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깎아주세요 -
2년 전부터 회사에서 주력아닌 주력으로 생산하는 장비의 이름은 no-jig.
보통 휴대폰 생산 라인에는 휴대폰의 모양과 딱 맞는 '지그'라는 받짐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휴대폰이 지그에 고정된 채로 라인을 떠돌아다니고, 작업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정을 할 테니까.
예전에는 휴대폰 모양이 기종별로 천차만별이였으므로 각 모델별로 지그가 필요했고. 이 지그라는 것은 구미 제조업의 한 축이였다.
그러다가 시대가 스마트하게 바뀌면서 모든 폰은 스마트해 졌고.
휴대폰의 디자인도 대부분 다 어디서 본듯한 디자인으로 통일되게 된다.
뭐. 아이폰의 디자인이 혁신이니 뭐니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잘 못 느끼기도 하고...
어쨋거나. 대부분의 휴대폰이 네모난 얇은 바 처럼 통일되기 시작한 것.
그래서 삼성은 '지그 자체가 자동으로 조정이 되어 여러 기종에 대응할 수 있는 지그'를 만드려고 하고.
당시 신생업체였던 '메x드'라는 곳이 설계에 성공. 우리 회사에서 가공하기에 이르른다.
작은 장비였기 때문에.
또 제작 수량이 제법 될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초창기엔 진짜 죽어라 깎아댔고.
덕분에 국내, 중국, 베트남 공장 등에 깔린 no-jig는 대부분 우리회사에서 가공한 것들이다.
아쉽게도 가장 규모가 큰 베트남 공장 물품은 손대지 못했지만, 그건 애초에 우리 회사가 수용 불가능했고..
덕분에 삼성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더이상 지그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의 지그 업체는 그대로 망해버렸다.
한때는 구미 제조업의 한 축이라 부를 만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그 업체도. 지그 일도 찾기 힘들어졌다.
no-jig라는 장비도 처음엔 단순한 장비였다.
다만 점차 삼성의 요구에 맞춰 기능이 추가되기 시작했고. 안정화 까지 좀 더 시일이 걸렸다.
그렇게 대략 2년... 아마 2000~2500세트 정도는 납품한 것 같다.
2년 전에 결정된 단가는 단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형상이 좀 더 복잡해 진다 한들. 원자재 값이 오른다 한들. 세금이 오른다 한들. 제품 값은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양이 제법 되니 우리 회사 입장에선 부가가치 있는 편이였고.
'대기업이 다 그렇지'하면서 그냥 작업할 수 밖에 없는게 또 현실이였다.
그러다가 오늘, 연락이 왔다 한다.
기존 가격에서 10~15%정도 네고(할인)해 줬으면 한다고 한다.
형식은 제안 같지만, 요새 같은 불경기에 그게 가능한가.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지 뭐.
아버지께서는 '또 no-jig'물량이 있으려나 보군'하고 생각하시는 듯 했지만.
나는 순간 빡침이 올라왔다.
아니. 평소라면 이 역시 그냥 '대기업이 다 그렇지'하고 넘어갔을 터.
그런데 요즘 뉴스 봐라. 대통령이 멍청하게 무당년의 꼭두각시 노릇한것도 충분히 어처구니 없는데.
삼성 같은 대기업들도 무당년의 딸년한테 분기당 억단위로 이것저것 지원했다지 않나.
아. 이렇게 우리같은 회사 쥐어짜서. 저 망할 개년 모자한테 이렇게 쉽게 돈이 넘어갔던건가... 하는 생각에 빡침이 올라왔다.
물론 실제로 단가 협상을 시도한 실무자들은 아래쪽 사람들이니. 그냥 일을 열심히 한 것이리라.
그들을 탓하기는 또 뭣하지... 하지만 빡치는건 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봐야 별 수 없이 네고해서 진행하겠지.
나 따위가 일기장에 빽빽 거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조금 씁쓸할 뿐이다. 제기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