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선 봤던 이야기 -
생각해보니 선을 몇 번 보긴 했다. 소개팅이라고 해야하나?
주선자 나이 + 남자 나이 + 여자 나이 가 100살을 넘으면 소개팅이 아니라 선이라고 하던데..
이젠 어지간해서는 남자, 여자 나이만 합쳐도 60은 되니까. 100살 따윈 가뿐하게 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니다. 주선해주시는 분이 또래면 충분히 소개팅으로 커버가 되는구나.
이게 다 주선하시는 분 때문이네!(논리봐라 ㅋㅋㅋ)
딱히 어디가서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 사람만 간단히...
애초에 틀어진 이유가 상대방이 웃기는 경우도. 내가 찌질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디가서 막 이야기 할 일은 아니였다.
일기니까 뭐. 그냥 써 보는 거.
- 처음 -
처음으로 소개 받았던 사람은, 대략 3살 차이 나는 사람이였던 것 같다.
아이언맨3가 개봉했을 즈음이니, 2013년. 내가 딱 서른살이 되었을 때 였나보다.
상대방은 27살이였겠구나.
만나서 커피한잔 마시고. 아이언맨3 보고 헤어졌다.
소개받기 한달 전에 동생 생일때 같이 아이언맨3 봤었는데, 별 수 없이 또 봤던 기억이 난다.
마침 극장에 있던 동생이, 또 아이언맨3를 보러 들어가는 날 보고. '남자들이여. 고생이 많노라'라고 생각했었댄다.
약속이 있다며 영화만 보고 황급히 집에 가버려서 '아. 내가 더럽게 맘에 안들었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그날 밤에 '오늘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못했으니까. 내일은 저 집에 데려다 주세요'하고 연락이 와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건강하고 착한 사람이라 좋은 이미지였지만.
아쉽게도 서울에서 회사생활 하는 사람이라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던 기억이 난다.
뭐든 처음은 좋은 사람이 걸리는 팔자인가보다.
- 이후론 잠깐 연애하던 시절 -
그해 겨울에 통영에서 모범생 타입의 아가씨를 만나면서. 약 1년간 연애를 했다.
온 가족이 '결혼하나보다'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고. 실제로 나도 그리 생각했었지만. 아쉽게도 오래가진 못했다.
이후 휴우증이 길었던 건 덤. 아. 길고 있다고 해야하나...
틀어지고 나니 어머니께서는 선 볼 황금기를 놓쳤다고 분노하시기도. ㅋㅋ
그래도 즐거웠다. 가슴 설레며 누군가를 좋아한게 얼마만이던가.
- 아이는 결혼 세달 전에 가져야 한다 -
어머니 친구분이 주선해주셨고. 적어도 이때까지 경험상 유일하게,
소개받는 자리에 나. 상대방. 어머니. 상대방 어머니...라는. 초유의 셋팅이 마련된 자리였다.
수수하고 평범함을 사랑하는 내게 있어 너무 도시적이고 도도해보이는. 게다가 나이차가 좀 나는 사람이였다.
물론 7살 차이나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던터라, 세간의 오해(?)와는 다르게(!) 나는 어리다고 무조건 좋아하진 않는다.
이날의 백미는 그 아가씨의 발언이였는데.
둘이 있어서 놀라울 멘트를 양가 어머님이 계시는데 던져대서 놀랐다.
그증 가장 임팩트 있었던게 '결혼이 정해지면, 결혼 3달 전에는 임신을 하고 싶다'는 것이였는데.
그 이론에 따르면 3달이 지나면 배가 불러오니까.
3달 즈음 딱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다음. 신혼생활을 반년정도 즐기고 출산을 하겠다...는 거랜다.
다산이 꿈이기 때문에 남자가 벌어다만 주면 넷이던 다섯이던 낳고 싶다나 어쨌다나.
사실 난 특이한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럴싸한데?' 정도였지만.
아쉽게도 아무리 도시적이고 이쁜 여자라도 그 여자랑 내가 스킨쉽을 하는게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나와는 달리 우리 어머니는 그 발언이 굉장히 충격적이였던 것 같지만...
사실 이게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아니였다.
이후로도 톡 같은걸로 이야길 조금 주고 받았었는데. 소름끼치게도 주고받은 이야들을 채
한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어머니가 알고 있던 것(..).
상황을 보니 그 여자분이 실시간으로 어머니께 보고(?)하고, 그쪽 어머니께서 우리 어머니께 이야기 했던 것.
