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쳐보이는 모습 -
짜증이 났다. 왜 저렇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말을 섞지 말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올라왔지만, 흘러버린 물은 담을 수 없다고 했던가.
그다지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판 남도 아닌터라 처음엔 그저 반가웠다.
얼렁뚱땅 30대라는 나이에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 물론 난 아직 파릇파릇한 20대! - 아직도 저리 산다.
돈이 있니 없니, 사는게 힘드니, 일이 짱나니 하는 투정이야 이해하지만.
놀고 쳐먹으면서 세상 탓 하는 것도 꼴보기 싫었고. 자랑스레 여자친구 등쳐먹는 이야기 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다.
남자끼리 섹스이야기 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왠지 고깝게 들렸다.
'그리 돈 없어 힘든데 담배값이랑 콘돔값은 있나봐?. 차라리 막일이던 아르바이트던 일을 해라 병신아'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얼른 적당히 둘러대고 내 갈길을 갔다.
기본적으론 다들 털어서 먼지 나올 구석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이야기 한두번 들어본 것도 아닌터라.
남들은 20살 넘으면 뭔 짓을 하고 살아도 괜찮다(물론 합법적 범위 내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의 나는 왜 그리 짜증이 났던걸까.
그 이야기 속에서 다른 것들을 비추어 봤을지도 모르겠다.
...짜증이 났다.
-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 -
뉴스를 보면 보통 댓글도 같이 보곤 한다.
딱히 여론이 궁금한 건 아니지만, 아마 흥미 위주로 보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공격적이고, 생각없이 싸지르는 댓글들. 재밌는 것도 사실이니까.
취업률에 관련된 기사였던 것 같은데. 베플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다. 시발 우리 부모님은 왜 이따위 밖에 안해주냐'는 이야기.
...뭐. 솔직히 인정한다.
부모님이 이래저래 여유가 있으시면. 그만큼 나한테 혜택도 많고. 여유도 생기는 것. 다 맞는 말이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께서는 한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셨고. 큰 일들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오신덕에 그래도 잘 버텼다.
등록금 못내서 걱정해본 적 없고. 용돈이 끊겨서 안달복달했던 적도 없다.
내가 학창시절에 줄창 아르바이트 했던 것은
하나는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어서. 둘은 내가 돈을 멍청하게 써서 늘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래. 난 우리 부모님 덕 실컷 보고 있으니, 저런 말 자체는 인정한다.
그런데 현재 자신의 상태가 불쌍한 것을 왜 부모님께 돌리지?
지금 시대라면 모를까, 우리나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고.
상위 1% 사람들이 아니고선, 다들 이래저래 힘들게, 열심히 사시며 일궈오신 분들이 많다.
자신도 그리 열심히 살면 되잖아. 해보지도 않고 왜 키보드로 지랄이야.
누가 자기 입에 떠 넣어줘야만 뭔가 되나?
늘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시고, 늘 연인이 달래주고 입혀줘야 하나? 도대체 언제까지?
안그래도 기분 안 좋았는데.
댓글들 보며 남탓하는 그 태도에 괜히. 평소보다 과하게 짜증이 났다.
평소라면 남들 개소리는 개소리로 들으며 그냥 즐거워했을텐데. 거기에 반응해서 이리 짜증을 내다니...
이런거 보면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내 인생이나 신경쓰자.
내 인생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