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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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뭐라고 써야할까? -

일기 제목을 쓰며 한참 생각했다.

이름을 써도 되나? 아니면 적당히 숨기며 다른 사람이라고 할까.

왜 이렇게 나란 사람은 비논리적인걸까. 뭐 이런...

사실 행동할 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기록'을 남기거나 '타인'에게 이야기 할 땐

왠지 모르게 말하면서 정당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뭐랄까. 딱히 죄짓지 않은 듯 하면서 죄지은 듯한.

그런 미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잠깐 생각해본다.

나는. 그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였고, 어떤 사람인지.



뭐... 사실은 크게 의미없는 질문이고 생각이다.

일기나 써야지.





- 짧은 회상, 첫번재 -

몇년 전 이야기. 내가 말했다. 준호에게.

'나 혜진이랑 다시 사귄다~"

하면서 채팅창에 이어서 타자를 탁탁 쳐댔다. '훼이크다 병X야~!!'라고.

채 다 치기 전에 준호 답글이 채팅창에 올라왔고

메신져의 가벼운 알림음이 띠링띠링~ 하며 뒤따랐다.

준호의 답변이 오는 중 타자를 마친 나는 힘있게 엔터키를 누르려다 멈칫했다.

'괜찮겠어?'

라는 네글자를 보고 멈칫했다.




그냥 훼이크로 별 생각없이 던진 떡밥이였는데 왠지 모르게 멈칫했다.

괜찮겠어?



- 짧은 회상, 두번재 -

언제고 훈민이랑 민석이랑 셋이 술 마신 적이 있었다.

아마 영란이를 소개시켜 준 이후였던 것 같다.

영란이 이야기하다보니 어쩌다 혜진이 이야기까지 같이 나와었는데.

그때 훈민이가 한 말에 민석이가 짧게 대답했다.

'난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싫다' 라고. 아마 싫다고 한 것에 대한 주체는 혜진이겠지?

민석이가 그래도 날 아껴주는구나 싶어서.

미묘하게 고맙지만 한편으론 미묘히 복잡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였다.

날 위해서였다거나, 혹은 그냥 성격이 그랬던 거겠지만

'이렇다. 저렇다.' 라는 이야길 직접 들은 건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흘러 오히려 난 깎이고 둔해져 시큰둥해졌는데.

다른 사람들 마음에는 그렇지 않구나.

비록 무관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 그 기억으로 남아 있구나.

란 생각에 왠지 그간 칭얼댄게 굉장히 부끄러워졌었다.

그때 즈음부터 생각했다.

가능하면 이젠 사랑하는 사람, 사랑했던 사람 이야긴 안해야겠다.

특히 욕은. 이라고.





- 그리고 오늘 -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냥 집에 있는건 왠지 불편하다.

그래서 산에 올랐다. 금오산을 올라보아요~



이래저래 운동을 하는건. 살을 빼려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보단 그냥 평이하고 일상적 운동이 습관이 됐으면 해서이다.

땀 흘리면 안된대서 격한 운동 피하곤 있지만.

애초에 그건 다 핑계고 격하게 뛰어다니긴 또 귀찮으니까... ㄱ-

그래서 등산을 했다.

아이유 정규 2집을 들으며 터벅터벅.



대략 두어시간 산행하고 나선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그나마 회사에서 편하게 놀아야지. 하고.

차를 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운전하다보니 받지 못해서 뒤늦게 폰을 꺼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다. 하지만 누군지는 금새 알겠더라.

아. 번호를 지웠었구나. 번호만 딸랑 뜨는거 보니... 하며 전화를 걸었다.

사람 성격 변하질 않는다고 전화연결되니 정말 용건만 간단했다.

"놀자"



잠깐 고민했다.

등산한다고 츄리링 차림으로 나온 것도 괜히 신경쓰이고.

빠지지 않은 이놈의 살들도 신경쓰이고.

친구들도 신경쓰이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신경쓰이고.



그래도 요 몇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것도 지겹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월요일 이후로 괜히 머리가 복잡하기도 했고...



나도 비슷하듯. 상대방도 여전했다.

조금 살이 빠져서 앙상한건 조금 보기 안쓰러웠다.

애초에 쬐끄만 녀석이 살까지 빠지면 별로 볼게 없다.

안그래도 빈약하니 너무 빼는건 좋지 않아.

그리고 얼굴 구석구석 나이가 배여보여서 조금 웃기기도 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나이가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돌아다녔다.

영화보고. 밥 사먹고. 칵테일 한잔 마시고 뭐 그런...

그간 서로 살았던 이야기도 하고.

잘 풀리지 않는 인생사 이야기. 괜시리 주변 사람 욕하기 등등.

간만에 만나 회포 풀 게 많았는지 이래저래 떠들다 보니

시간이 제법 잘 가서 12시에 만났는데 밤 12시에야 헤어졌다.

술 마실 때 혜진이가 울어대서 괜히 민망했던 것 빼곤 재밌었다.



무엇보다 간만에 하루종일 떠들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맛난거 사먹고 했던게 왠지모르게 좋았다.

물론 어제 친구들이랑 술도 마셨고, 지난주엔 준호랑도 돌아다녔고. 키루도 만났지만...

음... 그래도 역시 남자는 여...여자랑 놀아야...(후다닥)



어쨋거나 너무 늦어서 집에 데려다주고 나도 집에 갔다.

잠깐 시간이 나서 습관적으로 폰을 들고 준호랑 민석이 번호를 만지작 거렸다.

결국은 걸지 못했다.

밤 바람은 차갑고. 쓸데없이 생각은 많고.

그렇게 한 주가 끝났다.





오늘의 최대 수확은. 복잡했던 머리가 나름 풀려나간 것.

다행히 난 발정난 미친개는 아니였다는걸 알았다는 것 정도?

아직까진 경찰에 잡혀갈 정도로 이성을 잃진 않은 듯 했다(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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