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를 알아야지 -
작은 고모한테 전화가 왔다. 사실 고모의 전화는 잘 안 받는다.
발신번호에 작은 고모가 뜨면 불편하지 그지없다. 생판 남이라면 아예 무시할텐데...
고모는 보람 상조에 보험 안내? 판매원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전화와서 가끔 상품을 권하곤 하신다.
일단 상조 자체는 들어도 나쁠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모한테 들 생각은 없다.
짧은 인생이지만 경험상, 보험은 그냥 생판 남한테 드는게 낫다.
처음엔 '생각해 보겠다'는 식으로 넘겼는데, 장손형도 가입을 했니 어쩌니 하면서 계속 연락이 와서.
그냥 들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날도 보험 안내겠거니 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전화를 했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고모님이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아가씨를 한명 소개시켜 주겠노라 했다.
별달리 거절할 핑계도. 이유도 없는지라 알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럴 때면 어딘가의 왕자님 생각이 나면서 속으로 디스를 한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
망할 유리구두는 도대체 어디 쳐박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왕자님은 옆나라 공주님 만나서 잘 지내고 있겠지만, 신데렐라가 할 수 있는건 이런 것 밖에 없다는게 서글프다.
어쨋거나. 무턱대고 소개 받는 것도 좀 그래서. 몇가지를 물어봤다.
하는 일은 무어냐. 최종학력은 무어냐. 나이는 몇살이냐 등등.
남들이 보기엔 속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라면 모를까. 소개받는데는 타산적으로 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따위 엿먹으라고 그래.
그리고선 정중히 거절했다.
고모님. 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야 하는데.
최소한 대학은 나온 여자, 한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몇일전에 친구에게 들은거랑 똑같은 소릴 들었다.
니가 고를때냐. 주제를 알아야지. 등등..
친한 친구한테 들었을 때보단 임팩트가 약했지만. 그래도 왜 이딴 소리를 들어야 하나 싶었다.
고모라고 나한테 밥한번 사주신적 없는데. 이게 뭐야.
내가 병신같이 내 앞가림도 못하니 별의 별 소리를 다 듣는구나 싶었다.
이게 다. 때문이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