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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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이 아니고 술 -

오늘은 기름쟁이의 낙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요일.

그나마 일찍 끝나는 날이다.



일이 끝나고 뒷정리하고 있는데 민석이한테 전화가 왔다.

민석이게 제안한 건 "밥"이 아니라 "술"이였다.

민석이랑 술 마신거야 뭐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밥이 아니라 술로 이야기 꺼낸건 꽤 오랫만이다 싶어 낯설었다.

한편으론 그래서 뭔가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었다.

"오늘은 마셔야해!" 뭐 이런?

목소리 톤을 봐선 딱히 안 좋은 일이 있어보이진 않았고...

잠시 생각한 뒤에 "그래, 한잔하자!"로 마무리지었다.




원래는 보쌈인지 곱창인지를 먹으려고 했는데,

워낙 유명한 식당이라 그런지, 도통 자리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결국은 고량주 먹기로 결정. 민석이네 집 앞의 중국집에 갔다.



그래도 대학 다닐땐 학교 근처에 하나씩은 중국식 주점이 있곤 했는데,

구미에 온 뒤엔 한번도 보지 못했다. 구미엔 없나? 그렇지는 않을거 같은데..

뭐 어쨋거나. 덕분에 이렇게 중국집에서 고량주 한잔~!





- 넌 내 생각보다 날 잘 알고 있다 -

탕수육 하나 시킨 뒤 자그마한 잔에 술을 따랐다.

꽤 오랫만에 마시는 것 같다. 전에 광철이형 병원 보낸 뒤 처음인가?

(이리 쓰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꾸미거나 과장한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ㅠ_ㅜ)

한잔 들이키니 고량주 특유의 싸한 맛이 목 안쪽을 뜨뜻히 채워온다.

그래. 술은 역시 이렇게 공업용 알콜 맛이 나야지!

다시 빈 잔에 술을 채우며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눴다.



영란이 이야기.라던가.

혜진이 이야기.은영이는 편하게 친구처럼 보고 지낼 수 있는데

혜진이는 쪼금 미묘하다는 내 말에 민석이가

"그게 군대 다녀오기 전과 후의 차이다" 라고 한게 왠지 모르게 감탄 및 공감.

같이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라기 보단 욕?).

이젠 머지 않은 민석이의 결혼. 연애담.

친구들 이야기.

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새삼스레 느끼지만.

오랜시간 함께하다보니, 내 생각보다 날 더 잘 알고,

내가 채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배려해준다는게 느껴졌다.

딴 건 몰라도 친구들은 참 잘 뒀다.



또 그런 친구들 중 한명이 구미에서,

또 나랑 같은 분야에 있다는게 어찌나 마음 든든한지.

앞으로도 이정도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 헤어졌다.

뭐랄까, 간만에 상쾌하게 마신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았다.





- 친구 이야기 -

아쉽게도 난 살찐 돼지라서 이래저래 금주 및 제약이 좀 있다.

덕분에 고량주에 섞여있던 알콜 분해를 위해 집에 도착한 뒤 운동을 결정.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집에 도착하고보니 준호한테 카톡이 와 있었다.

추운 날씨. 이녀석도 술 한잔 땡기나보다.

다들 생각하는건 비슷하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통화버튼!



이녀석도 함께였음 참 좋았을텐데.

입빨까는거 빼곤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참 아쉽다.

힘내라. 내일은 밝다.

...라고 믿고 살자. 언젠 인생이 평이했더냐.

지나고보니 그때가 평이했었다...라고 되새겨 볼 뿐 아니더냐.

그나마 우린 늘 달려왔으니. 조금 더 달려보자.





- 동생 이야기 -

상록이랑도 통화를 했다. 실험 때문에 뭐가 문제가 있었던 듯.

굉장히 심기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요즈음의 고충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이럴 때 형으로서 확 해결해준다던가.

혹은 깔끔하게 마무리, 위로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럴때 나의 세치혀는 어찌나 가벼운 소리만 하는지...

힘내라. 달려라. 눕기엔 너무 멀리왔고, 포기하기엔 골인점이 코앞이다.

조금만 더 힘내라.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네 열정이 부럽고 대단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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