아. 특이한건 괜찮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결혼하고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단칼에 거부했다.
특이한 임팩트 발언 덕에 어머니께서도 적극 지지(..)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풍문에는 어린 남자 만나서. 집에 데려와서 동거하고 있댄다.
곧 결혼할 듯?
- 저는 뚱뚱한 사람은 싫어요 -
난처한 것 중 하나가 거래처 사장님이 소개시켜 주시는 거다.
싫어도 거절할 수가 없다. 일단은 만나야 하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자연스레 잘 될리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만나기 전에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도 그랬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약속 날짜를 잡았는데 약속일이 되고 소식이 없는 것.
그러더니 뜬금없이 톡이 날라왔다.
'저는 뚱뚱한 남자는 싫어요. 없던 일로 해주세요.'
...아니. 나야 밥값이 굳은건 좋은데. 미리 이야기 해줬음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잖아..
어쨋거나 나도 거래처 사장님에 대한게 있으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그냥 만났는데 잘 안된걸로 넘어갔다.
- 제가 불편하세요? -
이쪽은 아버지의 친구분이 주선해준 경우.
굳이 따지만 그분을 내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거절했었지만. 결국 끌려나갔다.
정확히는 이미 여자한테 말해서 약속을 다 잡았기 때문에 꼭 가야한다는 식이였다.
이런 막무가내 식이라서 내가 싫어하는데...
어쨋거나. 사진은 미녀였다.
그리고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굳이 따지만 난 못생겨도 화장기가 없거나 옅고, 피부가 깨끗한게 좋은데, 딱 반대였다.
도대체 내가 본 사진속의 그 여자는 누구였지... 싶었다.
게다가 무슨 부잣집 아가씨길래 둘이 밥 먹는데 10만워치를 시키냐... 그것도 처음 봤는데.
태도도 고압적이라 서둘러 헤저였다. 1시간은 만났나... 역대 최단 기록인듯?
그리고 그날부터 계속 아버지 친구분께 전화가 왔다.
'괜찮은 여자다' '남자가 계속 달라붙어야 한다' '니가 고를 때냐' 등등.
몇일 되니 그마저도 피곤하고. 안그래도 싫던게 정이 더 떨어져서, 실례인건 알지만 이렇게 말씀드렸다.
'신경써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계속 이러시는거 굉장히 불편합니다.'
이후 자연스레 정리됐다.
사진과 실제의 차이라는거. 생각해보면 처음 겪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호감있는 사람일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그래도 예뻐 보였는데.
반대의 경우엔 정말 문화 충격이구나.
- 집은 공동명의로 해주세요 -
이쪽도 주선자는 거래처 사장님.
이 즈음부터는 슬슬 나이가 찼기 때문에.
오랜 그리움에 지쳐서.
친구가 애 키우는게 부러워서.
쿨한 사람들은 계속 연애질 하는데 나만 병신같이 구는게 불쌍해서.
사지 멀쩡하면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예쁘장한 얼굴에. 화장기 없고. 어딘가 쿨한. 그런 사람이였다.
무엇보다 삼촌 때문에 구미에 와서. 회사 경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일까. 일에 대한 이야기도 일단은 통하고.
'생각지도 않던 분야에 끌려와서 겪은 이야기'에 동질감이 생겨서 오래 수다를 떨었다.
보통 만나면 밥 먹고 커피만 마셨는데도. 너댓시간은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서너달은 만났던 것 같다.
문제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막 가슴이, 감정이 동하지는 않았었다는 것...
그래도 잘 해봐야지. 잘해봐야지. 하고 계속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물어봤었다.
'전 사실 소개팅 같은걸 몇번 안해봐서 잘 모르는데요'
'이렇게 계속 만나고 있으면 ~씨도 내게 호의적이라고 해석해도 되나요?'
너무 대놓고 물어보는거 아니냐고 까였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답을 듣긴 했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TV드라마'를 절대 놓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22~23시엔 연락이 안되고.
만나던 중이라도 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귀가해야 한다는 것.
전반적으로 결벽증기가 살짝 보인다는 것... 정도였지만.
그정도는 뭐. 괜찮지 않나. 라는게 솔직한 생각이였다. 잘 해보자. 잘 해보자...
근데 그 만남은 의외로 되잖은 문제로 깨지고 말았다.
한번은 소고기가 먹고 싶대서 소고기 집에 갔었는데. 밥 먹다가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뭐, 단칸방이나 오래된 집이야 지금 모은 돈으로도 구할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깨끗한 새집에 들어가는게 좋지 않겠는가.
