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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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걸어가야겠다                    /김종제          


높은 담을 기어올라 앉아
날카롭게 손톱 세운 붉은 장미꽃
한 철 눈만 뜨고 살았다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푸르른 소름같은 열매지녔던 회화나무
한 철 귀만 열고 살았다

나는 나는
희디흰 벽지속 감옥에 갇혀
살 다 썩고 뼈만 남은 나는 나는
구토하는 입만 열고 한 철을 지냈다

아아, 한 순간
꽃에게 꽃잎이었던 것과
나무에게 있어 나뭇잎이었던 것
사람에게 있어 절대적인 사랑이었던 것

한 순간 붉은 피와 같은 것들
하늘이나 바다와 같이 푸르렀던 것들
눈(雪)이나 눈물과도 같이 흰 것들    

둥굴게 굴러가는 바퀴도 없이
펼치고 날아가는 날개도 없이
광속으로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냐

나는 나는 맨발로
시간도 멈춰 놓고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걷고 싶다

때로는 그냥 선 채로 잠이 들어서
돌이 되거나 산이 되거나  
지나가는 새들이나 바람에게
한 점씩 적선도 하면서
아주 아주 느리게 느리게

희망을 향해 소원을 향해
너에게로 무작정
느리게 걸어가야 겠다
우리님들 오늘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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