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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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럽게 비싸다 -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잠바를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일전에 박부장이 블랙야크 이월 잠바 간지나는거 샀다고 와서 막 자랑하던데. 


 취향차이겠지만, 옷이 간지난다는 것은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군대 깔깔이 같았달까...


 하지만 요새 옷이 제법 비싸니까, 그정도 잠바를 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는건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어쨋거나 잠바를 사야겠다...


 라고 생각하긴 했기 때문에. 오전에 인근 블랙야크 매장을 검색해봤다.


 형곡동에 하나. 봉곡에 하나. 금오산에 하나라... 하나같이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서, 어디갈지 심히 고민했다.


 근데 간다고 과연 마음에 드는게 있긴 할까.




 그러던 차에. 민석이가 잔업하기 짱난다고. 오후에 놀러오라고 살살 꼬셨다.


 요 근래 회사에서 혼자 일하기 지겨운가, 잔업할 때마다 밥이나 먹자며 놀라오라고 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안 맞아서 한번도 가지 못했던터라, 한번 가야겠다... 싶긴 싶었다.


 아 이런... 친구와 연인에겐 따뜻한 남자 같으니라고.


 친구는 몇 없고. 연인은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 문제지만. 씁. 제기랄!




 문제는 우리 회사와 블랙야크 매장, 민석이네 회사의 배치가 제각각이라.


 어찌 동선을 짜도 쓸데없이 크게 돌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동선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찰나, 옥계에 새로 생긴 쇼핑단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거기 가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블랙야크 매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노 스페이스나 캇파 같은게 있다는거 보니 좀 큰 단지긴 한가보다.


 단지가 생긴지 두세달 밖에 안됐으니 뭔가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리도 있긴 했고.


 이 단지가 옥계라 회사에서 쇼핑 단지, 단지에서 민석이네 회사면 동선도 깔끔한지라, 일단 이쪽으로 마음이 굳었다.




 그런 이유로 퇴근하고 옥계 해마루 밸리로 향했다.


 최근에 생겨서 그런지, 네비게이션에는 뜨지 않았지만, 


 미리 인터넷으로 대충 어디 즈음인지 위치를 찾아보고 간지라 헤메진 않았다.


 조금 실망하긴 했다. 내 생각보다 단지가 너무 작았다. 김천 가는 길목에 있는 모다 아울렛의 1/3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몇몇 식당가를 제외하면 메이저한 브랜드는 끽해야 2~3개 정도 같았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한적했고..


 (식당가는 제법 붐볐으나, 혼자 밥먹으러 갈만한 곳은 또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 두세바퀴 돌았지만 그 조그만 곳에 뭐 얼마나 볼게 있겠나... 싶어서 그냥 캇파랑 노 스페이스가서 잠바를 구경했다.  




 확실히 이월상품은 2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긴 했는데.


 대부분 박부장 잠바랑 비슷하게 딱히 마음에 드는건 없었다. 다른 곳 갈까 싶기도 했는데.


 또 옷사려고 돌아다니기도 귀찮고. 다른데 간다고 이월상품이 마음에 든다는 보장도 없고...


 어차피 오래 입을텐데. 싶어서 그냥 신상 중에 맘에 드는 잠바를 하나 골랐다.


 한 서너개 골라서 입어보고 샀는데. 사이즈를 꺼내주는 아줌마 표정이 너무 썩어 있어서 좀 짜증이 나긴 했다.


 가게만 많았어도 더러워서 안산다고 했겠지만. 


 다른 가게도 없고. 다른 단지에 가자니 귀찮고. 민석이네 회사에 놀러도 가야하고..


 아니. 그래도 3~40만원짜리 옷을 사는데. 사이즈나 종류별로 몇 벌 입어보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ㅠ-




 어쨋거나 그중 마음에 드는 잠바를 하나 골라서 결제했다.


 38만 5천원이라...


 오래 입어야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뭔 옷이 이렇게 비싸...


 대신 따뜻하긴 정말 따뜻했다. 다행이야.






 - 그것은 심슨 모자 -


 생각해보니, 옷을 선물하거나 받은 건 매우 드물다는걸 새삼 떠올렸다.


 애초에 나는 건강하니까 옷은 입어보고 사는 주의라, 사준다고 하면 절레절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사이즈 문제가 아니라. '비싼걸 받는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책장 한구석에 노란색 심슨 모자가 있다.


 대부분 정리하긴 했지만, 왠지 버리기 힘들어서 갖고 있는 모자다.


 모자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바득바득 우겨서 이거라도 사야한다고 우기는 기세에 이기지 못하고 골랐던 기억이 난다.


