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를 껐네... -
널 너무나 사랑해서. TV를 껐어.
새빨간. 네 입술.
보통 사람 -주로 헤어진 연인- 을 기억할 땐 특정 노래와 연결해 기억하곤 한다.
연인이라도 연애중엔 그다지 매칭을 시키지 못하다가. 이별을 하면 조금 시간이 지난뒤. 어떤 노래와 연결시켜 기억하곤 한다.
추억이 담긴 노래인 경우도 있고. 나 혼자 울고 웃을 때 공감했던 노래도 있고. 선정 기준은 제각각.
그리고 이 사람의 경우엔. 리쌍의 'TV를 껐네'.
원곡 가사가 제법 야해서 19금판정을 받은 곡이지만.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발매 당시엔 별다른 제제가 없었던터라 활동할 건 다 했었다(..).
물론 그 사람이 야해서. 혹은 그 사람이랑 야하게 놀아서 이 곡과 연결시킨건 아니고(오히려 야해봤음 좋았겠네! 헿!).
그냥 노래 가사중 '새빨간 네 입술'이 묘하게 일치하는 것 같아서.
엄밀히 말하면 립스틱색이 새빨간거지만.
널 너무나 사랑해서. 난 TV를 껐어.
새빨간. 네 입술.
- 메일. 편지. -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녹색 표시등이 켜졌다. 네이버 관련 알람인가보다.
대기화면을 터치하니 메일이 왔다고 표시되어 있다. NEW 표시가 된 메일 아이콘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지금 메일로 알람이 뜨게 설정된 사람은 한명뿐인데. 그 사람이 메일을 쓸 리가 없는데...
하고 터치해서 메일 목록으로 들어가본다.
그 사람이다.
잠시 고민했다.
왠지 메일을 클릭하면 휴대폰이 폭발한다거나.
온갖 까는 멘트가 적혀 있다던가. 저주가 한가득 적혀 있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웃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이 메일에 어떤 글자들의 조합이 들어 있을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눌렀다.
다 읽고 습관적으로 답장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뒤로 가기를 눌렀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또 무슨 말도 해선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표현방식과 본질은 살짝 다를지언정. 호감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감정이 제대로 섞이지 못한. 복잡하면서 간단한 이야기.
비겁하고. 겁쟁이에. 서투른 두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글을 읽고 있자니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살면서 언제 또 글빨. 말빨. 얼굴빨. 소리 들어보겠나 싶어 웃었다.
마지막으로 보내준 편지도. 마지막으로 보내준 메일도. 어느 쪽이던 기운을 차리게 해 준다.
겨울은 너무 춥다.
여름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언제 따뜻할 때. 느긋히 다시 들러.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다.
그 사람이 여기저기서 날 기억하다 천천히 지워버릴때 즈음. 난 그 자리에서 지금을 곱씹어 보지 않을까.
정선씨.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