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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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입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선입관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느끼지만. 이거 정말 무서운거다. -_-


지금 생각하면. 난 왜 그렇게 고3 때. 좋은 학교를 가려고 했을까나.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남들이 좋다니까 좋은거고.

전공을 살려야 한다고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난 그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몰랐다.

막연히 하고 싶은 것이야 있었지만 부모님과 싸우다가 전혀 엉뚱한 곳에 와 버렸다.


1학년 때는 그런 것을 느꼈다. 내 주위의 친구들.

나 보다 "좋은 학교"에 간 친구들.

나 보다 "나쁜 학교"에 간 친구들.

후자 쪽에는 별다른 우월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전자 쪽에는 가끔씩 느껴지는 열등감을 어쩌지는 못했었다.

서울에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좋은 학교.

뭐가 더 좋은 지도 모르면서. 단지 XX대. 라는 이유 만으로 부럽고. 내가 한심하고.

그랬었다. 단지 그 선입관라는 것이 무섭다.


물론 선입관이라는 것은 대체적인 문화라는 것이

  내 머리에 쑤셔 넣은 것들로 이루어졌으니 대체적으로 맞긴 하지만.

너의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더라.


XX대는 좋은 대다. 의사니까. 약사니까. 변호사니까. 능력 있다.

지금 저런 짓이나 하고 있는 걸 보니 학창 시절엔 놀았을 거다.


이렇게 극단적은 아니지만. 나 역시 선입관이 있다.

그리고 가끔씩 그런 내 모습에 정말 놀라곤 한다.


오늘 기름 배달을 따라 갔다. 연립 주택에 배달을 하는 것이였는데.

좀 외진 언덕쪽에 있어서. 기름 차가 들어가지를 못했다.

그래서 호스를 주욱 풀어서 썼는데. 제한 거리인 50m로도 부족해서.

여분의 50m 짜리 호스를 더 연결해서 기름을 보일러에 넣었다.

굉장히 지저분 했다.

외관은 그럴싸 했지만 보일러 실로 가는 통로엔 정리되지 않은

잡동사니들이 즐비했고. 호스를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내 움직임에 따라.

호스에 걸린 가구 - 를 가장한 쓰레기들 - 이 흘러 내렸다.

이런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천박하다고 생각도 안했지만.

그래도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난 좋은 집에 살아야지. 이렇게는 안될거야"

뭐. 이런 생각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는. 이라니.


세 집에 기름을 넣고 잠깐 쉬고 있는데 왠 여자애가 다가왔다.

약간 예쁘장한 얼굴에 파란색 코트를 입은, 그리고 입술이 유독 빨간 애였다.

내가 웃으면서 이름을 물어보자 자기를 주영이라고 소개한 그 아이는.

2004년이 되면서 5살이 되었노라고 했다.

올해로 5살이라면서 손바닥을 좌악 펴고 뿌듯해 하는 애를 보자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여기 살면 불편하지 않아? 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엄마 아빠가 잘 해줘서 상관이 없단다.

이어서 걔네 어머니께서 나와서 시원한 물 한잔을 주셨다.

정말 마음씨 좋은신 분이라는게 그냥 확 느껴졌다.

바로 전에 생각했는데. "이렇게는" 이라고.


얼마나 부끄럽던지. 한때 은영이 한테. 돈 많게 살아서 뭐 하냐.

마음이 풍요로워야지. 라고 잘난듯이 말해 놓고서는 말이야.

그런 생각이 나니 굉장히 부끄러웠다.


이런 사람이 있음 저런 사람도 있는거고.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도 있는 거다.

내 잣대로 이렇다. 저렇다. 라고 생각하고. 더럽느니. 능력이 없느니.

잘났느니. 돈 많이 벌겠느니. 한게 참 후회도 되고 부끄러웠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마는지 주영이는 베시시 웃다가.

내 옆으로 오더니 기름냄새 난다고 휙- 도망가 버렸다.

그래도 다른 집도 배달하고 가려고 하니까 아저씨 잘 가라고 손도 흔들어 주더라.


뭐. 그랬다.

별것 아닌데 오바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고...

덕분에 굉장히 피곤하긴 한 하루다.

매일 이런 식의 배달이면 죽을지도 모른다(웃음).
  • ?
    유키 2004.01.15 21:11
    언제 그런말했다고............................-_-.....
  • ?
    라인 2004.01.16 08:04
    -_-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었다매? 원래 늘 기억못하면서 따지긴.
  • ?
    西狂神雕 2004.01.16 10:42
    그래도 돈이란건 중요하다고 생각....없으면 살아가는 데 곤란한 건 어쩔수 없죠...
  • ?
    유키 2004.01.16 12:22
    그래 나야 뭐 그랬다 치고...........마음이 풍요로워야지........-_-...이건 좀..쿡쿡.
  • ?
    라인 2004.01.16 22:44
    태클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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