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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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쏘다니는거 귀찮습니다 -


 업무차 김천, 대구를 다녀왔다.

 

 한방향이면 좋을텐데, 김천은 구미에서 북쪽. 대구는 남쪽이라 짜증이 났다고나 할까...


 업무라고 해봐야 뭐 전해주는게 끝이였던터라, 실제 일에 소요되는 시간은 기껏해야 5~10분 내외였다.


 귀찮음을 무마하고자 김천시민 영란이를 회유하려 했지만 단칼에 거부.


 애초에 설명이 두리뭉실했던 터라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도움 준 적도 있다 싶은데. 


 저런 시덥잖은 부탁하나 못 들어주나 싶기도 하고. (-- ))




 뭐. 어쨋거나 귀찮게 왕복했다. 


 김천은 운전해서. 대구는 기차타고~.


 대구는 간만에 들린김에 오프라인 프라모델 매장에 잠깐 들렸다.


 인터넷으로 구하기 힘든, 나름 귀한 - 옛날 킷이라 품질은 엉망이지만 - 킷을 하나 구해서 기분이 좋았다.






 - 연애세포가 꿈틀꿈틀 -


 대구에서 구미로 오는 기차에 올라탔다.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많다.


 기차에 올라타 사람들 사이에 치였던터라 답답함을 느끼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쿵짝쿵짝. 음악이 귓구멍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러던 중 눈 앞에 있는 어떤 여성분이 눈에 띄었다.




 딱히 미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귀염상도 아니다. 정말 평범...


 머리는 긴 생머리. 찰랑찰랑.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아무렇게나 둘러멘 가방.


 평범하고 단정하다. 


 '와아- 내 취향이다' 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구미까지 오는 30분여 동안. 멍- 하니 쳐다봤다.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것 보니. 원래 무뚝뚝한 성격일 것 같다. 나아가 남자친구 따윈 없을지도?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 이어폰이 없거나 휴대폰에 음악을 넣어다니진 않나보다.


 아니면 평소엔 기차니 뭐니, 장거리를 이동하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등등.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있었다.



 대구에서 출발. 왜관. 약목을 지나며 기차안의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바로 앞에 빈자리가 생겼고. 그 여자분은 그 자리에 앉았다.


 그제서야 그 여자분의 기차표가 보였는데, 목적지는 상주. 그리고 약목부터는 좌석으로 표가 끊어져 있었다.


 별 생각없이 그 여자분이 앉은 자리 뒤편에 서 있었는데, 근처의 할머님께서 나를 톡톡 치셨다.


 저 멀리 빈 자리가 있으니 가서 앉으라고 하신다.


 ...아아. 이 고마운 친절이 왜 이리 미묘한 것일까. 


 거부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어서 순순히 빈 자리에 가서 앉았다. 

 



 머지않아 방송이 나왔다. 다음 정거장은 구미라고 한다.


 아. 이제 내려야 하는구나. 에이. 뭔가 아쉽네. 하며 내리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곤 성큼성큼 그 여자분께 다가갔다. (지금 생각하니 참 뜬금없었다)


 뜬금없는 행동에 여자분이 표정으로 "?"를 그렸다.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저 이제 구미에서 내리거든요"


 "네..."


 "그래서 제가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요"


 "네...?"


 "연락처를 받고 싶습니다"


 ...라는 말이 떨어진 뒤,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당황스러운 표정의 여자분이 보였고.


 승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내가 내 폰을 내밀었다.


 여자분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폰을 받지 않았고. 


 그 사이 기차가 도착한 터라 고개를 꾸벅- 하고 내렸다. 




 상황이 끝나고 나니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에이. 누가 한번에 번호를 주겠어. 한번쯤 더 물어볼걸.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지만. 또 물어본다한들 결과는 똑같았을거고. 기차는 그사이 유유히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긴장했던 탓에 목소리나 말투가 너무 우스꽝스러웠던 것 같다.




 하루 지난 지금. 


 일기를 쓰면서 그 여자분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 것 보니.


 아마 전에 민석이랑 술 마시면서 '저 알바생 완전 귀엽지 않냐?' 하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였던 것 같다.


 아니. 애초에 감정이긴 한가... 


 어쨋거나. 스스로도 그 용감함과. 그 개쪽팔림이 신기하다.




 그 여자분은 나같은 키작고 못생긴 씹돼지가 찝적거려서 불쾌했을까. 


 아니면 친구들이랑 한번 수다떨고 지나갈 이야기 거리일까.


 


 한편으론 그래도 마음속에 연애세포가 남아있긴 한가보다- 하며 안심했다.


 음... 결론은. 그냥 이상한 짓 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