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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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떠나다 -

 

 눈을 떴다. 기다렸는지 설렜는지 어쨌는지 너무 일찍 깨버렸다.

 

 어젯 밤엔 잠이 오지 않아서 늦잠자면 어쩌지.. 하면서 알람을 대여섯개나 맞춰놨는데.

 

 어이없게도 첫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뜬 것.

 

 일어나서 잠시 멍 때리다가, 부랴부랴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아침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께서는 부랴부랴 나가는 나를 보시고는 귤 몇 개를 싸주셨다. 신난다.

 

 

 

 자. 가자!

 

 

 

 

 

 - 반가워요 -

 

 강변. 되게 오랫만이다.

 

 20대 초반. 학창시절. 내 인생의 흑역사나 다름없는 대학교 때만 해도

 

 나의 서울 아지트(..)였던 준호 방이 건대입구(동서울 터미널에서 지하철 2정거장)였던터라 자주 오곤 했는데... 

 

 요 근래는 서울에 올 일도 없었을 뿐더러,

 

 가끔 온다쳐도 이제는 주로 가는 곳이 부천이나 중앙대, 서울대 정도였기 때문에 주로 기차를 이용했던 것.

 

 때문에, 동서울 터미널에 온건 꽤 오랫만이였다.

 

 

 

 하차장에서 내려, 플래폼으로 나오니 어렵지 않게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기억보다 조금 더 여성스러운 차림의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어색해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어거지도 한번쯤 부려볼만 하구나.

 

 그때 어거지 부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반가워 할 일도 없었을테니까...

 

 

 

 어쨋거나. 반가워요.

 

 

 

 

 

 - 서울 숲과 꿈틀이 -

 

 준호한테 몇 번 듣긴 했지만, 실제로 가보는건 처음이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핫팩 하나 사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서울 숲에 도착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춥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해는 쨍쨍히 떠 있었다.

 

 요기조기 졸졸 걸어다니면서 공원 구경도 하고, 귤도 까먹고, 핫팩도 찢어먹고(..), 대신 핫팩 하나 더 사고, 조르고 그랬다.

 

 사실 생각보다 서울 숲이 규모가 꽤 큰 편이라 놀랬다. 하긴 어느정도 크니까 '숲'이라고 이름 지어졌겠지만...

 

 그래도 멀쩡히 도심안에 있는데 이정도 규모라니. 하고 나름대로 감탄했다.

 

 물론 나야 한적한 촌의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나는 계속 졸라댔고. 내가 조르는 만큼 꾸준히 계속 거절당했다.

 

 

 

 점심은 서울숲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사실 정통 어쩌고는 아니고 그냥 양식집 같았다)에서 먹고,

 

 후식은 근처 편의점에서 꿈틀이를 사서 나눠먹었다.

 

 서울 숲 도착했을 때만 해도 비교적 한산했는데,

 

 점심을 다 먹을 즈음에는 가족, 연인, 친구단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서 제법 붐볐다.

 

 

 

 꿈틀이를 오물오물 씹으며, 주머니에 있는 핫팩을 쓰다듬으며 서울 숲을 뒤로했다.

 

 덧붙여 이 와중에도 나는 계속 졸라댔고. 그만큼 꾸준히 계속 거절당했다.

 

 

 

 

 

 - 그대로 있는 것은 건대막창과 만화책 가게 뿐 -

 

 시간은 어중간하고, 내려가는 버스 시간 때문에 강변 근처에 있어야 했던터라 결국 건대입구로 갔다.

 

 그야 내가 그나마 익숙한 곳이 거기라서... 사이좋게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워낙 많이 바뀌어 있어서 놀랐다.

 

 아니, 번화가야 그렇다 쳐도, 준호방이 있던 구석쪽까지도 남김없이 다 바뀌었더...

 

 물론 그대로인 곳도 많겠지만 내가 어찌 다 아나.

 

 

 

 그나마 눈에 익은 곳 중에서 그대로인 곳은 싼 맛에 자주 찾아갔던 건대막창이랑. 만화책 도매점.

 

 반가운 마음에 들린 만화책 도매점은 크게 바뀐 곳이 없었다.

 

 오랫만에 들린 김에 만화책을 몇 권 샀다.

 

 '공부만 했었다'라고 말하면서 똘망똘망 여기저기 둘러보는 모습이, 진짜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진짜 공부만 했었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웃었다.

 

 

 

 내가 고른 만화책을 사주겠다면서 성큼 나서길래 재빨리 제지했는데,

 

 그 와중에 내 뒤에 서 있던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눈에서 묘하게 덕후의 냄새가 난다! 너도 덕후! 나도 덕후! 우린 모두 덕후!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지! 우하하! 하면서 묘하게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근처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

 

 

 

 

 

  - 돌고 돌고 돌고 돌아 -

 

 느긋히 보낼 수가 없었다!

 

 버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잖아! 엉엉.

 

 이제 또 언제. 어떻게 다시. 등의 기약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고 초조하기만 했다.

 

 

 

 살짝 정신줄을 놓은 나는 실례를 무릎썼고.

 

 

 

 그리고 우리는.

 

 크리스마스 전후, 연말 연시 등의 많은 일들을 겪고.

 

 돌고 돌고 돌아. 마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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