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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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위 -


 민족의 양대 대명절 중 하나인 추석.


 올해 추석은 어째 날이 기똥차게 맞춰져 있어서 길고 긴 연휴를 자랑한다.


 어릴 땐 연휴 첫날, 즉 명절 전날에 할머니 집에 가서 다들 제사 음식도 만들고. 친척들끼리 놀고. 


 둘러앉아 윷놀이(나 고스톱...)의 게임을 한다거나, 다 같이 모여 술을 마시던가 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명절이 참 즐거웠다.


 오죽하면 명절보다 명절 전날의 달림을 더 기대하곤 했었을까.




 결혼하면서들 소원해진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레 소원해졌다.


 비단 우리집안 뿐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집들도 명절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우리집안은 조금 더 콩가루라고 생각한다)


 


 친척들끼리 놀던게 그리워 명절 외적으로 애들끼리 모이는 자리를 몇번 만들어보곤 했지만,


 그마저도 2년정도를 끝으로 더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인생이 다 그렇다.


 나도 이젠 마음이 식어 그딴 자리 만들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생각하면 참 서글픈 일이다. 어쩌다 이리 됐는가. 피보다 물이 진하다는건 그저 옛말이 아닌가 싶다.






 - 그것은 제사 -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내가 국민학생일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어렴풋이 이미지만 기억한다.


 할머니께서는 내가 군 제대한 이후, 편입한 뒤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비를 보면 돌아가신 날짜가 무려 20년이나 차이난다.


 덕분에 할머니는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살아계실 때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어쨋거나 그런 이유로,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제사가 있었고.


 그땐 교과서에도 차례니, 성묘니 하는게 있었던터라 명절에 제사 지내거나, 성묘가는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는 어머니들이 그리들 고생한다는 개념은 전혀 없었지만...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명절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더이상 친척들은 명절 전날에 모여 담소를 나누지 않게 되었고. 명절 당일 아침 일찍들 와서 제사 지내고, 성묘하고 헤어졌다.


 길게 잡아 반나절이니까. 1년에 친척들을 보는 시간은 넉넉잡아 만 하루 정도 뿐이다.


 




 - 나도 그건 하기 싫어 -


 이번엔 큰어머니께서 제사음식 만들기 힘드시다고, 각 집마다 제사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오라고 하셨댄다.


 우리집에 배당(?)된건 산적이라, 어머니께서 소고기를 사다가 산적을 만드셨다.


 일단 제사는 어찌어찌 넘겼는데, 당연히 화젯거리에 올랐다.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부조리함은 다음과 같다.



 * 예전부터 비협조적이였던 특정 집에는 아예 제사음식을 만들어 올것을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 엄연히 장손의 아내, 맞며느리가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것.



 듣고보면 납득이 가는 부조리함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종류와 형태는 조금 다를지언정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즉 제사가 '하기 싫은 일'이라는 인식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제사도 꽤 간략화 된다고 한다.


 우리집안만 해도 더이상 제사음식을 위한 동그랑땡이나 전을 반죽부터 만들지 않는다.


 어릴때 먹던 맛있던 수제 동그랑땡은 이제 그냥 냉동식품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근게 그건 이해는 된다.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 우리 부모님은 제사 지내드리고 싶은데.


 나중에 결혼할 사람이 그걸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득 그대 -


 문득 그대가 떠올랐다. 교회에선 죽은 자에겐 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당시에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제사 자체도 지낼 수 없다는건 좀 섭섭했던 것 같다.


 무엇인가 다른 생활방식에 따른 갈등....


 그건 과연 무엇이 정답이였을까. 이제와선 의미없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아아.


 명절이 명절같지 않다. 그래서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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