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경험 -
오늘은 야유회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비비고 블라인드를 걷으니 바깥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 새벽부터 내린다고 했으니, 이미 제법 왔으리라.
따로 준비할게 있었기에 아침먹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어제 미리 사둔 맥주랑 씹을거리를 차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김밥집에 들려 김밥을 사는 등의 자잘한 일을 처리하고 회사로 가던 찰나에.
회사 바로 앞 신호등에서 있었던 일.
별 생각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흥얼대고 있는데.
갑자기 작은 타격음(당시 느낌은 충격음이라기보단 타격음 같았다)이 들려왔다.
놀래서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특이사항은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 차 뒤에 세워진 트럭이 이상하게 가까워 보였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미루어.
지금 상황은 난 가만히 있었는데 저놈이 와서 쳐박은 상황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단 내가 잘못한게 없으니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우산이 없어서 별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접촉한 부분으로 갔다.
이미 트럭 운전사가 밖으로 나와서 상태를 보고 있었다.
다행히 내 차도, 상대방 차도, 나도, 상대방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벼운 접촉사고였다.
혹시 몰라 연락처를 받아두긴 했지만 아마도 괜찮으리라.
솔직히 조금 놀라긴 해서 한두시간은 두근두근 했는데.
뭐. 그래도 별 일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번 같은 경우엔 난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 사고가 난거니...
사고는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조심하잣.
- 야유회는 포항에서 -
야유회는 작년에 이어 포항 옆의 강구로 다녀왔다.
제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바다니깐.
육지에서 쉽사리 먹을 수 없는 대게랑 홍게 등등을 먹었다.
아. 물론 회도 먹었고 말이다.
작년 11월 쯤에도 야유회를 여기로 와서 한번 먹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1년이나 지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유독 올 한해는 시간이 소름끼치게 빨리 가는 것 같다. 작년은 그렇게나 길었는데)
작년에 왔을 때만해도 영란이 데리고 와야겠다 싶었는데.
그게 벌써 1년이나 지났다니. 게다가 데려오지도 않았고 말이야.
사람 일은 참 알 수가 없다.
여튼 배터지게 먹었다.
- 당신을 위한 것은 당신 만의 것 -
좀 의외라면 의외지만 뜬금없이 준호가 물었다.
너라면 이거 어떻게 하겠느냐. 라고.
옛 연인이 준 선물에 관련된 것에 대한 질문이였다.
물품이면 그냥 쓰면 되지만 편지나 교환일기 같은건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니...
이걸 돌려줘야 하는지, 버랴아 하는지, 갖고 있어야 하는지.
이래저래 고민 중인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내 소신대로 대답해줬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엔.
선물을 줬던 사람에게 돌려준다고 연락하는건 똑똑하지 않은 것 같다.
상대방에게 연락할 핑계거리용으로 쓰는 거라면 모를까(사실 이마저도 꽤 고전적이지만)
이미 헤어져서 추억의 물품이라면 그걸 굳이 돌려주는 것도 넌센스니까.
상대방에게 "쓰레기 좀 대신 치워라"라는 것 밖에 안 될 것 같다.
선물이란건 "그 순간"에 "누군가"가 "누구에게" "마음을 담아"주는 것"일텐데.
그 상황이 바뀐다면 크게 의미가 있을리가 없으니.
그냥 갖고 있던 사람이 버리던가. 추억으로 쓰던가. 둘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냥 다~ 갖고 있다. 추억이잖아?
가끔은 뜬금없이 꺼내보곤 밑도 끝도 없이 추억하고 그리워하곤 한다.
뭔가 틀어져서 헤어졌던 그 순간 보단.
함께 했던 시절을 기억하는게 더 좋지 않겠어?
애초에 "사랑하면 달라붙어라. 질척여라." 라는 주의인 나는.
너무나도 쿨한 사람들과 만나,
사랑하고, 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할 만한 것들이 죄다 그런 선물들 뿐이라. 아끼는 편이다.
그래서 문득 나도 편지를 몇 통 꺼내서 읽어봤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