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 -
어디까지나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봄비가 왠지 자주 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랜 겨울 동안 굳어버린 땅을 촉촉하게 해 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엔 기분 좋던 봄비도, 너무 자주 오니까 좀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나이가 이만큼 들면 앵간한 풍파에도 끄떡없는 어른이 될 줄 알았거늘.
32살의 나는 여전히 작은 일에도 마음이 팔랑팔랑 거리고. 작은 일에도 기분이 하늘과 땅을 오가며.
작은 일에서 추억할 거리를 찾아 괴로워 한다.
나는 내가 좀 더 멋있는 어른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이모양인건지 원.
이러다가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철딱서니 없이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든다.
30대 초반까지 안 들었던 철이 불혹의 나이가 된다고 들 리가...
게다가 주위에 보면 불혹이고 나발이고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도 버젓이 존재하고 말이지.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여느때보다 조금 더 우울했다고 해야하나, 센티멘탈 했다고 해야하나.. 그런 날이였다.
휴대폰을 붙들고 잠시 고민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안될거야. 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