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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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에서 만나다.

비가 왔다. 오늘 일기예보를 확인을 안 해서 우산을 두고 나왔다.
아니. 일기예보 같은 걸 확인한지도 한참이나 된 것 같다.

길을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늘은 우중충한 회색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내게 하늘은 비를 뿌렸다.
얼굴에도. 어깨에도. 등에도. 뿌려진 빗물은 몸을 타고 흐른다.
마치 우중충함으로 온 몸을 코팅하듯.

길에서 그녀를 만났다.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근 2년만인가...?
그때는 하늘이 때리고 싶을 만큼 맑았었는데. 야속하게끔.
지금은. 그냥. 회색이다. 우중충한. 그리고 그녀는 나처럼 홀딱
젖어있다.
바보같이. 이상하게도. 행복하라며.
자신도 새 사람과 잘 살 거라며 가버린 그녀가. 비를 맞으며 혼자
걷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바보 같다.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고.

셋, 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반. 반의 반. 마치 점괘를 칠 떄
좋은 괘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치는 것처럼. 뭐 기대할 게 있다고
거리를 재며 간절히 수를 센다.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심장이 뛴다.
반비례. 울고 싶었다. 울음이 목젖까지 올라오고 터질 듯 한 답답함을
해소하려 소리치고 싶었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물끄러미 쳐다만 봤다. 그녀도 물끄러미 날 쳐다만 봤다.

"잘 지내?"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처음 만났을때 그때처럼.
지나가듯.
"응. 보다시피." 생각보다 먼저 나온 대답. 정말 맛없고 플라스틱같이
건조한 대답에 그녀는 울 듯 말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한없이 서글프면서도 즐겁다.
"미안해. 잘 지내." 그녀는 다시 한마디를 하고는 천천히 내 옆을
지나쳐갔다. 서로의 눈동자를 보며 진심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대화 뒷면의 내심을 파악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리다.
"넌..." 서글픔을 해소하고자 내뱉은 말에 그녀가 뒤돌아섰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너도 이런 상황을 즐기는거니?
유치하고 즐거우면서도 씁쓸한 채플린씨 흑백영화처럼?
말을 잇기 위해. 머리가 어느 순간보다 빨리 돌아갔다.
열심히 그럴싸한 대답을 검색해 보지만.
결과는 '찾으시는 대답이 없습니다.'였다.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선 익숙한 리듬만이 흘러나왔다.
잠시 숨을 고르고. 등을 움직여 몸의 중심을 뒤로 넘겨버렸다.
가장 거만하고 관망하는 자세. 그리고 더 없이 무책임한.
"도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구나."
울 듯 말 듯 한 그녀의 미소가 흐려진다. 어깨가 들썩이려 한다.
예쁜 눈썹이 여덟팔자 모양으로 끝이 쳐진다. 미간이 좁아지며
예쁘게 찡그린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흐른다. 입술이 파래지더니 얇게 떨린다. 손이 입을 막고,
이어 두 눈가를 자시 비빈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막고 고개를 돌린 채
추스른다.

"언제나 그렇잖아." 그러고는 걸어간다. 더 무책임하게. 머릿 속의
리듬만 계속 반복되다 이내 사라진다. 그녀의 모습과 함께.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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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썼던 소설이다. 푸후. 참. 내가 판타지가 아닌
연애소설을 쓸 줄이야. 나도 몰랐다. 근데. 좀. 재미없다.
난 잼있다. 그럼 됬지 뭐. 푸후.
  • ?
    석-_- 2006.08.06 21:43
    시밤;;잼이따-_-계속 써주세효-_-
  • ?
    라인 2006.11.06 17:21
    반년 가까이 지나서야. 문득 이게 와닿는 소설이 되는건 뭐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