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다 쓰러져가는 보금자리 ~스물라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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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호란 애들은 다들 그런가 -


 어젯 밤엔 야근을 했다. 뭐 늘 그렇듯 긴급 때문이다.


 애초에 긴급으로 나오는 단품 종류는 돈도 안된다. 작은 부품 하나에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게다가 추가 근무를 하면 잔업비도 지불되니 회사 입장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품값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물론 내 경우엔, 올해 연봉 협상때 잔업비가 없어진 관계로(..) 별 의미 없긴 하지만.




 요 근래 바빴다.


 그간 노트7 폭발 덕분에 스톱됐던 여러 프로젝트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일제히 진행되기 때문인지,


 돈도 안되는 단품들만 짧은 납기로 신나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품이 다양할 때는 일하는 쪽도 힘들지만, 포장하는 쪽도 일이다. 


 우린 천안 업체가 주거래업체기 때문에, 일일이 다 택배 포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스 안에서 제품이 이리저리 치이면 파손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포장을 잘 해야 한다.


 그렇다고 홈쇼핑에서 보내듯 모든 제품을 뽁뽁이로 쌀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택배 포장은 은근히 기술이 필요한 노동이다.





 그런 가운데, 어제 나의 야근의 원흉이였던. 메이드 테크의 이X호 사원이.


 오늘 업무가 마무리되면 천안으로 복귀할 거라고. 올라가는 길에 납품할 제품들을 가져가겠노라 연락이 왔다.


 원래는 아침에 긴급품목들 수거해가고, 점심 즈음 천안으로 출발할 거라고 하긴 했는데...


 점심 때 오지 않길래 전화를 해 봤더니. 밤 8~9시는 되야 올라간댄다.


 아놔. 수요일은 일주일에 하루 있는 일찍 마치는 날인데, 8~9시에 온다하면 또 기다려야 하잖아...


 야이 개객끼야!




 하고 생각했지만. 


 박스가 열상자를 넘어가니 택배비도 10만원 가까이 나올거고.


 별 수 없이 그냥 기다렸다가 물건을 전달해주기로 했다.




 17시 30분이 되어 다들 퇴근하고. 나는 예능프로나 다운 받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시 쯤 되어선가? 메이드테크의 박X호 과장한데 전화가 왔다.


 '지금 규X가 구미에 있는데요. 긴급 제품을 좀 깎아주셔야 할 것 같아요' 라며 운을 뗀다.




 이 사람. 사람은 착한데, 


 내가 뭐 부탁할 때는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이상한 말투를 툭툭 던진다. 


 마치 저~ 아래 귀여운 막내? 같은 아랫사람 하대하듯이..


 물론 나보다 나이도 많고. 그 회사 설계 No.2인것도 인정하는데. 나는 엄연히 거래처 사람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싶어도. 인생 뭐 있나. 갑과 을이 다 그렇지.


 근데 이렇게 나한테 뭐 부탁할 때는 정말 정중한 존댓말이 나온다.


 차라리 일관성 있으면 나을텐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어쨋거나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봤다.


 '저기... X호씨가 오늘 8~9시에 천안으로 올라간다고 들었는데요'


 '올라가는 길에 XXXX(장비이름) 관련 자재들을 가지고 간다고 해서, 오늘 일찍 마치는 날인데도 전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긴급이라니요?'


 하고 최대한 정중히 다시 물어봤다. 아마 그럼에도 날이 서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예? 오늘 규X 안 올라갈텐데요?'


 라는 리액션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다시 자초지종을 상세히. 정중하게. 하지만 아만도 날 선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리고 잠시후에 문제의 그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일이 꼬였는데 못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 물건은 내일 택배로 보낼 수도 있겠다는 것.


 마침 회사에 계시니(..) 긴급 좀 더 해달라는 것. 이였다.




 아놔. 이 사람 미쳤나봐. 


 아무리 갑과 을이라지만 긴급긴급 하면 제품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나?




 ....임에도 불구하고. 해야지. 을이 뭐 있나.


 내가 진짜 사장 아들만 아니였어도 안했다. 안했어.


 망할 놈들은 내가 사장아들이라서 뭐 대단한 호사라도 누리고 있는 줄 아는 놈들이 있는데.


 그건 정유라같은 망할 X들이나 그렇지. 나는 전혀 안 그렇다고.




 어쨋거나 분노에 가득차서 분노의 긴급을 하고 있는데.


 민석이한테 톡이 왔다. 술 먹자고 한다. 술. 그래. 이 타이밍은 술 마실 타이밍이다.


 사실 나는 급하게 약속을 잡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친한 사람들이 요청(?)할 때는 어지간하면 간다.


 오늘은 마셔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일단 긴급을 해야지... 해야지...




 대략 21시 쯤 되니 긴급이 마무리 되었다.


 평소라면 다른 사람들과 공정을 나눠서 금방 뚝딱뚝딱 했을 텐데, 혼자 하니 오래 걸린다.


 퇴근하고 술 마시러 가려고 폼 잡는 찰나, 문제의 그분에게 전화가 또 왔다.


 아직 회사면 치킨이나 한마리 사들고 온다고 한다.


 나쁜 의도는 없었겠지만 삐뚤어짐의 끝을 달리던 당시의 나는 '아. 빨리 긴급이나 해서 내놓으란 말인가'하면서 분노했다.


 간신히 이성의 끝을 잡고 정중히 '긴급은 다 했으나, 치킨은 필요 없으니, 내일 아침 일직 찾으러 오라'고 했다.




 애초에 난 '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킨을 좋아하지도 않는단 말이다.


 ㄴ앎닝라ㅓㅁ니아럼닝럅저립ㅈ더ㅣㄹ바저리바정


 짜증나!





 이후 민석이랑 소주 두병 깔끔히 마셨다. 술 마시썽.


 그러고보니 이젠 같이 소주 한잔할 이성도 없네.


 하나에 빠지면 다른걸 다 정리해버리는 나의 이 편집증이 연애 직후를 너무 외롭게 하누나. ㅋㅋ


 아니. 헤어진지 오래 됐는데 그것도 좀 비약인가...




 오라! 새로운 봄날!


 낄낄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