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셋 -
간만에? 한 두세달? 만에 준호가 구미에 왔다.
옛날과 달리 이젠 명절에도 고정으로 볼 수 있지 아니함에 따라 - 유부남!! - 준호가 오는게 왠지 귀해진 느낌이 든다.
다들 바쁜 도시 남자들이라 그런지 시간 잡는데 되잖은 트러블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결국 얼렁뚱땅 약속과 정소를 정해 얼렁뚱땅 만났다.
김천구미역에 도착한 준호를 픽업한 뒤(김천에 자주 다녀서 그런지 김천가는 길만큼은 참 익숙하기 그지없다),
구미고 앞에 새로 생긴 맥도날드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시내로 나갔다.
목적지는 몇달 전에도 셋이서 먹었던 셀빠.
사실은 다른 갈만한 곳 없나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요즘은 시내서 놀 일이 없다보니 잘 모르겠더라.
게다가 구미는 연령대 비율이 20대가 적다보니 -대학이라곤 금오공대 뿐이니까 - 시내엔 술집이 잘 없고. 인동엔 오히려 노래방이 많고...
참 재밌는 도시라니깐.
어쨌거나 간 곳은 앞서 언급했듯 셀빠.
프렌차이즈 고기 뷔페 집인데, 생긴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깨끗한 편이다.
우리에게 있어 단점이라면 학생 손님이 많아서 술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분위기라는 것?
미묘하게 저번보다 고기 맛도 좀 못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뷔페니까 어쩔 수 없다 치고...
어쨌거나. 셋이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 늘 그렇듯 고기 굽는건 준호 담당.
지글지글지글. 벌컥벌컥벌컥. 아. 이건 고기고. 오호. 저건 소주구나.
전에 왔을 땐 정말 징하게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나서,
당시의 카드값을 토대로 역추적했더니, 무려 그땐 소주를 11병이나 먹었더라...
거의 균등하게 마셨다 치면 한사람당 3.5병 이상은 마신 것과 같다. 오호. 대단하구나...
돌이켜보면 그땐 주된 화젯거? 분위기가 뭔가 불만거리를 막 내뱉으며 '이따위 더러운 세상!!!' 이런 것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술이 잘 넘어간걸까(..).
하지만 오늘은 상식을 가지고 홀짝홀짝(..) 먹어서 무사히 6병. 두당 2병으로 깔금히 마무리 지었다.
화제도 그다지 네거티브하지 않았고 말이야.
야! 야아~ 잘했다 잘했어~
- 어쩌면 우리는 -
어렸을 땐 참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와서 그런 생각이 든다.
준호. 나. 민석이는 사실 각자의 행동. 가치관. 선택 등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간섭은 커녕 도의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그러니까 철창 신세를 지지 않을 정도의) 일이라면 거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편이다.
사실 옛날엔 이게 굉장히 이상적이고. 멋진 관계라고 생각했다.
요즘들어 살짝 의심?, 의구심 비슷하게 드는 거라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방관하지 않았나.... 하는 것.
친구라면 잘못된 일은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 있고. 고쳐줄 수 있는 부분도 분명 필요할텐데.
우린 그런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뭐가 '잘된 일'이고 뭐가 '잘못된 일'인지 알 수 없겠지만...
이게 잘못됐다는건 아지만 요즘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미 우리의 특색이 되었지만. ㅎ
- 소주 한 잔 -
소주가 가득찬 소주잔을 보며 피식 웃었다.
1~2주전만 해도 '술을 마셔서 실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라고 다짐하며.
이런 일들을 되풀이해서. 쌓고 쌓고 또 쌓아서 술의 무해함(푸하하)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는데.
왠지 모든 일의 트리거가 된게 이 소주잔인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센티멘탈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니.
내가 이상한건가.
- 움파룸파둠 두비두바둠 슬프지 않아 춤을 춘다 -
고기와 술을 먹고 셀빠를 나서니. 시간이 꽤 어중간했다.
술을 또 마시기엔 배가 불러서 뭘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결국 노래방으로 결정. 가서 노랠 불렀다.
007 노래방. 내가 고등학생때부터 있었으니. 정말 징~~~~하게 오래된 곳이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함께. 연애할 땐 연인과 함께 찾은. 정말 구미 시내에서 몇 안되는 '그대로 있는' 장소 중에 하나다.
쨋거나 신나게 불렀다.
어차피 민석이 빼곤 일반인인지라 스킬이고 지랄이고 잘부르고 자시고 다 필요없다.
그냥 마이크 쥐고 꽥꽥 소리를 질러 대며. 쿵쿵 신나게 뛰어 다녔다.
움파룸파둠 두비두바둠 슬프지 않아 춤을 춘다~~
이윽고 기차 시간이 다가왔고. 난 준호를 배웅하고 집에 왔다.
아아. 이젠 늙어서 노는 것도 참 힘들다니깐...ㅋㅋ 다들 고생했고. 재밌었어. 정말로.

내려갈때마다 반겨줘서 고맙고 맨날 얻어먹어서 미안하고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