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는 날 -
어제 일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해 오늘도 출근했다.
원래대로라면 어제 다 끝냈어야 했지만. 어쩌다보니 일찍 퇴근했던터라...
일단 맡은 일은 끝내야 하는고로, 오늘도 출근했던 것.
두어시간이 지난 뒤 일이 끝났다.
출근할 때만 해도 하늘이 어둑어둑한 정도였는데. 일을 끝내고 밖을 내다보니 아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말이긴 하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서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빗소리가 타닥타닥타닥 들린다. 이따금씩 얼굴로 빗방울이 튀어오곤 한다.
특히나 비오는 날은 흐린 가운데 옅게 퍼져나간다. 숨을 후- 하고 내쉰다. 입에서 하얀 김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춥다.
뭐하지. 마땅히 할게 없네.
...하던 차에 휴대폰이 위이잉 울려댔다.
몇일 전 일기에 썻듯, 이젠 진동으로 카톡인지, 문자인지, 전화인지 구별할 수 있다.
이건 카톡이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우울돋네.
그래서 나는...
호구력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나의 패시브 스킬.
- 칭찬은 칭찬 -
민석이가 오늘 창균이 형이랑 밥 먹었다고 한다.
둘이 먹은건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창균이 형네 회사 사람들이랑 함께. 창균이 형이 사는 자리였댄다.
동권이 형이 지금 창균이형이랑 같은 회사 다니고 있기 때문에.
민석이도 오늘 동권이형을 보고 온 듯했다.
신나게 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이야기만 했다고 한다.
밖에 나가서야 이야기 할 일 없지만. 민석이한테 이야기하거나 회사 내에서 언급할 땐 주로 까댔는데. 왠지 미안했다.
...는 개뿔. 민석이나 내 친구인거 아니까 정치적인 멘트만 신나게 날렸구나. 하면서 툴툴댔다.
몇 번 일기에 언급한 듯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형의 특이함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다.
어차피 세상에 특이한 사람 널렸고(나 포함해서). 본인이 한 말에 대한 행동만 지켜내면 딱히 문제없다고 생각했었다.
나한테 민폐끼친거 정도라면. 영란이랑 헤어진 뒤에 그 형이 때때로 영란이에게 연락했던 것 정도 뿐이다.
노래를 받아주거나 야동 구해줄 땐 꼬박꼬박 뭔가 사례를 받았고. 이래저래 뭔가 많이 얻어먹기도 했다. 이래저래 교류는 많았다.
나름 편했던 사람이라 업무적으로도 편했다. 살살 달래거나 치켜세워주면 다 해줬으니까. ㄱ-
사실 그만두기 전에는 박부장의 주도하에(?) 사실상 왕따나 다름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박부장도 크게 다를바 없었던지라(적어도 그 상황에 한해서는) 그려려니 했었기에.
업무 시간 외 쉬는 시간에는 주로 나와 시간 보내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이후 연봉협상에 대하는 태도도 엉망이였고. 퇴사할 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짐을 빼서 야반도주했다.
말과 행동이 '같은' 특이한 사람은 좋아하지만. '입만 산' 특이한 사람은 짜증난다.
계속 전자라고 생각해왔는데. 한순간에 후자로 돌아서면서 정이 딱 떨어졌다. 어차피 퇴사했으니 나랑 상관없는 인간이기도 하고...
퇴사한 이후 한두번 연락해봤는데 무시해버리길래 나도 삭 to the 제.
...였는데. 의외로 이바닥이 좁아터져서 소식은 계속 들려오는게 유머.
뭐. 그래도 입에 발린 소린들 칭찬 자체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비록 그 이야기가 '5년 뒤엔 구미 1등이 될거다'라는 둥의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지만서도.
그건 그렇고 입사한 직후에 대칭 프로그램 짠건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거야.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