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잘 안다.
우리부모님이 젊으실때 나를 낳으셔서.
옥이야 금이야. 드실거 안드시고. 입을거 안 입으시고.
수차례 이사하시면서. 어렵게 나를 키우셨고.
이후에도 나를 곱게 키워오신거. 나도 잘 안다.
아니. 사실대로라면 나는 제대로 못 느끼고 있겠지만 머리로는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양으로 자란건 다 내탓이다.
나는 아버지가 정말 멋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도 멋진 분이다. 어머니로서도 그렇지만 아내로서 정말 멋지다고 본다.
내 자랑거리인 상록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족 모두 좋다. 하지만 난 집이 싫다. 집에 가는게 싫다.
철딱서니 없다고 비웃어도 상관없다.
사실 나는 학교 가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할때 면접보는 것 보다. 선배 만날때보다. 교수님 면담할때보다.
집에 갈때 가장 많이 준비하고. 마음 졸이며 간다.
왜 이따위로 컸는지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마인드에 열등감 덩어리인 나는.
집에만 가면 정말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의문이 든다.
실실대고 까불대면 속도 없고 뒤끝도 없나?
철딱서니 없는 사람은 자존심도 없는가.
물론 부모님이 내 눈치 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준호 말을 빌리자면 나도 기생충 라이프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돈 받아처먹는 것만으로도 죄송하다.
그럼에도 또 달라고 하지. 나란 인간은 개념이 없으니까.
요는 잘해처먹는거 하나 없으면서.
그냥 집에 가기가 싫다. 집에만 다녀오면 패배감에 쩔게 된다.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그렇겠지. 허허.
어느날에 그냥 변덕으로 몇글자. 그저 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