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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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우 오랫만에 -


 그럴때가 있다. 아. 일기나 써야지... 하는 생각.


 모르긴 몰라도 이런 패턴으로 시작하는 일기가 꽤 많지 않을까 싶다.


 무슨 바람이 불어 난 또다시 일기 게시판을 클릭했나 싶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쓴 일기가 작년 1월의 마지막 날.


 그마저도 미뤄썼던 것이라 생각하면. 실제로 꽤 긴 시간동안 내 삶을 기록하는걸 방치했다.


 바쁘다는 핑계도 좋고, 나태하다는 핑계도 좋고..


 가져다 붙일 핑계거리는 얼마든지 있는데, 무슨 핑계를 갖다 붙여도 의미없다 싶다.




 한때는 이 일기장도 많은 사람과 나누고. 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또 한때는 누군가가 스토킹 하는 용도로 쓰기도 하고. 친구끼리 뭐하고 사는지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갖고 글을 쓰고, 읽고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흘러 이젠 나마저도 찾지 않게 되었다.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방치해둔 것과 무관하게 매년 유지비(..)는 나가고 있으니 미묘할 따름.


 다시 꾸준히 쓸지 안쓸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자신도 없지만, 그냥 생각난 김에. 문득 들린 김에. 짧게 써 본다.






 - 돌이켜보면 -


 바로 아래 일기도 2014년 1월 31일 이야길 쓰고 있지만.


 사실 그마저도 미뤄둔 것을 쓰던 것이였다.


 이유인즉슨,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별이란 것을 하고 나서야 문득 깨달았다. 그 사람에 대해 기억할만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

 

 물론 그 사람의 일상에 있어 나란 존재는 미미하다 못해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 사람의 일상이야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뭐. 내 일상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난 굉장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이야기했었는데,


 정작 일상 대부분은 회사에서 보내다보니 그 친한 사람들과 보는 시간이 짧기 때문.


 매체에 기록된 정보들도 대부분 그 사람이 갖고 있던터라 뒤져봐도 뭐 나오는게 없다.


 이젠 그마저도 다 지웠다고 하니, 정말로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져버렸다.


 어쩜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듯 이렇게 깔끔하고 완벽하게 지워질 수 있을까.


 자기색이 있는 사람이라 그랬을까. 결국 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말해줄 생각도, 알려줄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으로 미래를 꿈꿔왔던 걸까.


 나는 특별할거라는 고등학생 수준의 감성으로 마냥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기억할만한 거리, 기억해 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일기를 미뤄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바빴는지 어쨌는지 그마저도 1월달만 딱 쓰고 끊겨버렸네.


 지금이 2015년 4월의 끝자락이니, 꽤 오래 방치했다 싶다.




 컴퓨터를 뒤져보니 간략해게 기록해놓은 텍스트 파일이 있었다.


 내용을 보니 일기를 미뤄쓰려고 포인트만 집어 놓은 것 같다. 


 어차피 미뤄놓은걸 이제와서 쓸 수는 없을테니 복사 붙여넣기를 시전해 보자면...




 1/4 - 서울숲, 더 이탈리안(파스타,피자), 코믹갤러리(만화책), 커피숍

 1/18 - 캐빈코스트너 영화, 커플석, 코스토어(뷔페), 나뚜루

 1/31 - 기차(대구), 옐로우코너

 2/1 - 홈플러스(파인애플), 동락공원,
 2/15 - 카드 홀더(투닥), 현대백무역점(일식), 아쿠아리움, 커피숍(편지), dvd, 버거킹,초콜릿
 3/12 - 목걸이
 3/15 - 립글로즈, 목걸이, 겨울왕국, 스팀펑크, 맛있는 교토(맥주), 블루원
 3/29 - 도립도서관, 호텔금오산, 파스쿠찌, 휴양림, 터미널 캠토(생일선물)
 4/5 - 이태원, 모자, 르생텍스(이태리 육회), 일기장과 펜, 싸움.
 4/19 - 올림픽 공원, 버거킹, 던킨 커피
 5/2 - 모로코
 5/3 - 뚜레쥬르, 태백, 동아모텔, 헤어에센스, 미스터피자, 바람의 언덕, 과일
 5/4 - 동신참치(초밥, 우동)
 5/17 - 모닝글로리(편지지), 파파이스(편지), 올림픽 공원, 프린스
 5/24 - 푸르지오, 파산, 상주청청한우, 상주보, 과일음료수
 6/6 - 파머스(과자), 휴계소(호두과자), 경주휴계소, 박물관fail, 경주월드, 감포, 방파제회식당, Q9,
 6/7 - 한채쭈꾸미
 8/9 - 마지막


 

 와 같다. 이런 깨알같은 요약을 봤나.


 쓰고 있으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뭐 어찌됐건... 잘 지내길.


 어떤 일에는 작은 일도 배려해줘서 고마웠지만.


 또 어떤 일에는 다 알면서 그러는건지, 노골적으로 모른척 해서 서글펐다.


 그리고 그에 대해 서글펐다고 말하지 못했지.




 왕자를 동경한 신데렐라는 밀랍 날개를 만들어 날아 올랐지만.


 결국 날개는 불타버리고 땅에 떨어져 뇌수와 뼈를 흩뿌리며 처참하게 죽었다 하더라.

  • ?
    스물스물™ 2015.05.01 07:09

    가끔이나마 사람들이 애매하게 스쳐지나갈 때마다 상대의 반응이 애매한 것은 내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애매한 스탠스에 휘둘리는게 한심하기도 해서 점점 나에 대한 것들, 내 마음은 감추게 되더라.

    점점 사람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게 바보 같아지고 말이지. 이어폰 너머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아니면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그냥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어찌 나오나 지켜보는게 때로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더라.


    여튼. 웰컴 백.

  • ?
    스톤랑 2015.05.15 15:24
    허 저걸 다기억한다는게 난 놀라울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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