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 -
...생각해보니 2월 15일 일기에 썼었지? 첫사랑 이야기.
약 2주 동안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왠지 연락처를 알게되는건 반칙 같아서, 블로그 안부글로 이야길 했다.
내가 그 아이의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또 그 아이가 내 블로그의 안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생각해보니 메일로 쓰는게 낫지 않았으려나. 싶긴 하지만...
뭐. 어쨋거나 서로 생각은 비슷햇던 듯,
연락처 같은건 서로 묻지 않았고. 시시콜콜 이야기만 계속 나눴다.
잠시나마 풋풋했던 고등학생 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달까.
많은 일이 있던 요 근래였는데.
아무렴 어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래저래 마음은 참 평안해 졌다.
그리고 만나기로 했다.
사실 선뜻 만나기로 해서 좀 놀랐다.
예전엔 만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소극적인 녀석이였는데.
...뭐. 하긴 이젠 여중생도 아니고. 28살이나 된 처녀니. 변할만도 하겠지.
원래는 그녀석이 구미에 오고 싶어했지만.
구미까지 오가면 1박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얼추 중간지점인 천안에서 만나기로 햇다.
천안이라. 혜진이나 영란이 외의 일로도 가게 되는구나. 신기하다.
참 미묘한 도시야.
- 2012년의 그녀 -
변했다...고 해야할지. 변하지 않았다고 해야할지.
애초에 그리 자주 만나던 사이가 아니라서.
분명 변하긴 했지만 딱히 뭐가 변했다. 라고 와닿는 건 없었다.
철딱서니 없는 말투며. 행동거지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한결 같은 느낌에 웃음이 났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 먹고. 술 한두잔 마시며 계속 이야기만 나눴다.
뭐 하나 한거 없이 계속 이야기만 했는데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취직 이야기. 공부 이야기. 지난 연애 이야기. 이별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했다. 아차. 집에 가야지.
이야기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다니. 신기하네...
이런 경험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어쨋거나 다행이다.
1999년의 그 아이는. 무사히 2012년의 그 사람이 되었구나.
- 1999년의 나 -
옛날 일을 이야기하다 느낀건. 서로 첫사랑이라 그런지.
서로에 대해 굉장히 많은 포장을 해 두고, 좋을대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차이라면 나는 "1999년의 그 아이와 2012년의 그 아이를 동일시" 하고 있다는 것.
그 아이는 "1999년의 나와 2012년의 나를 구별"하고 있다는 것"
1999년의 나-
그러니까. 라인은. 굉장히 친절하고 다정하고 아는 것 많은.
정말 세상 누가 와도 이길 수 없는 그런 사람이랜다.
원빈보다 낫다던 누구누구의 드립이 생각났지만 바로 머리속에서 지웠다. 이제와서 뭘...
나는 환상을 깨지 않으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 아이는 환상을 깨지 않으려 그때의 나를 가둬둔게 아닐까.
뭐. 하지만 이야기 나눈 것 자체는 즐거웠고.
서로의 지금도 잘 알았고. 서로의 환상도 깨지 않았으니 나름 유익하지 않았나 싶다.
몇일 뒤의 나는.
소심한 마음에 '1999년의 나'를 '라인'이라 단정짓고, 지금의 나와 분리,
즉 다시는 그 필명을 사용하지 않으려 들었지만 결국 포기.
지금은 그냥 그런대로 지내고 있다는 후일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