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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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

명절에 술 한잔 마시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10년만이다.

내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부터 친척들끼리 명절에는 사이좋게 한두잔씩 마셨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만해도

그나마 명절 전날에 한두집은 왔기 때문에 이래저래 술자리는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사람이 있어야 마시지.

덕분에 근 10년만에 명절 아침에 술기운 없이 눈을 뜨고야 말았다.



음? 명절에 술기운 없는게 좋은거 아니냐고?

근데 아쉽게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숙면을 취하는 것은 아니였던 듯.

술기운과는 별개로 아침부터 잠에 취해서 멀뚱멀뚱 있었다.



잠이 깰 즈음 안방쪽이 부산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제사준비가 한창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그야말로 "사람느낌"이 난달까?

씻으로 가는 김에 안방을 들여다봤더니 둘째 큰아버지네 가족이 와 있었다.

큰아버지, 은경이누나, 은영이누나, 수정이가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성균이형이 왔다.

셋째 큰아버지께서는 병원에 계셔서 올 수가 없다고 하신다.

어젯밤에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던 할머니 댁이 금새 사람으로 꽉 찼다.

물론 좋다. 사람이 온거야 좋지.




근데 어제 뭐 준비할 때는 어머니가 다 하셨고.

정작 아침에 와서 딸랑 제사만 지내고 간다는게 이유없이 얄미웠다.

물론 사촌들은 반가웠고, 간만에 소식도 묻는 것이 즐겁긴 했다.

얄미운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





어쨋거나 세배하고. 제사지내고. 사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성묘를 다녀왔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조금 고생했지만 잘 다녀왔다.

친척들도 다들 여전히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뭐... 그게 다지.

그리고 오후엔 구미에 내려왔다.



여러가지 의미로 씁쓸한 명절이였다.





- 친구를 사촌같이 -

생각해보면 중학교 때 늘 같이 다니던 홍식이는.

고등학교 가면서 자연스레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정말 몇달에 한번 연락하는 사이.

얼굴을 못 본 것은 정말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1학년만 같이 보낸 남억이는.

고등학교 2학년때 대구로 전학갔기 때문에 그다지 오래 겪진 못했다.

그래도 예상외로 지금도 가끔 보면서 잘 지내고 있다.




신기한 것은 지금 자주 못 만나고 연락 잘 안해도.

어딘가 미묘하게 신뢰감이라는게 있다는 것. 뭐.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고 궁금한 것은. 저 신뢰감이라는건 어떻게 쌓는걸까. 라는 것.

홍식이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남억이는 함께한 것은 고작 1년 뿐인데 말이야...

둘다 덕후라서 그런건가!!!!!!




...말이 샜다.

여튼 환경이 끊임없이 바뀌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요즘.

영혼의 교류(푸하핫)의 필요성을 느낀다.

음... 말로 표현하자니 어려운데. 이젠 늘 마주하기 때문에 가까운게 아니라.

뭔가 서로를 이해하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것 같다고나 할까?

근데 난 성격이 글러먹어서 안될거야...



왜 저런 생각이 들었냐면.

늘 함께 할 것 같은 아이들도 이젠 점점 얼굴이 보기 힘들어져서.

준호나 민석이랑도 다 모이는게 이젠 명절에나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변해가겠지만. 그것 외에도 왠지 뭔가 노력해야 할거 같은 느낌이 들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구미에 와서는. 저녁에 준호. 민석이 만나서 술을 마셨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뭘 했는지는 제쳐두고.

어차피 적어봐야 술 마시고 쓸데없는 이야기 한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더 쓰려니 쓸게 없어.







이날 밤은 뭐랄까. 예산을 정확히 다 썼는데.

(웃자고 하는 소리라면 예산을 내가 거둬서 남겨먹으려고 했더니 2천원 오바했다 퉤)

더 놀고 싶었다!

애초에 난 시내의 뉴욕에서 추억을 더듬으며 궁상맞게 놀고 싶었는데.

이녀석들 멀다고 하나같이 나의 소중한(ㅋㅋ) 의견들을 묵살했어!

더 놀고 싶었다고! 술기운은 있었지만 더 취하고 싶었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평범히 헤어져서 집에 와서 잤다.

하긴. 더 마시려고 했는데 근처에 문 연 술집이 없었지.

타이밍을 놓쳐서 흥도 깨졌고...





뭔가 재밌었는데 뭔가 아쉬웠던 설날 술자리.

혹은 난 그냥 편한자리에서 술 마시면서 그냥 폭주하고 싶었을지도.









덧. 발렌타인이였다. 미리 받았으니 받은걸로 치지 뭐...

아쉽게도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주욱 받다가. 작년에는 초콜릿을 못 받았다. 퉤.

덧붙여 올해 여자친구에게 받은 초콜릿은 우리 깜찍이 IU가 광고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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