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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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 당신의 이야기 -

스스로 얼마나 작은 인간인가 깨닫게 됐던 저녁.

내가 아는 것이 무조건 맞다고 우겼다가 내 말에 내가 무릎꿇었던 저녁.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 느꼈던 밤.

내 생각의 편협함에 치를 떨었던 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전혀. 마음 아플 일이 아니였음에도.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걸었다.

빗속을 걸었다.

예전에도 왔던 길. 예전에도 걸었던 길.



구미 고등학교.

구미역.

금오산.

계속해서 주룩주룩 걸었다.



뭐랄까. 마음에 막 응어리진게 몇일이고 날 괴롭힐거 같아서.

게다가 왜 아픈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플 일이 아니고 아파서도 안될 일인데.

그런데 아파서. 걸었다. 주룩주룩.



집에 오는 길에 구미역에 들렸다.

순경인지 수위인지 직원이 흘깃보더니 물이 뚝뚝 떨어지니 눈치를 줬다.

시계를 봤다. 이미 꽤 늦은 시간이였다.

이제 저곳을 지나올 일은 없겠지?



그래도 다행히 아주 춥진 않아서. 몸이 막 식는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그만큼이나 걸어다닐 수 있었겠지.

집에 가는 길엔 좀 힘들어서 택시를 타려했는데 너무 젖어서인가 태워주지 않더라.

에이. 폼나게 걸어가야 하는데 뭔가. 현실은 영화같지 않구나.

옷이 너무 젖어서 올록볼록한 살도 보기 싫고...

민석이 불러서 맥주한잔 사달라고 징징댈까 하다가 종일 같이 놀았는데. 미안해서 참았다.

젖을까봐 들고나오지 않으려 했지만.

혹시 몰라 챙겨나왔던 휴대폰도 살짝 젖어 있었다.

뭐. 다행히 휴대폰이 젖지 않도록. 휴대폰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집에오니 좀 으슬해서 샤워를 했다.

그래도. 뭔가 씻겨내려간 것 같아서. 춥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하고.

확실히 비를 막 맞고 다니던 20살 때와 달리. 지금은 힘들구나...

으으. 그래도 마음은 개운하다.



조금 더 어른이 되어서.

이런 번거로운 짓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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