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보면 산타는 나쁜 사람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시는걸까.
왜 주관적인 기준으로 '착한'아이를 선정해 선물을 주는 것이며, 왜 어른이 되면 차별하는건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착하지 않은 아이(..)도 선물을 받고 개과천선(!)할 수도 있는 것이요,
어른도 선물을 받음으로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을텐데. 왜 산타는 '착한 아이'만을 타겟으로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 나쁘네.
- 환상은 믿을 때까지가 베스트 -
돌이켜보면 난 대략 국민학교 2학년... 그러니까 8살까지 산타를 믿었던 것 같다.
어릴 땐 크리스마스가 되곤 하면 집에 트리를 꾸미고 - 당시엔 장식용 소품도 죄다 만들었던 것 같다 - 양말도 걸어놓곤 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늘 작은 선물이 있었고, 양말엔 작은 초콜릿들이 소심하게(이빨 상하지 말라고 그런가보다) 몇개 들어있었다.
굉장히 신나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국민학교 2학년이라는걸 기억하느냐...
내가 국민학교 2학년이던 때,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뜨니 역시나 머리맡에 선물이 있었다.
'역시 난 착한 아이였어!'하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후다닥 포장지를 뜯어보니,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필통이였다.
요즘은 그런거 찾아보기 힘든데, 음... 뭐랄까. 플라스틱 바디에 앞뒤로 열 수 있고, 한쪽 끝에는 지우개 넣는 곳과 연필깎이가 달린... 그런 필통.
난 얼른 쓰던 필통을 가져와 연필, 색연필, 사인펜, 지우개 등등을 주욱 나열하고서 새 필통으로 옮겨 담았다.
그리고 다음날. 의기양양히 학원(당시 다니던 주산학원)에 가서 자랑을 했다.
이거 산타 할아버지가 줬다고.
...뭐. 지금 생각하면 주위의 그 반응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의 꿈을 좀 지켜줘도 되지 않나.
난 그날 '산타는 존재하지 않으며, 산타의 정체(?)는 아빠'라는 믿기 힘든 소식을 듣고 좌절했다.
뭐, 닳고 닳은 지금이라면야 '어차피 선물은 들어오니까 괜찮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여튼 그땐 뭔가 좌절스러웠다.
그런 시절도 있었지.
- 크리스마스 선물 -
진상을 부리고.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며 곱씹는건.
나만이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믿어왔다.
나를 떠나가고, 스쳐간 사람들은 나완 달리 너무 쉽게. 빠르게 나를 '옛 일'로 만들고, 금방금방 지워나갔다.
그런데 내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
하물며 그 대상이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 큰 선물이나 다름없다.
그 날의 나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당황하며, 놀라고, 반가워하며, 화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사소한 메세지. 말 하나가.
그 어떤 것의 시작이 될 수 있었고, 또 내겐 큰 선물이였던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