그 아가씨 친구들은 대다수가 결혼했는데(나랑 한살 차이났었다),
친구들이 말하길 '집은 남자 돈으로, 명의는 공동명의로'라고 했단다.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서, 큰 배움을 얻었다며... 자기도 꼭 그래야겠다고 마음 먹었댄다.
아니. 무슨 연애결혼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만나서 결혼하는데 무슨 집은 남자가 다 해오는데 명의는 공동명의래...
공동명의를 하려면 돈을 보태던가. 돈을 보태기 싫으면 내 명으로 하던가... 둘중 하나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일정기간 이상 같이 살면 명의 따윈 아무래도 의미 없다. 어차피 이혼하면 쪼개니까.
근데 그런식의 접근법 자체가. 전형적인 요새 여자들인가... 싶어서 급 위화감이 들었다.
온갖 특이점은 적응할 수 있었는데, 그런 문제는 너무 느닷없어서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아마도. '절대 돈을 보태지는 않을 거지만' '명의는 같이'라고 강조하는데 짜증이 났었나보다.
난 그럴 생각이 없노라 이야기 했고. 나도 모르게 너무 확고했었던 건지.
그날을 기점으로 더이상 연락하지 않게 됐다.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긴 하고.
거래업체의 동선이 비슷해서 지금도 가끔 마주치긴 하지만. 그래도 뭐...
그나마 이 단락이 제일 긴건. 그래도 오래 만났고. 잘해보려고 노력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미안해요 -
이쪽도 거래처...이긴 한데. 이쪽은 사장님이 아니고. 평소 늘 수다떠는 누님이다.
이 누님은 고3 딸이 있다는데. 얼굴만 봐서는 절대 그렇게 안 보인다.
화장기도 전혀 없고. 평범한 얼굴이지만 수수하고. 매사 굉장히 열심히 하는.. .이른바 참한 사람이다.
누님한테 농담삼아 '10년만 늦게 태어나지 그랬어요'라고 하곤 하는데. 가끔은 진짜 아쉬울 때도 있다.
이런 근면성실한 여자가 최곤데!
그동안은 내가 사장아들인거 숨기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의 실언으로 딱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즈음, 누님의 조카를 소개받았다.
나이차이가 제법 났다. 7살 차이... 예쁘진 않고. 가방끈도 길지 않지만 되게 착한 사람이라고 한다.
꽤 오랜기간 카톡을 주고 받았고. 거의 유일하게 이미 만나기 전에 꽤 친밀도가 오른 상태에서 만났다.
생각대로 착한 사람이였고. 성실한 사람이였다. 괜찮은 여자다 싶었다.
드물게도 또 만나자고 할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런데 헤어질 즈음에 알게 되었다.
쓰러진 아버지가 계시고, 치료비 등등으로 매달 큰 돈이 나가고 있으며.
결혼해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
아. 연애하던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이해할 거리를 찾아봤을 텐데.
한번 만난 입장에선 좀 가혹한 일이였다. 아버님이 아픈건 이 사람 잘못이 아니고.
오히려 그럼에도 씩씩하게 지내는건 칭찬해 마땅한 일일텐데. 그걸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래도 질질 끄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
정말 태어나서 가장 고민해가며 긴 글을 썼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점에서 호감을 느꼈고.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솔직히 현실적으로 그런 문제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노라....고.
생각해보면 그런 이야기 할 것 없이 '그냥 마음에 안든다'고 했으면 됐을텐데.
괜히 성실하게 대한다고 너무 오바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후로는 누님이랑도 좀 껄끄러워졌다.
개인적으론 아쉽고. 또 계속해서 미안한 일이다. 정말로..
- 취미가 공부예요 -
일단 싫었는데 마지못해 끌려나갔다.
수능치고 일본 와세다 대학을 나와서, 연세대 대학원을 다니고...
그냥 공부가 제일 만만해서 공부만 계속 하던 사람이라고 한다.
클라스가 달라서 그런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많이 만나봤네? 싶네. 약 3년간의 기록이니까 뭐...
좋았던 적도. 나빴단 적도 있고. 미안한 사람도 있고... 뭐 그렇다.
참 웃긴게 어찌어찌 자연스럽게 연애로 만날때는 별볼일 없는 사람의 이상한 짓도 어떻게든 이해하려 하면서.
소개를 받을 때는 그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연애는 자연스레.
이왕이면 이제는 좀 평안한 연애를 했으면.
