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2005.02.14 05:19

세월의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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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저 혼자 흐르지 않습니다.

달빛도 산 그림자도 모두 안고 흐릅니다.
강물을 바라다보는

그대 마음도,
내 마음도 담고 흐릅니다

세월도 강물처럼 저 혼자 흐르지 않습니다

자신 속에 잠긴 이들을 모두 안고 흐릅니다.



중학교 들어갔을 때

참 신선한 모습의 미소년을 만났어요.

큰 키에 눈매는 예리했고

헤퍼 보이지 않는 단아한 모습이

당연히 여자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죠.

상급생 누나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던 소년.

뉘라서 그 소년과 좀 더 각별한 친구가
되보고 싶지 않았겠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 한 마디 못했지만...

나도 그 중 한 소녀였습니다.



강물 같은 세월도 덧없이 흐르고

어디쯤인지 헤아리기도 싫은 마음인데,




오랜만에 학교모임에서

그 소년을 만났습니다.

누구라고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면

결코 알아볼 수 없는 모습,

매일처럼 강물에 비쳐 보이는 내 모습은

더 먼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면

변화됐다는 걸 모름이 아닌데도...

어제와는 다르지 않은 듯 여겨지는

어리석은 착각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착각 속의 청순한 소녀 앞에

살이 많이 오르고 앞이마가 많이 벗겨진

빛나는 눈빛 대신 피곤한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성미 급하고 말이 빠른 한 친구는,

"야 너, 아무개 맞니? 아랑드롱 같이 멋있었는데...
이젠 다 망그러졌구나~"

어떤 친구는, "그때 내가 너 되게 좋아했는데..."
중년의 남자는 멋쩍은 웃음만 띄워 보였습니다.


돌아서 오는 길,소녀도 거울을 보았습니다

눈가 주름 잔잔한
웬 중년의 여인이 피곤한 모습으로 건너다봅니다.

‘누구지?’ 낯선 모습에 고개를 젓는데,

따라서
고개를 젓는 탓에 멈칫합니다.


누군가가 말을 건넵니다.

" 넌 그때 참 예뻤는데..."



그 후 난 그 소년을 다시 만났습니다.

맑고 시원한 눈빛을 지닌 소년을,

친구가 입원을 한 병실에서입니다.

소년은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 그 소년을 만났을 무렵의 모습을 간직한

친구의 아들이었습니다.



오늘도 세월의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강물 속에 깊이 잠긴 우리 모습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강이 끝날 쯤에

다시 새로운 물줄기가

강을 따라 들어섭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흘러가겠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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