량이 줄어든 건 아니다. 왜냐면 다른 자리에선 많이 마시잖아.
아마 편해졌던가. 어색해졌던가. 피곤하던가. 등등의 이유로.
그저 달릴만한 분위기 조성이 안되는거 아닐까.
어째 회사생활을 시작하니 친구들에게 (나홀로 심리적으로) 엉기게 되는 것같다.
하지만 여전히 자업자득중.
- 후일담 -
그러고보니 이날은 비가 왔는데. 유독 술 약속이 많았다.
민석이랑 이미 약속을 잡은 뒤.
동권이형(회사)가 맥주 한잔 먹자고 해서 거절. "사회생활 X같이 하네"란 리액션을 감상.
집에 엄마한테 늦게 간다고 했더니 "술안주 사놨는데... 아빠랑 마실거다 뿡!"하셨고.
퇴근하기 직전 경운이형(회사)가 소주먹자고 하는걸 또 거절했다.
심심한 날은 아무도 없더니 꼭 약속 잡으면 다들 왜 이래.
이날 비가 와서 그랬던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