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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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술을 마셔보다 -


 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머리도 아프고. 목도 따끔따끔하고. 코도 막혀오고... 무엇보다 으슬으슬한게 짜증이 났다. 


 할일이 태산인데. 감기 같은거 걸릴 여유 없는데 말이다. ㅋ


 한편으론 감기 걸린다는건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이야긴가... 하면서 히죽히죽.




 왜일까. 문득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쁜건 태어나서 처음...은 아닐거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런데 불쾌했다.


 입에 쓰디쓴 술을 밀어넣고, 취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뒹굴어버리고 싶었다.


 


 '술 먹자!'


 키 패드를 누르고 전송을 눌렸다. 머지않아 대화창에 뜬다. 뾱.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급 약속은 안되는 마음약한 유부남 하나.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버렸다는 유부남 하나.


 음... 전화번호부와 카카오톡 목록을 이리 저리 넘겨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은 패스.




 잠시 고민하다가. 퇴근할 무렵, 경훈이형한테 이야길 했다.


 별다른 약속 없으면 술 마셔요-


 경훈이 형은 데이트 약속이 있댄다. 마침 여자친구가 나 보고 싶어하니까 같이 보자고 한다.


 음... 그래도 은근 보수적인 나는 첨보는 사람 앞에서는 깽판칠 수 없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했다. 


 오늘은 민폐끼치고 싶은 날이지, 누군가를 소개 받을 날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몇시간 발악해봤지만 없다.


 나름 열심히 호구짓 하고 살아도 남들이 보기엔 그저 싸가지 없는 놈이란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필요할 때도 쓸쓸해야 하나 싶어서 서글펐다. 


 -물론 남들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저땐 삐뚤어져 있기도 했고. 당장 내가 서글프니 남 사정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술 먹자.





 하고 집 근처 술집에 갔다. 황금 시간대라서 혼자는 곤란하댄다. 종업원에게 물었다.


 '혼자라서 곤란한건 별로 안 시켜서 그런건가요?'


 별다른 대답은 없고. 난처함과 접대가 뒤섞인 어색한 미소만 보인다. 나도 답을 듣고 싶었던건 아니였지.


 대충 제일 비싼 안주 두어개랑 술을 시켰다. 벌컥벌컥 마셨다.


 계속 마셨다. 들이부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밤은 참 적막한 밤이였던 것 같다.


 평소엔 잘 못 느끼고 살고 있다가도. 문득 느껴지는. 내 자신의 초라함과 불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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