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직장 상사는 다들 나쁜 사람 -
군대 있을 때. 다행히 내 바로 윗 선임은 상식인(?) 이였다.
내가 해상병 493기였는데, 당연히 부대에 배치되었을 무렵, 내 교육 담당은 492기들의 일이였다.
2명이던 492기 중 한명은 후에 전출되어 다른 부대로 갔고, 남은 한명은 전역할 때까지 같이 생활했었다.
그 이름은 통신병 성대명 수병.
나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군대에 늦게 온 편이라 나와 같은 02학번이였다.
굉장히 엄했지만 사리분별이 확실한 사람이라 쓸데없는 일로 날 갈구고 하진 않았다.
적어도 내가 까이는 일은 까이면서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였고.
신기하게도 기분 나쁘게 까는게 아니라 혼나는 느낌이 드는 듯한(?), 뭔가 반성을 야기하는 그런 까임이였던터라.
신나게 박살나도 딱히 꽁하게 되는 그런 일은 없는 사람이였다.
종종 아랫것들을 막대한 고참들은 전역하기 직전엔 있는대로 찬밥대접 받기 마련인데.
성대명 수병은 정말 모두의 아쉬움 속에 전역했다. 이렇듯 정말 괜찮은 사람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
아...
아...
요즘 우리 회사가 참 바쁘다.
최근에 메이드 테크(MADE Tech.)란 업체랑 거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메이드 테크에서 삼성 생산라인에 납품하는 15라인 분의 부품 발주가 들어온 것.
다만 그 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인지 납기일이 굉장히 짧게 잡혔다는 것이 최대 문제점으로.
'신규 거래 업체이니 일단 납기를 맞춰주자!'는 사장님의 독려로 조금 빡세가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오랫만에 10일 가량 새벽 1시까지 일했더니 예전보다 훨씬 피곤하게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30대는 다르다더니, 이렇게 정말 바로 반응이 오는걸까.
이 와중에도 준호가 '이제 서른이니, 이제부터 70년 가량 죽어가기 시작하는거다'라고 말했던게 생각난다.
어느정도로 피곤하냐면. 내 침대에 우렁각시가 들어와도 더듬더듬하지 못할 것 같아. 그 정도로 요즘은 너무 피곤했다.
(생각해보니 우렁각시가 서비... 음.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래도 다음주 월요일이 납품.
어느정도 끝이 보이고 있어서 슬슬 만족감도 느껴질 찰나 벌어진 일.
이건 어제 벌어진 일이다.
박부장이 결근, 아니 지각을 했다.
그 전날에 술 약속이 있다며 룰루랄라 나갔으니, 아마 과음해서 출근하지 못한 듯 한데. 일단 공식적으로는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사장님은 불같이 화는 나셨던 듯(..)하지만 표현하진 않으시고. 덕분에 내가 할일이 확 늘어버렸다.
분명 어제까지 A란 제품의 1차 가공을 내가 진행해 뒀고. 2차 가공은 박부장이 하기로 했었다.
박부장의 말에 따르면 나 따윈 못한다나.
대신 박부장이 하던 B란 제품은 내가 이어받아서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자기만 할 수 있다던 양반이 회사에 나오질 않았고. 납기는 낼 모레니 별 수 있나. A랑 B. 둘다 진행할 수 밖에...
덕분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냈다.
조금 더 어이 없었던 것은. 오후 4시에 박부장이 출근 했던 것.
우리 회사는 8시 30분 ~ 17시 30분까지 정규근무, 18시~20시 30분 잔업 으로 계산된다.
1달동안 결근이 없으면 '만근수당'이라는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 물론 하루라도 결근(지각, 외출은 제외)하면 해당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전에 박부장이 술 먹고 기절했다가 17시 30분에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사장님이 정규 근무 시간에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만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었다.
...아마 그것 때문에 16시 30분에 출근한 것이리라.
와. 저리 아껴야 잘 사는거겠지만. 그래서 밖에선 술도 잘 드시면서 나한테는 라면 한그릇 안 사는거겠지만.
저정도로 얍삽하고 잔머리 굴리면 오히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밖에 못한다'고 생색내더니 미안한지 내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하고 분노 했던게 어제 일. 즉 오늘은 그런대로 멘탈이 회복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제 일이 엉켜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 진행량은 더딜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오후쯤엔 사장님한테 신나게 혼났다.
혼자 잔업해가며 열심히 했던터라 좀 섭섭했던 것도 사실이라.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박부장이 스윽 온다.
'그래. 슬슬 한마디 들을 줄 알았다'
'네. 제가 무능해서 일이 잘 안 빠지네요. 부장님이 하셨음 나았을텐데요'
'그래. 내가 했음 어제 다 끝났지. 좀 잘 해라'
'...'
미안하지만 이땐 정말 뭔가 욱하는게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서 폭발할 뻔했다.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았다.
아. 짜증난다. 짜증나.
어찌어찌 일을 마무리 짓고. 밤에 유부남 민석이를 반 강제로 불러내서 (유부남은 친구가 우울할 때 쓸모가 없냐며 협박했다) 술 마셨다.
엄마가 살 찐다고 뭐라고 하셔서 안주는 소심하게 회로 낙찰. 이래저래 수다 떨어가며 벌컥벌컥 마셨다.
으악 으악으으으으으으으으으악.
다 이겨내야 하는 일종의 멘탈 싸움이겠지만. 정말 요 몇일은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인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