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가는 사람 ~갑(甲)과 을(乙)을 헷갈리지 말 것. -
영우가 오늘부로 퇴사했다.
입사하고 대략 1년 반쯤? 된 것 같다.
작년 5월. 당시 밀링 기사 뽑을 때 -당시 난 예비군 훈련 중이였다- 베트남 사람을 뽑았다길래 왠지 의아함을 느꼈다.
뭐랄까. 왠지 모르게 그런 선입관 같은거 있지 아니한가.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그래도 막상 보니 외견상으로도 동남아 쪽 보다는 한국 사람에 더 가까웠고, 우리 말도 잘 하고, 잘 알아듣는 녀석이였다.
처음으로 나보다 어린 사람이기도 했고.
(후에 알게 된 사실로는 나랑 동갑이라고. 왜 동생을 자처했냐 물었더니, '한국에선 동생이 편하다'라나 어쨌다나)
예상외로 - 보조 직원으로 채용했음에도 - 일을 잘 하고, 예의바르고 성실해서 금방 회사에 녹아 들었다.
그러다가 슬슬 익숙해지고 나니 살짝 엇나가는 모습도 보이곤 했는데.
뭐. 개인적으로 보기에 영우가 건방져진건 본인 문제도 있겠지만,
무조건 적으로 손가락질 할게 아니라, 뒤에서 욕이나 할 줄 알지 직접 뭐라고 하지 않은 어른들 탓도 있다고 본다.
조직의 모습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그걸 가르쳐주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
맨날 어른들(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았다)끼리 뒷담화나 하고. 정작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듯 굴고.
애초에 영우도 직접 뭐라고 하는 사람(나나 경훈이 형)한테는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것만 봐도...
뭐. 어쨌거나 사장님은.
아들뻘 되는 녀석이 베트남에서부터 한국까지 와서 일 열심히 하고.
본국에 있는 처자식한테 돈도 보내고 하는게 예뻤는지, (나름) 많이 챙겨 주셨다.
그런데...
요즘 일이 별로 없다 보니. 평일엔 조기 퇴근. 주말엔 연차를 써서 쉬곤 한다.
연차가 소비되는 우리와 달리 영우는 계약직이라 연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연차로 쉬는 날은 영우는 무급 휴가.
그게 억울했는지, 영우는 사장님한테 '나도 연차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하고 으름장을 놨다.
...그리고 그만두게 됐다.
입장 차이란게 있긴 있다.
애초에 영우는 외국인 노동자라서 우리와 달리 4대 보험이 빠지지도 않고 월급을 그대로 수령한다.
(덕분에 연봉 자체는 내가 더 많지만 실 수령액은 영우가 더 많은,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더라)
년차는 없지만 만근 수당은 지급되며 명절, 휴가 등등에 나가는 돈도 우리와 같이 받았다.
본인의 능력에 비해 월급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수용해서 중간에 연봉이 한번 인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예뻐도 말이야. 어쩌다 한번 손 내밀어야지.
안그래도 요즘 일이 없는데 자기 원하는대로 계속 달라. 올려달라. 하니 그게 수용될 리가 있나. 당연히 거절.
그나마 좋았던 인상이였음에도 흙먼지가 끼어 이상한 형태로 그만두게 되어 버렸다.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퇴사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도 몇번 사장님을 찾아가 잘못했다고. 그냥 다니게 해달라고 한 것 같지만...
버스는 지나갔고. 결국 영우는 오늘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그만뒀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뭔가 눈가가 그렁그렁 하길래 왠지 모르게 동정심이 들었다.
나쁜 녀석은 아니고. 안됐다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론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됐건 다른 곳 가서도 잘 지낼거고...
뭐어. 그런 일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