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조회 수 1002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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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4년 3월 7일에 선산의 한 조그마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다행히도  특별한 것 없이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 귀 하나를 가지고 태어난.

일단 태어날 때는 뭐 하나 이상한거 없이 평범한 녀석 이였다.



아버지께서는 대전에서 태어나셔서 자라신 충청도 사나이였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취직하시면서 구미로 오게 되었다.

당시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원으로 공단이 생겨서 한창 커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얻거나,

혹은 회사들의 이전으로 구미로 오게 되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도 구미로 오시게 된 것이었다.



한편 어머니께서는 지금은 구미로 합쳐진 선산 읍에서 태어나셔서

고등학교 생활까지 선산에서 하신 선산 토박이였다.

선산여고를 졸업하신 어머니께서는 대학진학을 희망 하셨었지만 외가댁이

썩 부유한 편이 아니라서, 대학진학을 못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어머니께서는 선산에서 나와 - 라고 해도 그 근처에서 - 자취를

하시며 회사를 다니시기 시작했는데, 그 회사가 다름 아닌 삼성전자인 것이다.



이쯤 말하면 알겠지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사내 커플로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다.



지금 옛날 사진을 보면 어머니는 그때도 제법 예쁘셨는데.

어떻게 비교적 평범(웃음)하신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꼬셨는지는 좀 미스테리다.

순수한 사랑의 힘인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으신

어머니께서 너무 어리셔서 아버지께 넘어갔는지,

아니면 아버지께서 이 시대의, 아니. 80년대의 진정한 작업 남이라서

결혼에 골인했는지. 어쨌거나. 진실은 알 수 없는 거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꼼꼼함이 마음에 드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구미에서 자취 할 때는. 수첩에 늘 지출사항을 미리 계획해 와서.

그 수첩에 적힌 대로 10원의 오차도 없이 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기억하시길 아버지께서는 늘 회사 버스의 앞쪽에 서서

버스를 타시곤 하셨단다. 자리가 남아도 말이다.

그 이유인 즉슨 버스가 멈추자마자 뛰어가서 회사 식당 밥을 사먹기 위해서 였다는데,

버스에 사람이 워낙 늦게 타서.

뒤쪽에 버스를 타면 출근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 이였단다.

아버지께서는 식사는 절대 굶지 않으셨고,

조금이라도 싼 회사 식당 밥을 먹기 위해서 늘 버스 앞쪽에 서 계시곤 했는데.

그런 모습이 어머니 눈에 띄었다나 어쨌다나.

아버지께서 낭만과 거리가 멀어서. 사실 두분의 이야길 들어보면.

마땅히 낭만적이거나. 로맨틱한 데이트 추억은 아마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휴일이면 어머니를 자취방으로 초대해서 아버지 딴엔

맛있는 - 어머니께선 좀 괴로우셨단다(웃음) -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하곤 했단다.



어쨌거나 이렇게 연애의 시절도 흘러가고.

조금 이른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두분은 결혼식을 올리셨다.

다름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나를 가지셨기 때문이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에게서의 특별한 반대도 없고 해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무사히. 결혼에 골인하셨다.

이때가 어머니께서 23살. 아버지께서 아마 27살 때였을 거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


23살.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어린 나이다.

그 나이에 나를 낳아서 기르셨으니 어머니께서도 나름대로 힘드시기도 했을 거고.

또한 욕심도 굉장하셨을 거다. "~을 거다" 가 아니고. 실제로 그러셨다.
  • ?
    西狂神雕 2004.02.02 16:09
    곧 나도 누구의 아버지가 되겠죠....
    아니면 평생 독신으로...아...암울해...제길...
  • ?
    Kazelohe 2009.01.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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