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
어찌보면 첫 데이트가 아닐까.
지난 번엔 만날 때는 연인이 아니였잖아? ㅋㅋ 헤어지기 직전에 연인이 됐으니까!
연인이란 말은 왠지 모르게 어감이 좋다. '여자친구'나 '애인'이란 말 보단 '연인'이란 말이 내 취향에 맞는 것 같아.
조금 더 말랑말랑한 느낌도 들고... 연인을 뒤집으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우하하하.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한자로는 '연인(戀人)'과 '인연(因緣)'이라 뒤집으면 다르다)
만나기 전부터 뭐 할지, 이것저것 이야길 나눴었는데,
기본적인 뼈대는 사이좋게 상의했지만 상세내용은 맡겼다.
원래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할 때, 상대방이 정하는 대로 따라다니는 타입이라고 들었었는데.
사랑에 빠진 소녀는 하고 싶은게 많은지 적극성을 띄더라.
그 모습이 귀여웠다.
어쨌거나. 2주만에 다시 만난 첫 마디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가워요'.
- 향수 -
'연인에게 받고 싶은 것'으로 향수를 꼽았다.
보통 향수 하면 성년의 날이 연상되는데, 그럴 것이 성년의 날 선물은 보통 '향수'. '장미'. '키스'니까?
향수를 사 본 적도, 누군가에게 선물한 적도 없다보니.
..게다가 나란 인간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는데 재능도, 관심도 없다보니 난관에 봉착했다.
어디서 향수를 살 것이며, 어떤 향수를 고른단 말인가.
왠지 검색해서 흔히 나오는 향수는 싫었던 터라(난 개인적으로 유니크한걸 좋아하는 남자니까!) 난관에 봉착했다.
다행히 향수 파는 곳을 검색해온 스마트 뉴 덕에 별다른 시간 낭비 없이 왕십리 엔터6에 있는 '코스토어'라는 곳에 도착했다.
(정확히 엔터6 입구를 찾지 못해 좀 헤메긴 했다)
점포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빽빽히 진열된 향수를 보니 대략 정신이 멍- 해졌다.
향수 종류가 이리 많았다니...
사실 몇 일 전만 해도 '훗, 쏼라쏼라(간지나는 향수 이름) 주세요'라고
폼을 잡기 위해 검색을 해봤었는데. 아무리 해 봐도 모르겠더란 말이지...OTL
결국 프로의 의견을 듣고 향수를 구입하기로 결정. 점원에게 말을 건냈다.
'굉장히 야~~~~하고 섹시한 향으로 몇개 골라주세요'
음. 사실 냄새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꽤 집중하며 향을 맡았다. 사실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았는데...
딱 하나가 냄새가 확 와닿아서 그냥 고민없이 골라서 '야한 냄새의 향수를 달라는 말에 놀라서 나를 외면하고 있던' 이에게 선물로 건냈다.
냄새만 맞고 골랐는데 병이 굉장히 화려해서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마음에 들었던 듯.
선물에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 커플석이 왜 비싼지 이해할 수가 없어 -
그리곤 왕십리 CGV에 갔다.
자동 티켓 발행기 앞에 서서 잠시 고뇌하며 영화를 골랐다.
꽝꽝 거리는 시끄러운게 싫어서, 붐비는게 싫어서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선뜻 영화를 보자고 하는건 나에 대한 배려 아닐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스터가 왠지 간지나는, 액션 영화 삘이 나는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이라는 영화를 골랐다.
자리를 선정하려는데 묘한게 눈에 띄었다.
응? 커플석?
구미 촌구석 극장에는 이딴거 없는데 서울 극장은 뭔가 다르군...
왠지 '어머, 이건 꼭 가야해'라는 느낌이 들어서 덜컥 커플석으로 결제했다.
그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CGV 광고 같은데서 나오는 멋진 쇼파 같은게 아닐까... 하고 상상하며.
영화 시작하기 전까지 스티븐스라는 핫도그 집에서 수다를 떨었다.
이때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이야길 들었는데, 이야기 자체는 좀 무거웠지만 그래도 속내를 들은 것 같아서 좀 뿌듯했다.
그리고 영화 시작......음...
뭐랄까. 막상 극장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광고(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게 확 느껴졌다.
커플석이란게. 두 좌석 사이의 팔걸이를 없애고. 그냥 칸막이 같은걸로 스크린 쪽을 제외한 3면을 막아놓은게 전부였다.
광고에 나오는 엔티크한 쇼파 같은건 다 뻥이였다!
이딴걸로 돈을 더 받아먹다니. CGV 나쁜 녀석들... 하고 분노했지만. 뭐 기분 문제니까. 커플석이다 커플석~
그리고 한줄요약. 영화는 평범했다.
사이좋게 앉아서 룰루랄라 영화를 봤다.
- 다이나마이트는 X가 아닌 Y -
영화를 보고 나선 근처 마트 구경을 하며, 주로 실내를 전전하며 구경다녔다.
원래 근처 밥집에서 밥을 먹으려 했으나, 날씨가 상상 이상으로 추워서(..) 밖으로 나설 수가 없었던 것.
뭐. 겨울이니 추운건 당연하지만서도, 잘 보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은근 춥게 입고 왔었기 때문에 선뜻 나갈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밥집은 포기, 역내 상가에 있던 마리스꼬라는 시푸드 뷔페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조금 비싼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뷔페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던터라 꽤 맛있게 먹었다.
사람들이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반찬을 집는데 우리만 아무생각없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계속 사람들이랑 부딫히며 음식을 골랐다는게 함정.
그 외에 수다를 떨다가. Y를 X라고 말해서 한참 동안 놀렸다.
본인은 Y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발음이 전혀 다른걸... 그건 분명히 실수야!! 핫핫.
난 쪼잔하게도 이후 몇 달 동안 계속 이걸 가지고 놀렸고, 으뉴도 꿋꿋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뭐. 진실은 저 너머에.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구미로 돌아올 버스표를 끊고, 테크노 마트의 나뚜루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씹어먹으며.
아까 받은 용산 전쟁 기념관의 전시 팜플랫을 보며 '다음엔 여기 가보자'며 수다를 떨었다.
(결국 용산 전쟁 기념관엔 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구미에 내려왔다.
보람차고. 즐거웠던 하루였고, 데이트였다.
말랑말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