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여행 -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수능 치고 준호, 의송이와 경주에 놀러 간 적도 있고.
대가기 전에 준호, 민석이와 공주, 부여, 경주에 다녀온 적도 있다.
대하 먹으러 뜬금없이 서해안에 다녀온 적도 있고...
요 근래는 주로 혼자 다녀오곤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의 여행경험이 아주 없진 않다(반대로 많지도 않다).
오히려 (의외로) 없는건 여자와 여행을 다녀온 경험인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늘 가려고 마음만 먹었지만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다음에 연애를 한다면 해보고 싶은게 여행일까.
그럼에도 '처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같이 다녀온 친구들이 준호나 민석, 홍식이가 아닌 계원들이라는 것 때문이다.
민석이 결혼하기 전에 여행 다녀오고 싶어서 발버둥쳤던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민석이 딸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나도 이젠 의욕이 넘치던 사회 초년생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기 시작한 사회의 부품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친한 친구들끼리도 어디론가 떠나도록 일정을 맞추는게 쉽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계원들과 놀러가다니!
계 구성원은 홍석, 민석, 훈민, 기웅, 태현, 나. 인데.
다른 아이들은 원래 친분이 꾸준히 있었고. 유일하게 나만 민석이가 꽂아넣다시피 한 녀석이라.
계원들 중에서도 조금 이질적이고 겉도는 위치에 있긴하다.
물론 다들 고등학교 동창이고, 영남대 시절에 같이 다니긴 했으니 안면이 없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민석이는 아이 때문에 오지 못했던 터라(원래 오기로 했었지만 마지막에 캔슬).
민석이를 제외한 5명이서 놀았는데. 내 경우엔 민석이가 없는 상태에서 모이는 건 처음이라 조금 걱정하긴 했었다.
결과적으론 재밌게 잘 놀고 왔으니 만사 오케이.
- 그곳은 부산 -
홍석이가 부산에 위치한 게임 개발업체에 취직하면서 그쪽에 눌러 앉게 됐다.
홍석이가 사는 오피스텔은 해운대 바로 앞이라, 해운대도 갈 겸, 홍석이 방도 갈 겸 놀러가게 된 것.
여차저차해서 다 같이 모여 부산엘 갔다.
가는 중, 운전하는 훈민이가 잠깐 졸은 덕분에 급속도로 헬 게이트를 보고 온 뒤로는(..)
있는대로 수다를 떨며 다행히 부산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에 대전 다녀올 때 졸음운전을 해 본적이 있는터라. 그 위험한은 잘 알고 있다. 위험해 위험해..
부산에 도착해서는 바람과 같이 짐을 풀고.
광안리 쪽의 어시장에 가서 각종회와 조개구이를 흡입했다.
바다이기 때문일까. 사람이 많아서일까. 그냥 분위기일까. 회도 맛있었고 술도 쭉쭉 넘어갔다.
이후에 노래방, 꼬지집을 거치며 쉬지 않고 수다를 떨며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리고 어언 새벽 2시. 바야흐로 4차 오뎅집.
바로 앞의 꼬지 집에서 대부분 리타이어한지라 오뎅집에 간 것은 나와 훈민이, 홍석이 셋이였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옛날 이야기(함게 놀던 20살, 영남대 시절)가 나왔는데. 뭐랄까.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야 다 정리되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듣던 당시엔 마시던 술이 확 깰정도로 신선한 이야기였다.
홍석이는 대학 다닐 땐 그냥 내가 껄끄러웠댄다.
다들 PC방에서 놀 때도 나 혼자 여자 만나러 다니고. 술 마실 때나 불쑥불쑥 나타나는. 그때부터 이질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한동안 연락없이 살 때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었고.
민석이가 뜬금없이 나를 계에 꽂아 넣으려 할 때도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천성적으로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덕에 아무말하지 못하고 있었겠지.
...랄까. 좀 놀랐다.
홍석이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알게 된 사이였다.
그때도 난 그다지 게임이나 카드 등에 관심이 없었던터라, 그다지 공통관심사는 없었다.
다만 난 그냥 어딘가 귀염상이고 착한 그 녀석이 막연히 마음에 들었고.
그다지 교류가 없었을 때도 딱히 싫어하진 않았고. 굳이 따지면 늘 좋게 생각하는 편이였다.
그런데 상대방은 주욱 불편해 하고 있었다니.
왠지 충격. 이게 다 내 성격이 개쓰레기 같아서 그런걸까. 순간 생각했다.
(민석이 말로는 저때보다 지금이 더 쓰레기 같다고는 하더라 ㅋㅋ)
훈민이도 그 시절의 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길 했다.
내가 한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한데. 솔직히 내 기억과는 조금 달라서(..) 그게 내가 한 짓인가. 싶긴 했다.
하지만 훈민이가 말을 지어낼 녀석은 아닌지라 사과하며 훈훈히 마무리.
그래. 이런 이야기 할 수 있다는건 어느정도 가까워졌다....
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해석. 할 수도 있고. 또 그러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적어도 그 날은 조금. 아주 조금은 마음에 상처가 났던 것 같다.
오뎅바에서도 실컷 마셨고. 방에 돌아와서도 또 한잔 신나게 마시고 잠들었다.
잠들때 시계를 보니 얼추 네시는 된 것 같았다.
이렇게 징하게 술 마셨던 건 오랫만이였다. 종일 재밌게 놀기도 했고.
조금 뒷만에 씁쓸해질뻔도 했지만. 다행히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눕자마자 잠들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