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가벼운 말도 곧이 듣는다 -
내가 대외적으로는 싸가지 없고 뭐 그런 성격으로 비쳐지나본데.
의외로 계획성 있고 목표를 잡으면 꾸준히 하는 성격인줄 아나본데 말이다.
의외로 나 단순하고. 중요한 일은 일단 부딫히고 보는 편이고.
무엇보다. 싸가지 없지만. 나 소심해서 늘 당신들 눈치 살피며 살고 있고.
꼼꼼한건지 한심한건지 알 수 없는 성격이라.
당신이 지나가듯이 말한 것도 신경쓰고. 준비하고 그런단 말이야.
비단 누구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그냥 투정.
의외로 쿨하지 못했던지라 몇일전에 못 만난건 결국 징징댔고.
혜진이는 그럴꺼면 깨우지 그랬냐며 반론했지만.
아마 다시 몇일 전으로 돌아가도 나는 도저히 깨울 수 없었을 거란걸 알아서.
그냥 부딫히지 않는 쪽으로 머릴 굴렸다.
그리고 점심때. 혜진이가 재료 사러 시내에 나온다길래.
잠깐 밥이나 먹을까? 하고 물어봤다. 혜진이는 흔쾌히 승낙했고 나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집에서 나가기 전에 확인 전화를 했는데. 영 분위기가 이상해서.
자세히 물어보니 과 사람들이 다 같이 사러가는 거라서.
선배 차 타고 이동한대나 어쨋다나.
날 만나면 다시 돌아갈때 재료를 들고 가는 번거로움이 있겠다 싶어서.
그냥 과 사람들이랑 같이 돌아가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옷을 주섬주섬 벗고. 멍하니 의자에 앉았다.
거 참. 요새 무슨 시즌인가. 엄청 안 맞네... 하고 툴툴대기도 했고.
그러던 중에 혜진이한테 문자가 왔다.
"그냥 점심 먹자!" 음. 기특한 구석이 있네.
하고 다시 준비했지만.
혜진이랑 다시 연락이 된 것은 저녁때나 되어서. 혜진이가 이미 학교에 들어간 뒤였다.
.... 안 좋아. 요즘.
그리고 몇달이 지나서 이미 헤어진 뒤에 돌이켜봐도.
안 좋았다. 이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