 사놓고 보니 마음에 들어서 책장 한켠에 잘 놔두고 있다. 


 물론 몇번 쓰고 다니진 않았다.


 


 모자를 샀던 그날은 은유씨가 밑도 끝도 없이 신발을 사주겠노라고 나를 이태원으로 끌고 갔던 날이였다.


 나이키 매장까지 간건 좋았는데, 하필 은유씨가 봐뒀던 신발은 너무 비쌌다.


 성격상 가격대를 미리 알아보지 않았을리는 없는데... 정말 사줄 생각이였는지, 내가 말릴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거나 너무 비쌌다. 지금 생각해도 평생 그런 가격의 신발은 신어볼 일이 없을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신발은 괜찮다며 극구 말렸고. 타협하고 타협하다가 산게 저 심슨 모자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좀 비싼거 받아둬도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솔직히 안해본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선물은 마음에 드는게...





 - 그것은 낡은 모자와 목도리 -


 그 외엔 첫사랑 송화가 준 모자. 목도리 셋트. 


 내가 고1 크리스마스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거니까, 15년 정도 된 것 같다. 이것도 아직 갖고 있다.


 보관의 용이함 덕에 이쪽은 아직 케이스도 그대로 갖고 있다.


 애초에 받을 때부터 모자도. 목도리도 하기에 좀 문제가 있는 제품들이긴 했다.


 생각해보면 중2짜리 여중생이 골라봐야 뭐 얼마나 대단한 센스로 골랐을 것이며, 가격도 얼마나 할까 싶긴 하다.


 그래도 아마. 때묻기 전에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샀을 선물이 아닐까.


 그래서 그냥 잘 갖고 있다.




 이쪽은 정말 한번도 하고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ㅋㅋㅋ





 - 처음 입어본 비싼 티 -


 혜진이의 일본행. 


 하면 결과적으로는 치를 떨게 했던 것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그게 아니라도 결국은 같이 할 수 없을 사람이였다.


 달라도 너무 달라...




 그래도 귀국하면서 사다준 티셔츠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어본 비싼 옷이였다.


 당시의 나는 티셔츠는 2만원. 이라는 공식이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혜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귀국하면서 던져준 옷은. 검색해보니 10만원이 훌쩍 넘는 옷이였다.


 당시엔 학생이던거 생각하면 나름 고가의 제품이긴 한 듯..



 

 실제로 몇 안되는 받은 옷 중에는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입었다.


 늘어날 때까지 입었으니까. 당시엔 어지간히 기뻤었나보다.


 다만 끝이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마 집 옷장에 쳐박혀 있을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래서 사람은 끝이 좋아야 하나보다.





 - 옷을 사준 적은 매우 드물다 -


 ...생각해보니. 이렇듯 옷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또 옷에 돈 쓰는걸 아까워 했던지라. 옷을 선물한 적은 진짜 없는 것 같다.


 마트 알바할 때 누님이 입고 온 옷이 너무 예뻐 보여서 


 그대로 구입처를 물어서 혜진이한테 사다 준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눈치없이 44를 사다주는 악랄함을 선보였...


 실제로 입은 건 딱 한번 본 것 같다.




 뭣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시덥잖은 일이였을 거다.


 뭔가에 빡쳐서(..) 영란이한테 르꼬끄에서 티를 하나 사 입힌 기억이 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밤에 피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뭐에 그렇게 빡쳐서 뭣 때문에 옷을 사입혔을까... 기억나지 않는 것 보니 정말 시덥잖은 일이였던게 분명하다.


 당시엔 건강하던 시절이라 사이즈를 크게 샀던것만 기억하는데.


 몇달 지나지 않아 이젠 안 입는다는 소릴 들었던 것 같다.


 워낙 서로간의 정세(..)가 복잡하던 시절이였으니, 뭐 그건 그거대로 당연할지도.




 반대로 은유씨 만날 때는 한번도 옷을 사입혀야겠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화장 안하고. 청바지에 패딩입고 머리 질끈 묶은게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실제로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전혀 꾸미지 않은 모습에 큰 임팩트를 받으며 확 반했었던 것 같은데...


 정작 연애 시작하니 너무 여자여자하게 꾸며서 맨날 꾸미지 말아달라고 징징댔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보기엔 어처구니 없었을지도(..).






 근데 왜 비싼 옷 사고 나니.


 몇 안되는 옷 주고 받은게 생각났을까 몰라.


 빨리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인게 아닐까? 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오늘도 민석이는 '결혼해 ㅄ야'하면서 나를 깠다.





 이후엔 민석이네 회사 놀러갔지만. 그건 또 주제가 다르므로 다른 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