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직 콘서트 -
꿈 많던 시절이 있었다.
하고 싶은게 참 많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례차례 채워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에 대한 시간들이 쌓이고. 그러다보면 언제고 함께 있을것 같았다.
그것들 중에 좀 뜬금없었던 것은 '마술'과 '서커스'였다.
아마 좀 비일상스러운 것을 보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 서커스 보기가 어디 쉬운가.
혹시나 싶어서 마술을 검색해 봤더니 이은결 씨가 주기적으로 공연은 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구미나 서울 공연은 일정이 맞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그거 보겠다고 전혀 엉뚱한 지역으로 갈 수는 없고 말이지.
그러던 중에 꿈이 끝나고.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서커스는 올 초에 가족 여행으로 갔던 제주도에서 우연찮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출퇴근 길에 우연히 발견한 현수막. 구미에서 이은결 씨 공연을 한다네?
몇일 동안 고민했다. 막연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던지라... 당연히 봐야겠지만.
그 '막연함'에는 부가적인 것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를 이룰 수 없으니까. 지금의 나는 함께할 수가 없으니까.
어쨌거나 몇일 동안 계속 고민을 했다.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고민했다. 결국 관람하기로 했다.
일부러 사람이 좀 적을 것 같은 낮시간 공연을 골라서 예매를 했고, 가서 봤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고. 커플들도 많았다.
공연은 재밌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약 2시간이 지루할 새 없이 지나갔다.
계속 쉬지않고 마술을 하는게 아니라 토크 콘서트처럼 중간중간 멘트도 섞고,
이런저런 것들이 있었던 터라 생각만큼 보여준 트릭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엄청 많은 트릭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았음에도 2시간이 훌쩍 지나간거 보면 대단한 것 같다.
중간에 커플 이벤트가 있었다.
예매할 때 보니 한회당 한커플을 선정해서 커플 이벤트를 해준다는 문구가 있었던터라 예상은 했지.
남자분이 서프라이즈하게 준비했는지 여자분은 진짜 놀라는 듯 했다.
준비한 반지의 사이즈가 안 맞았던 것으로 미루어 서프라이즈는 맞았던 듯.
여자분은 그야말로 펑펑 울었고, 남자분도 멋쩍어 했지만, 그래도 보기에 참 따뜻했다.
남자분이 잘 생긴 것도, 여자분이 예쁜 것도, 날씬한 것도 아니였지만.
그래도 둘이 서로 좋아하고 함께하려 한다는건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런건 좋아하지. 마음이 따뜻했다.
그리고 기분이 좀 묘했다.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사랑하는 모습이.
어차피 이렇게 눈에 뛰는거 싫어했을테지만.
공연 가격은 3만원이였는데, 뭐 딱히 비싸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승환이형 콘서트...에 비하면 싸지!
는 농담이고, 지불한 가치와 비교해 딱히 돈이 아깝다 싶은 공연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매 공연마다 갈거냐?고 물으면 그건 또 갸우뚱 하지만.
어쨌거나 재밌었다.
- 막걸리 -
콘서트를 보고서는 회사로 복귀. 얌전하게 일 했다.
밤 9시쯤인가? 민석이랑 홍석이가 훈민이 방에 간다고 알리는 단체 톡을 봤다.
저 둘은 오늘 다른 동창 결혼 전 모임에 간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모임이 빨리 끝났나 보다.
봄이겠다. 봄비도 계속 오겠다.
맘도 싱숭생숭하던 찰나에 매직 콘서트 까지 봤더니 감수성이 폭발해서일까.
뜬금없이 술이 미친듯이 땡겼다. 술한번 사주기로 해놓구선. 췌.
그래도 일은 일이니 일을 대충 마무리짓고 늦게 합류했다.
막걸리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들었다. 난 내 이야긴 주위 사람에게만 하는 남자. ㅋㅋ
떠벌려 봐야 나의 공허함을 해결해줄 능력자도 없고 말이지 낄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 다양한 힘든 이야길 들으니 마음이 왠지 그랬다.
물론 난 그들의 문제에 100% 공감해줄 순 없지만. 그래도 다들 힘 내길.
- 상록이 생일 -
덧붙여 오늘은 군대서 구르고 있는 내 동생 생일. 힘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