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감하지 못하는 저 인간들의 위대함 -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즐거운 잔업!
사람들이 하나둘 퇴근한 이후 경훈이 형이 스르륵 다가왔다.
"오늘 인환이 형네 민석이네 들어가는거 알지?"
아. 그렇군. 주말에 한다고 했었지. 어느덧 주말이구나.
시간 참 더럽게 빨리가네. 으흑.
아. 여담이지만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몇 줄을 할애할까 했는데.
써봐야 그다지 의미없을 것 같고 의미없는 사람들이라 패스.
어쨋거나. 오늘이 인환이형네 회사가 민석이네 회사에 들어가는 날이였던 것.
"아... 그랬었죠. 그런데 왜요?"
"인환이 형이 나랑 너랑 민석이 넷이서 한잔 하자던데?"
"그래요? 알겠어요."
음.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었다.
한인환(한인한인지 한인환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이라는 사람은
예전에 우리집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던데 우리회사 그만두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경훈이형이랑 굉장히 사이가 좋은 듯 하다.
경훈이 형 말에 따르면 사람도 좋고 일도 잘 하고 가르쳐주기도 잘하는,
게다가 폴리텍 대학 교수로도 재직중인 우월한 인재랜다.
개인적으로 아주 우월한 인간은 생리적으로 싫어하는데다가.
이래저래 부모님도 아직은 개인적으로 이 업계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걸 싫어하셔서.
이때까진 이래저래 만나는걸 피해왔는데.
이젠 그 형이 민석이랑 엮인다고 하니 더이상 피할길이 없다는걸 느꼈다.
어차피 볼거. 오늘 보면 되겠지 싶었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대충 여섯시에 일을 마무리하고 경훈이형을 태워서 옥계로 갔다.
이미 민석이랑 인환이 형은 어디 들어간 듯 했다.
둘 다 귀띔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난 운전하면서도 여전히 4명이서 모이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계. 문제의 가계를 찾아서 들어섰더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절대로 개인적인 자리인 느낌을 띄지 않았던 것.
돌아보니 오늘 합병(은 아니고 따로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었다)한 두 회사,
솔로몬 테크와 NC테크의 수뇌진들이 모인 것 같았다.
젠장. 꿔다논 보릿자루가 되어 버렸다.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들은 냅다 소개하라고 하더니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았다.
자기가 누구라는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더라.
게다가 초면에 만난지 5분도 안됐는데 돼지가 어쩌고 하는 것도 사실 불쾌했다.
실제로 돼지라서,
또 내가 나설 자리라서 아무말 많고 가만히 있었지만
정말 스스로가 한심해질 정도로 짜증이 치밀었다.
친구도 아니고 이젠 처음보는 쓰레기들한테도 비웃음 살 정도로 내가 못났구나.
우리 위대한 구미 1등님이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일주일이면 민석이가 나정도는 뛰어넘는다는 말도 멋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미 난 멍청이로 결정된 차에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남을 까내리면서 자신을 올리는 어투 하며.
자기가 구미제일이라고 말하고 웃는 모습들 하며 아연실색했다.
아니 뭐. 술 마셨으니 장난쳤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도 잉여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질이 낮다"라고 느꼈다.
어차피 고만고만한 인간들끼리 모여사는데.
내가 사람의 질을 운운하는건 굉장히 건방지고 스스로도 부족한 행위라는걸 안다.
그런데 그날 느낀건 정말 그랬다.
하지만 이런소리 해봐야 내가 질척대고 있는 곳이.
바로 그런 진흙탕 똥물이지.
이미 들어와버린 이상 뭐라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쨋거나.
나름 기대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경훈이형 말하는대로 멋진 사람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한시간 정도 자리 지키다가 집에왔다.
아. 민석이랑 술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그냘 집에와서 든 생각이라곤 자괴감 뿐.
그딴 쓰레기들한테도 무시당하고 사는구나. 나.
난 그렇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