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서 만나다 -
전에 혜진이 만나러 천안 갔을 때 깜짝 놀랬던 것 중 하나.
사실 영란이가 -습관적으로 란이라고 쓴다. 이건 고쳐야 할텐데 -
가끔 천안을 추억의 도시라고 표현했는데.
내색은 안했지만 난 별로 그에 대해 공감했던 적이 없다.
뭔가. 천안이라는 도시는.
내 인생에서 전혀 계획에도 없던. 그런 도시였다.
처음 천안에 간건 군대 휴가 나왔을 때 혜진이와 만나려고 간 것이였고.
이후에도 한동안은 연인이 천안에 있기 때문에 갔던 것 뿐이였다.
결과적으로 천안에 살게 된 것은 편입때문이였지만.
그 편입자체도 반쯤은 혜진이가 이유가 됐었던 것 같다.
물론 전후사정 제쳐두고 연인관계는 이후 오래가지 못했지만서도...
여튼. 그런 의미로.
천안이란 도시는 다른 의미로 내게 영향이 큰 곳이였다.
그런 천안에 얼마전에 혜진이 만나러 갔을 때 굉장히 놀랐던 것은.
의외로 영란이랑 다닌 곳도 많았구나.라는 것.
...왜 이런 이야길 뜬금없이 쓰게 됐느냐면.
요즘 내가 그런 걸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 왠만한 곳은 다 같이 가 본 것 같다.
2번가에 한 블럭블럭 식당이나 술집, 그 외 이런저런 장소들.
금오산. 회사. 이곳저곳.
내 발이 닿는 곳은 왠만하면 다 한번씩은 같이 가봤구나. 라는걸 최근에야 느꼈다.
그래서. 음. 그냥 생각했다.
별다른 생각한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면 생각해야지 어쩌겠어.
다행이다 싶었던 건.
내가 싸가지 없는 남자친구였던 덕에 대전에선 별로 만난적이 없었던 것.
대전에서 만났던 건 하나같이 사이가 안 좋을 때 뿐이였다.
반대로 말하면 그녀석에겐 그다지 날 추억할만한 것들이 없다는 것.
아마 이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질테지.
이유없이 다행이다 싶었다.
길을 걷다.
길에서 만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