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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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들은 같은 돼지를 보며 안도감과 승리감을 느낀다 -


 사촌 형이 회사에 놀러왔다.


 외가쪽 형인데, 근처에 살지만 그다지 교류도 없어서.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다...고 난 생각한다.




 내가 입사하기 전, 정확히는 내가 이쪽 일을 할거라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시절, 


 우리 회사에 입사해서 반년가량 일을 배웠다는데, 영 적성에 맡지 않았는지 금방 그만뒀었다고 한다.


 이후 휴대폰 조립쪽 감독으로 취직한 듯 한데, 한동안은 야간만 하는 등 고생했던 듯 하지만.


 그래도 이젠 자리를 잡아서 꽤 살만하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노총각. 그리고 집안의 장손인터라 그 형의 결혼은 언제나 집안의 관심사였고.


 (둘째형은 진작에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다) 최근에 연애를 시작해서 장가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뭐. 사람 일이란게 알 수 없듯, 또 최근에 틀어진 듯 하다.





 ...배경설명이 길었는데. 여튼 그런 형이 회사에 놀러왔다.


 처음에 언급했듯 족보상으론 '사촌'이지만 그다지 교류가 없어서 어색하기 그지 없기에. 커피나 한잔 타주고 멀뚱멀뚱 있었다.


 연애 시작한 뒤로 폭풍 감량에 성공했다고 들었는데. 이별한 뒤엔 다시 요요라도 온건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침묵을 깨고 형이 내게 말을 건다.




 '야. 너 그 살들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냐'


 ...아. 정말 듣기 싫어하는 말을 첫마디로 날린다. 듣고도 이해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건만.


 족보상 기타 등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멋쩍게 웃으면서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걱정이예요'하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니가 날 지적질 할 때냐'하고 썅썅바 욕을 날렸다.


 그러던 중 박부장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이 형이 우리 회사 다닐 때 박부장한테 일을 배웠다고 했으니, 안면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어찌보면 나와 이 형 관계보다, 이 형과 박부장이 더 친밀할지도 모르겠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자기는 통통할 뿐이지만 난 문제가 있댄다. 


 소문에는 일 열심히 한다더니, 그건 다 뻥이라고. 


 그렇게 힘든데 살이 찔 리가 있냐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멘트들을 내 귀에 쑤셔 넣는다.


 잠시 기분 나쁜게 지나가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난 저형보단 낫다'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작은 의문.


 그리고 저 형도 '난 원균이보단 낫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말이야.


 남들이 보기엔 그저 돼지 둘인데, 서로 쟤보단 내가 낫다며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일반인들이 아니라 같은 돼지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방금전의 불쾌함이 싹 가셨다.


 그리고 왠지. 슬펐다.


 이것도 일종의 자기관리일텐데. 난 아직 멀었다. 정말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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