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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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팅과 취미 -


 "취미 있으세요?"


 "가끔 골프 쳐요. 좋아하는 운동 있으세요?"


 "음.. 저 등산이요!"


 "그럼 등산 자주하시겠네요?"


 "아 그게, 1년에 두번 정도?" 


 “…?"



 어색한 취미묻기 덕택에 등산을 좋아하지만 일년에 한 두번만 하는, 


 고로 좋아하는 운동같은 게 있을리 없는 여자임이 드러난 후엔 소개팅 분위기가 한결 가볍고 유쾌해졌다.



"네 저도 좋아해요. 일년에 한 두번 할 정도로."


“맞아요. 저 그거 잘해요. 등산 정도로.”



그놈의 등산을 개그소재로 계속 써먹을 정도로 그 자리와 남자분은 유쾌했지만, 


유쾌한 사람은 소개팅한 남자말고도.. 내 친구들도 유쾌하니까... 


암튼. 이 계기로 다시는 소개팅에서 등산이 취미라는 얘기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그럼 대체 취미란 뭘까?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자주해야 하는거지?



등산이 진짜 취미인 줄 알던 때도 있었다. 


물론. 전국의 모든 산을 섭렵하리라 등산복 풀세트 구입 후 북한산, 청계산, 한라산에 다녀왔다. 


이쯤 되면 얼추 취미같아 보이지만 실은 저 3개가 2년 동안 간 리스트다. 


1년에 한 두번 간 거 맞다.




기타가 취미가 될 뻔 한 적도 있었다. 


영화 Once를 본 이후로 Once OST 정도는 기타로 쳐보고 죽어야겠다는(비장) 마음으로 친구를 꼬셔서 같이 배워봤다. 


치는 동안 알 수 없는 감정도 느껴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밌었는데 굳은살이 자리잡기도 전에 그만뒀다. 


친구의 갑작스런 취업으로 혼자가는게 머쓱해지기도 했고,


핑계를 더 대자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해야 훨씬 재미난데, 노래하는 내 목소리가 언제나 감정과 흥을 깨트리곤 했다.


(진짜 핑계도 가지가지)



그 다음은 수영. 3개월을 다녔는데 자유영 하나 마스터하지 못했다. 


선생님한테 배영하는 모습이 꼭 펄럭거리는 주유소 풍선 인형같다는 구박이나 들으며, 


수영가기 전날이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게다가 그때 한창 안그래도 안되는 일 투성일 때였는데, 


수영장에서 몸뚱아리까지 말을 안듣는 건 정신건강에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것도 그만뒀다.



이쯤 되면 그럴싸한 핑계를 만드는 게 취미인 것도 같지만, 


아무튼 요즘은 어째 취미를 갖는 것도 강박이 든다. 


뭔가 되게 건강하고 생산적인 걸 하거나 혹은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몹시 전문적으로 해야 취미정도로 인정받는 것 같다. 


덕질도 스펙이 되는. 그럴싸한 취미하나는 갖고 있어야 인생을 진짜 즐기며 사는 사람인 것 같은.




난 뭘 좋아할까. 


가수라면 god를 (세상에 지금까지) 좋아하지만 이제 모든 방송을 챙겨보진 않는다. 


대신 콘서트를 할 땐 아직도 피씨방에 가서 예매전쟁에 참여하는 정도.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모든 드라마를 보는 것보단 좋아하는 드라마를 세번 네번 보고 또 보는 정도.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나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빠르고, 


조용한 영화관에서 독립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지만, 시기를 놓쳐 못 보는 영화가 더 많다. 


걷는 걸 좋아하지만 매일 걷진 않고 날씨와 기분에 따라 한 두 정류장 앞에 내려 걷거나, 일부러 커피를 멀리 사러가는 정도. 


특별할 것도 없이, 내키는 만큼만.




쓰다보니 진짜 별거 없는 인생같긴한데, 


직업 찾는 것도 아니고 취미 찾는 건데 그러면 되는거 아니야?(갑자기 열폭) 


좋자고 하는 일인데 내키는 만큼만. 인스타에 자랑할 순 없어도 내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얘기하긴 부끄러워도 내가 진짜 행복한 정도로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소개팅에서 다시 취미를 묻거든 등산이라고 말하리라.


좋아는 해요, 내키는 만큼만 할 뿐.


그렇다. 이제 대사는 준비됐으니, 


소개팅 좀 시켜주세요(?)




실은 결론이 이상한 글을 쓰며 좋아요를 구걸하는게 내 취미고, 


진짜 써야할 글이 산적해있을 때 꼭 이딴 글이나 써대는 것도 취미다. 


하지만 이건 소개팅에서 절대 말하지 않을거다. 


보러오지마세요...





 - 이제부터 내 일기 -


 읽었다면 당연히 눈치 챘겠지만... 위의 한 단락은 페이스북 친구의 한 글을 복사해 온 것이다.


 스윽 읽을 땐 몰랐는데 복사해와서 줄을 정리하다보니 앵간한 평소 내 일기보다 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옛날엔 저렇게 재밌는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킥킥.




 공유를 전제로 한 sns에서 글을 퍼왔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일기를 옮겨온 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죄악감이 든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뭣하고...


 버젓히 아래쪽에 '공유하기' 버튼이 있으니까. 자유롭게 퍼갈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내가 엄청난 범죄를 저질러 신상털이를 당하지 않는 이상, 


 이 코딱지만한 홈페이지는 인터넷 세상의 주류와는 거리가 멀 테니까, 아마 퍼와도 괜찮을거야.






 - 그 사람의 이름도 김은유 -


 어느날 밤이였다. 아니다. 이력을 찾아보면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있겠다.


 2016년 4월 22일의 어느 늦은 시간. 와. 진짜 정확히 기록이 남아 있네... 무서운 디지털 세상.


 한편으론 지워버리면 끝인 서글픈 세상이기도 하지만서도.


 어쨋거나 야밤에 센티멘탈해진 나는 괜히 페이스북에서 쓸데없이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찾는 사람은 sns따위 하질 않고. 찾아봐야 sns에 무엇인가를 올릴리도 없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친구공개' 같은거라서 별달리 수확도, 재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금 언급중인 은유씨의 페이스북을 발견했다.


 별 생각없이 몇개 읽어봤는데, 재밌어서 쭉쭉 읽어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뭐지? 이 사람 작가인가? 무슨 이야길 이렇게 재밌게 쓰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고 부러웠다.


 글 자체가 많지는 않아서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은유씨와 그 으뉴씨는 당연히 다른 사람...

 

 공통점이라고는 서울에 산다는 것과 교회에 다닌다는 것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결국 원하는 정보(?)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읽을거리가 생긴 것에 위안을 삼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페이스북 메세지를 보냈다. 


 별달리 할 말도 없어서 있는 그대로 적었다.




 내가 찌질해서 옛 연인 이름으로 검색해보다가, 


 이름이 같은 당신의 페이스북을 우연히 봤으며, 글을 읽다보니 재밌어서, 


 앞으로도 편하게 볼 수 있게 페이스북 친구요청을 수락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내가 딱히 안 찾아봐도 당신의 글을 볼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보냈다. 




 얼마 후 답변이 왔고. 지금은 편하게 글을 보고 있다.


 왜 이런 내용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지 까먹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다가 페이스 북의 새글을 보면서 '아. 오늘은 이 사람 이야길 일기에 써야겠다'하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뭘 쓰려 했던걸까.


 난 왜리 말빨도 부족하고 내용도 정리가 안 되나 몰라!





 ㅋㅋㅋ 그냥 그런. 평이했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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