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 -
요즘 회사 분위기가 좀 어수선했다.
범용 쪽 사람들이 일이 많아 죽겠다고 늘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었고...
어젠 서과장이 출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어수선했다.
이쪽 사람들의 직업 의식에 대해 언급할일이 이후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다.
이건 뭐 학교 다닐때 개념없는 아르바이트생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나라가 선진국이니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런 근간에는 후진국이나 진배없다.
사람들이 굉장히 치사하다.
그런 환경에 던져진 덕에 적응하는 것도 이유없이 짜증.
물론 내 나름대로 중심을 잘 잡으면 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굳은 심지. 의지. 내가 갈 길만을 똑바로 바라본다는게 어디 쉬운가.
말이 굉장히 돌아갔는데.
어쨋거나 요 근래에는 누군가가 싸운다거나. 잔소리가 오간다거나 하는
표면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지만 어째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징그럽게 많았던 23일자 일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기 때문일까.
오늘 회식이 결정됐다.
- 회 식 -
회사에 입사한지 약 2달 하고 2주. 내가 겪는 공식적 회식은 이번이 세번째다.
자잘한 술자리야 몇 번 있었지만 그런 자리는 공식 회식과 다르다.
공식 회식은 일단 일이 일찍 끝나고(!!) 회식비도 일정 금액 지원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있게 놀 수 있다.
그리하여 공식 회식은 왠지 모르게 행복하다.
술 마시고 논 다는 것보다는 일이 일찍 끝난다는 사실이 기쁘달까.
...이런거 보면 초딩 수준에서 벗어나는게 참 힘들다(-- ))
어쨋거나 세번째 회식이였는데.
왠일로 사람들이 술도 많이 마시고 분위기가 굉장히 UP되어 버렸다.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그간의 회식은 술을 마신다기 보다는 맛있는 것(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고
흩어지는 인상이 강했었다.
그런데 왜일까 오늘 회식은 조금 달랐다.
분위기도 어수선했겠다, 이렇게 왁자지껄 놀고 할 말, 안할 말 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나도 나름 즐겼다.
하지만 입장상 얌전히, 사람들의 말을 듣고 웃으며 술만 마셨다.
놀고픈 대로 못 노는 것도 쉽지 않다. 나같이 가벼운 성격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
어쨋거나 회식은 약 8시 경이 되어서 끝났다.
일반적으로 회식은 한새벽까지 달린다는 인상이 강한 단어지만(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우리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밥만 먹고 헤어지는 일이 더 많았기 때문에
오늘 회식은 술값도 평소보다 많이 나가고 시간도 평소보다 늦게 끝났다.
...비록 8시밖에 안됐지만.
다른 직원들을 대충 배웅하고 동권이형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
평소처럼 택시타고 집에 갈까... 하기도 했지만.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 내일 출근할 때
아버지 신세를 져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그냥 대리운전을 부르기로 했다.
이윽고 동권이형이 회사에 내려줬고 난 대리를 불렀다.
머지않아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했고. 난 대리운전 기사와 함께 차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 뭔가 이상하다. 밖에서 보니 공장에 불이 켜져 있었다.
창문 사이로 빛이 새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회식 때문에 일찍 마쳤으니 아버지께서 뒷정리를 하셨을 텐데.
아버지께서는 불을 켜두고 가실리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머지않아 회사 입구에 도착하고 보니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았다.
그렇군. 아직 퇴근하지 않으셨구나...
문 틈으로 공장 안쪽을 바라봤다.
아버지께서 묵묵히 납품할 물건들을 포장하고 계셨다.
조그마한 물건들도 있기 때문일까 잔뜩 찡그리며 물건들을 살피고,
도면을 확인하면서 포장하고 계셨다.
순간 고민했지만 술 냄새 폴폴 풍기면서 들어가는 게 더 민폐 같아서 차에 올라탔다.
대리운전 기사는 차를 출발 시켰고, 나는 집으로 왔다.
업무가 끝난게 약 5시.
아버지께서는 모두들 회식간 뒤에도 서너시간 가량 혼자서 저렇게 일하고 계셨다는 이야기다.
왜일까. 뭔가 뜨거운 게 차올랐다.
저렇게 열심히 사셨기에 내가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큰 거겠지?
토끼같은 자식과 여유같은 마누라 때문에 요 근래 몇십년을 저렇게 열심히 사셨겠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막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열심히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