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처와 거래처 사람 -
내가 하는 일은 가공품 생산이다.
좋게 말하면 엔지니어라 할 수 있겠고, 나쁘게 말하면 기름쟁이...
음.. 갑자기 학생 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쟁이'와 '-장이'의 차이에 대한게 떠오를듯 말듯...
어쨋거나, 업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할 때는
스스로를, 또 이바닥 사람들을 하류인생이라 여겼지만,
이것저것 보다보니... 그냥 딱 중간정도라고 생각한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어쨋거나. 내가 하는 일은 가공품 생산이다.
근래 우리가 주로 거래하는 a라는 회사는 천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공 및 후처리가 끝나면 포장을 해서, 택배로 보낸다.
거의 매일 택배가 발송되기 때문에 택배 기사님도 물건 수령하러 거의 매일 회사로 오신다.
회사a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이다.
모기업에서 필요한 장비를 회사a에 수주하면, 회사a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기능을 가진 장비를 설계하고,
구매품은 구매하고, 가공품은 우리같은 회사에 의뢰해서 부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납품받은 가공품들과 구매품들을 쿵짝쿵짝 조립시킨 후 테스트, 납품, 실 운용...
지금같은 경우엔, 회사a의 장비가 대부분 구미 삼성 공장에 셋업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충 이런 흐름이 된다.
삼성에서 오더(구미) -> 설계작업(천안) -> 가공(구미) -> 부품들 조립 및 테스트(천안) -> 구미로 납품...
뭐. 이런식이다. 즉 구미와 천안을 (비효율적이게도 ㅋㅋ) 계속 오가고 있는 것.
그래서 우리도 천안에 가는 일이 많지만, 반대로 회사a의 사람들이 구미에 오는 일도 빈번하다.
덕분에 2시간~2시간 30분 거리의 거래처인데도, 의외로 얼굴은 몇번 봐서 서로서로 잘 알고 지낸다.
물론 직접 얼굴을 볼만한 사람들은 실무자인 설계인력들이고.
그 외 고급인력들은 물론 보기 힘들다. 봐봐야 불편하기만 하지만 별 수 없지...
- 그와 소주 한잔 -
회사a에는 기계 설계 하는 사람만 7명이다.
정규직이 18명인 회사니까, 그중 7명이라는 말은 설계 부서가 꽤 크다는 이야기.
애초에 회사a의 사장님도 설계 출신이시고..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은 설계자들이 그린 도면을
형상화 하는 것이다보니, 업무적으로 통화할 일이 잦다.
우스갯소리지만 진짜 폰 정리하니까 통화량이 제일 많은게 친구들이 아니고 회사a의 설계쟁이들이야...
그중 한명이 오늘 구미에 내려왔다.
술 한잔 하는게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시간만 맞으면 상관없노라 응수했다.
그리고 한밤중, 21시에 만나 소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 형이라고 하지 마 -
사실 난 이 사람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호감가고, 괜찮은 사람이다. 아쉽게도 난 첫인상이 좋은 사람과는 깔끔한 끝을 맞이해 본적이 없지만...
이 사람이 입사할 때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처음 설계해서 그렸던 초창기 도면을 보고 신나게 디스하기도 했고...
가끔은 전화해서 동향이 어떤지 소식도 전해 듣고 등등.
이 사람은 사람이 좋다(고 느낀다). 착하다(고 느낀다).
말하자면, 어딘가 괜히 호감가는 그런 사람이다.
술자리도 그리 딱딱하진 않았고, 이래저래 재밌기도 했다. 드물게도 꽤 오랜시간 떠들고 마셨다.
술이 여섯번쯤 돌 무렵,
그 사람이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이사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노라 했다.
하지만 뭐랄까... 확답은 할 수 없었다. ok도, no도 아닌 어중간한 대답으로 시간을 끌다보니 화제가 넘어가 있었다.
나도 재밌었고. 이 사람이랑은 잘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하지만 확답하지는 않았다.
뭔가 사람이 매력있고, 친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시작점이 '사'적인게 아니라 '공'적이였기 때문에, 그 선을 넘어가면 안될 느낌이 딱 들었다.
마치 은연 중에 민석이랑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 안되겠다. 느끼는 거랑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업체간의 윈윈이나 협력, 작업자간의 관계 등등의 이야기는.
오히려 '너무 이상적인거 아니예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희망에 차 있어서.
그런 이야기에 '그딴게 가능하긴 한가'라고 먼저 생각하게 된 내 자신을 좀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즐거웠고. 더 가까워졌다고 믿긴 하지만...
그래도! 형이라곤 하지 마요! ㅋㅋㅋ
아. 인간관계라는거. 참 어렵구만.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